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우일신의 실천을 중시하던 스승(*1)께선 어느날 더 큰 가르침을 원하여 세상 밖을 유랑하기로 정하시고 속세로 나아가 사람들에게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마을이 어디오"라 물으시니 어떤 이가 토탈워를 추천해주어 그곳에 당도하셨다.
(*1 : 저자의 스승 시애자를 뜻함. 저서 <시애자>로 유명하다)
토탈워는 호 1만여의 번성한 대읍으로 조회수의 높음이 끊이질 않고 사람들이 오고 지나감이 무수하였으니 스승께서 토탈워의 사람들에게 "지나는 객이 배움을 청하고자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학식 높은 현인이 누구입니까." 라 묻자 누군가 서기자(*2)를 추천해주어 스승께서는 서기자의 저택 앞에 다다라 배움을 청하였다.
(*2 : 암흑가의 창시자로 그의 저서 <굴락동무>는 너무 잔혹하고 인간성이 결여되어있다는 평을 받아 현대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서로 지정되었고 <나의 투쟁>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 역주)
"소인은 시애자라는 협인으로 세상의 도를 구하고자 합니다."
서기자가 스승의 모습을 보더니 행색이 볼품없는 것을 보고 비웃으며 말하였다.
"모름지기 배움이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오. 지금 그대의 꼴을 보아하니 내일배움카드 한 장 발급받기도 힘든 것 같은데 어찌 능히 도를 익히려 하는가. 내 몇 가지 문제로써 그대의 지혜를 시험해 볼 터이니 객이 합당한 자격을 보여주고서야 서로 세상의 이치를 논할 수 있을 것인즉, 그렇지 못하면 이곳에서 대문지기로 삼으리라. 어떠한가."
"좋소."
마치 록희산맥의 고디악 베어처럼 위세를 부리던 서기자는 스승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1+1은 무엇이오?"
"2"
"우웃 대단하군...!"
"다음 문을 청합니다."
"비둘기가 에이둘기나 씨둘기와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비둘기는 비를 마시나 에이둘기나 씨둘기는 그렇지 않소."
"굉장하군! 이것도 맞출 수 있을런지? 간장치킨에서 간장을 빼면?"
"치킨이 되는 법이오."
스승의 우문현답에 서기자는 감탄하여 말하였다.
"굉장하군! 이리 지혜로운 이는 토탈워에서 처음이오."
"불민하나 저도 서기자께 몇 가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어디 해보시오."
그 말에 스승은 서기자에게 간단한 세상 상식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왓슨 아멜리아가 무엇이오?"
"뭐...뭣이?! 그게 뭔데?"
"허어.. 왓슨 아멜리아를 모르시는구료. 그럼 가우르 구라는?"
"내 가우르 구라란 것은 들어본 적도 없소."
"그럼 우사다 페코라는 아시겠지요?"
"태산의 백호는 들어보았으나 백호라라는 것도 있단 말인가."
"호쇼 마린은? 후와와 어비스가드와 모코코 어비스가드는? 설마 샤이 릴리나 허니츄러스도 모른다고 하지는 않으시겠지요."
"모...모두 처음 듣는 이름이오. 내 다음에는 꼭 익혀오도록 하리다."
대답을 못하는 서기자의 모습에 스승은 실망하며 크게 탄식하며 꾸짖으셨다.
"허어! 토탈워에서 가장 지혜롭다는 이가 끽해야 이 모양이란 말인가! 내 서기자란 이름에 큰 기대를 걸었거늘. 그대는 가짜 서기자가 분명하오. 나를 가지고 농을 지껄이며 시험하는 것 같으니 어서 진짜 서기자를 불러오시오!"
"아...아니 내가 진짜 서기자인데."
"콱 마!"
그때 좌중에서 이 논쟁을 지켜보던 나가자(*3)가 나아가 스승께 자신의 뜻을 전하였다.
(*3 : 춘추토탈시대의 사상가로 백합가의 거두 중 하나)
"시애자라 하였소? 빈객의 지혜에 감복하였소. 그대라면 능히 나와 더불어 새내기 여대생과 30대 초반 유부녀의 금지된 사랑의 도를 논할 수 있으리라."
"떽!! 어디 비루한 백합가의 말석 따위가 자리에 끼어든단 말인가!"
스승의 청천벽력과 같은 호통 단 한 마디가 쩌렁쩌렁 울리자 나가자를 비롯하여 그의 일문 십여 인이 나가떨어지더니 그 자리에서 쓰러져 미동조차 하지 못하였음이다.
"서기자께서는 아메도 구라도 모르시면서 덕망 있는 이를 자처하였단 말인가. 그러면서 사람을 함부로 대문지기로 만들겠다 운운하다니 그야말로 언어도단! 그대야말로 대문지기부터 다시 시작해야하지 않겠는가."
"내...내가 서기자인데 어떻게 대문지기 따위를 한단 말인가."
"콱 마!"
서기자는 스승의 불호령에 이길 수 없어 곰인형탈을 쓰고 자신의 저택 앞에서 대문지기 겸 호객을 하는 신세로 전락하였다. 스승께서는 그 모습을 보고 크게 흡족해하시며 서기자의 대문 앞을 지나셨다.
"아 그리고 여기 폴드 5 하나 있냐?"
"드...드리겠습니다!"
"이거 블랙이잖아. 아이스 블루로 가져와."
"어흑 마이깟... 이 저택에 있는 폴드는 블랙밖에 없습니다만..."
"이 집 포토샵 스포이드로 찍어서 해당 RGB값 나오면 1픽셀에 한 대씩이다. 그냥 줄래 맞고 줄래."
"이놈들 뭐하느냐! 어서 시애자님께 갤럭시 폴드 5 1tb모델을 대령하지 않고! 아이스 블루 색상으로 가져오시랍신다!"
그제서야 청량한 색상의 폴드 5가 문 앞에 당도하여 스승께서는 그 폰을 집어들고 접었다 폈다 해보시니 과연 신모델 신상품이 맞았다. 스승이 그 길로 토탈워 저자의 큰 거리로 나오자 이미 소문이 퍼져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스승의 지혜로움을 앞다투어 칭찬하였으니 그 때부터 스승의 사상과 버튜버 채널이 널리 알려져 지금의 어엿한 명망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完
첫댓글 재밌게 봤습니다. ㅎㅎ
춘추전국시대의 고사 패러디+폴드5에 대한 열망을 잘 봤습니다. ㅋㅋㅋ
스승의 필살기
콱 마
항상 드는 생각
그냥 뻘글인데 왜이리 정성이실까
물론 재밌어서 하는 말입니다 ㅋㅋ
그 문학성이 킬포인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