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순간일 때,
사실은 바로 그 옆 가장 가까이에 불행이 엎드려 있다.
가장 불행한 순간이야말로 행복이 깃들 수 있는 하나의 터전이다.
행복에 치우칠 때 곧 불행이 가까이 있고,
불행에 치우칠 때 또한 행복이 가까이 있는 것이다.
-지혜를 파는 나그네 / 노자-
일출? 일몰?
극과 극은 통한다.
대학시절에 고교동창 친구와 하숙을 했다.
그 친구는 고교 동기 전체를 통틀어 가장 키가 컸다.
이상하게도 함께 지내던 동기 중에서는
신장 면에서 가장 극과 극인 그와 나는 늘 붙어 지냈다.
늦은 시간까지 한 잔 마시고 대문이 굳게 잠긴 하숙집에 도착해도
우리는 걱정이 없었다.
장신인 그는 나를 어깨에 태워 담 위로 올려 보냈고
담을 넘은 나는 대문을 살짝 열어주었다.
차를 타보면 남녀가 함께 좌석에 앉는 경우와
남자끼리만 앉는 경우가 다르다.
남자끼리만 앉으면 어깨가 부딪혀 부대끼게 되고,
여자끼리만 앉으면 엉덩이가 부딪혀 부대끼게 된다.
하지만 남녀가 함께 앉으면 서로의 신체요철이 적당하게 이빨을 맞추어
안정된 배열이 가능하게 된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에 입학하듯이
졸업이라는 단어에는 늘 입학이라는 단어가 붙어 다닌다.
무심코 나와는 정반대라서 자신과 인연이 없는 일들이라고 흘러보내거나
어쩌면 영원히 통할 수 없는 다른 세상에서 사는 듯한 경험들이
알고 보면 가장 가까운 나의 분신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극과 극은 통한다.
일출을 보면 문득 이와 가장 유사한 풍경이 일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듯이...
2005. 1. 25.
<다대포 몰운대에서 바라본 일몰 / 2005.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