한 지붕 아래서 같이 먹고 자고 웃고 울고 하면 한 식구 아닌가? 요즘 가족의 개념에 새로운 형태가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이미 그것을 주제로 하여 여러 영화도 나와 있습니다. 동양사회에서는 매우 이질적인 문화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문화입니다. 그래도 여기저기 이런저런 모양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마도 조만간 사회적 토론과 토의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대도 바뀌고 있으며 의식도 변하고 있고 무엇보다 현실로 나타나는 이 현상을 외면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의 개념에 대해서 극도로 보수적인 세대도 이제 물러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마저 일인가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기에 생각이 복잡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바뀌어야 합니다.
최근 통계로 보면 결혼하는 남녀가 줄어가고 있습니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것은 고사하고 하지 않는 남녀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가 크겠지만 그와 더불어 의식 자체가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구태여 결혼까지 하면서 아기를 가질 필요가 있느냐 하는 생각도 합니다. 여기에는 남녀의 대등한 사회적 위치가 큰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앞 세대까지만 해도 육아는 의례 여성이 맡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기가 바뀌면서 젊은이들의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그럴 바에는 결혼을 하지 않고 살겠다는 여성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가족은 결혼으로 새롭게 시작됩니다. 부부가 탄생하고 아기가 태어나고 그렇게 가족이 늘어갑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가족이 줄어가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해도 아기를 갖지 않습니다. 그냥 부부 둘이서 편하게 살자는 것이지요. 그들이 나이 들어 후회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선택이었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아무튼 그러한 자연 순리에 따른 가족의 개념이 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 곧 어쩔 수 없이 그에 따른 법적 조치도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자식을 가질 수 있다든지, 혼자 살면서도 자식을 가질 수 있다든지, 혈연이 아니더라도 동거하면 가족으로 인정이 된다든지 말입니다. 아무튼 변화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구사회에서는 진작 나타났고 법적인 조치도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도 곧 따라가겠지요.
오늘 이야기의 가족은 조금 색다릅니다. ‘한모’는 그렇고 그런 무리와 어울려 돌아다니다가 어머니 집으로 들어와 빌붙어 살고 있습니다. ‘인모’는 영화감독 일을 하다가 낭패를 보고는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다가 어머니 전화에 생각을 바꾸어 어머니 집으로 들어와 얹히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딸 ‘미연’이 자기 중학생 딸 ‘민경’까지 데리고 들어옵니다. 한모하고만 지내다가 어느 날 식구가 갑자기 늘었습니다. 삼남매가 한 지붕 아래 들어왔습니다. 게다가 조카까지 껴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무 불평 없이 자식들을 먹여 살립니다. 그것도 거의 매일같이 고기를 구워 먹이며 지냅니다. 나이 70을 바라보는 어미가 무슨 재산과 재정 능력이 있어서 그러는가 궁금합니다.
3,40대 이 자식들이 하는 일이 없습니다. 사내 녀석들은 아직 건장함에도 직업도 하는 일도 없습니다. 미연이는 이미 두 번의 이혼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또 다른 남자가 생겨 연애 중입니다. 다행히 이번 남자는 미연이를 잘 대해주고 있습니다. 흑심을 품고 다가선 것 같지 않습니다. 여자는 그렇다 치고 건장한 두 남자는 그래도 나름의 생활비를 마련할 대책이라도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기야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따로 남다른 기술이나 재능이 있다면 모르되 특별한 장기도 없다면 그저 막막하기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시도라도 해야 하겠지요. 주변에 찾으면 나옵니다.
오죽하면 이 중년의 남녀가 어머니 그늘에 와서 지낼까 싶습니다. 각자 나름의 상처가 있고 그것은 자칫 약점이 되고 혹시 다툼이 생기면 서로 그 약점을 할큅니다. 아프고 힘들지요. 큰 싸움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도 어머니는 자식들을 달랩니다. 사실 몸으로 싸우는 것보다 무서운 것이 입으로 난도질하는 것입니다. 서로의 약점이 드러나고 숨겨진 사실이 나타납니다. 형제가 피를 나누지도 않았다니 놀라지요. 어머니가 어떻게 매일 자식들 고기로 배를 채워줄 수 있는지도 알게 됩니다. 그렇게 싸워도 전혀 처음인 사람들과 다투게 되면 모두 한 마음으로 가족이 되어 대항합니다. 그래서 가족인가 봅니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말이지요.
이런저런 풍파를 지나 가족의 비밀이 다 공개됩니다. 그리고 더욱 관계가 공고해집니다. 숨기면 마음속에 긴장을 품고 경계하며 살지만 모두가 알고 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져서 오히려 신뢰가 생깁니다. 마음이 평안해지면 막혔던 길도 열리고 막막했던 미래도 희망으로 다시 나타납니다. 그렇게 풍랑을 지나 평온한 바다로 나오게 됩니다. 전보다 더 끈끈한 가족의 관계를 구축합니다. 십년 전의 영화인데 오늘 우리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합니다. 영화 ‘고령화 가족’(Boomerang Family)을 보았습니다. 2013년 작입니다.
첫댓글 잘보구 갑니다
감사합니다. 복된 한 주를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