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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영화의 주류는 느와르.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총은 좀처럼 찾아 볼 수가 없고 칼한자루만이영화의 후미에 나온다. 이 영화는 당시 주류였던 인명의 살생으로 한명의 영웅이 탄생하는 식상한갱스터 무비라기 보다는 홍콩 뒷골목 부랑아인 아화(유덕화 분)와 그안에 존재하는 그들만의 작은 정의, 그리고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부유층 자녀 조조(오청련 분)와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 액션-멜러물 정도로 보면 됨직하다.
유덕화의 명성은 당시 지존무상과 지존무림 그리고 국내 초코릿 '투유'의 CF로 장국영의 뒤를 이어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 오천련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란 '이렇게 못생긴 배우도 영화를 찍을수 있구나' 하는 의아심이 들 정도로 별로였다. 내용은 또한 뭐가 이래? 이렇다할 액션씬도 없고, 소재도 그 흔해 빠진 의리와 사랑의 갈림길에 선 남자의 그런 이야기. 그러나 영화는 한 장면씩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나의 시선을 화면에 고정시키는 마력을 발휘한다. 지루하던 영화의 중반을 넘어서서 부터 순조롭던 이들의 사랑에 불길함이 엄습해오고 마침내는 이들을 갈라놓는 사건이 생기게 된다. 칙형의 죽음과 그의 부하들의 배반. 이권다툼에서 LPG 가스통에 머리를 맞은 아화는 흐르는 코피를 애써 감춰가며 그날 밤 캐나다로 떠나려는 조조를 찾아온다. 늦은 저녁, 그녀의 집 현관엔 가와사키 오토바이가 한대가 서 있고,조조의 시야엔 코피를 연신 흘리는 아화가 들어온다. 비욘드의 "짧은 순간의 사랑" Intro가 서서히볼륨업된다.
관객들은 어느새 영화의 주인공들을 동정하게 되며, 이후에 펼쳐질 영상을 예감이라도 한듯 스크린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보모의 도움으로 조조를 빼낸 아화는 오토바이에 그녀를 태워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도로를 스피드에 몸을 맏긴채 달린다. 황관중의 테크니컬한 기타사운드에 황가강의 리드미컬한 베이스, 그리고 엽세영의 파워풀한 드럼소리가 황관중의 걸쭉한 보이스 칼라에 묻어난다. 아화의 코에서 떨어진 한 방울의 피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조조의 흰장갑 위로 떨어진다. 성당에 도착한 이들은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게 되고 기도하는 조조를 뒤로한 채 아화는 의리를 지키기 위해 길을 떠난다.
이런 소재의 영화는 자칫하면 그저 그런 3류의 액션물로 취급돼, 비디오 숍의 뽀얀먼지와 함께 한쪽 테이블을 차지하기 일쑤이나, 감독의 화려한 영상미와 적시적소에 조금은 생소한 락음악을 삽입함으로써 새로운 시도를 하고, 그 시도는 적중한다. 복수가 진행되는 동안 흐르는 이 영화의 주제곡 "천약유정"이 애처롭게 밤하늘에 울려퍼진다. 아화는 이내 만신창이가 되고, 정신을 차린 포숙(오맹달 분)이 달려와 라바를 헤치운다. '내가 라바를 헤치웠어~ 내가 라바를...' 단지 몇초만이라도 영웅이 되고 싶다던 열혈남아의 창파(장학우 분)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피투성이가 된 아화가 쓰러지는 장면이 슬로우 모션된다. 잠시 후, 웨딩드레스를 입은 오천련이 맨발로 도로를 달리면, 아화가 경련을 일으키며 죽어가는 모습이 그위에 포개진다. 신예 진목승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두기봉 밑에서 조연출을 해오며 실력을 쌓아오던 그간의 노력들이 비로소 표출된 영화이다. 극장에선 그다지 흥행을 보지 못했으나 비디오로 엄청난 인기를 끈다. 명실공히 사랑이야기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천장지구. 이 영화의 흥행으로 후속편이 봇물 터지듯 터져나오나 모두 흥행참패, 원작에 먹칠을 하게 된다.
엔딩장면을 살펴보자.
조조가 고가도로를 맨발로 뛰어가는 장면이 화면에서 사라진 후에도 화면은 사라지지 않고 스텝진의이름이 리스트된다. 영화촬영으로 인해 정차했던 차들이 한 대씩 두 대씩 밀려오다가, 마침내 "종극"이라는 자막과 함께 화면이 멈추게 된다.사실 난, 조조가 도로를 달리는 장면 이후에 영화가 계속 이어질 줄 알았다. 이미 주검이 되어 있는 아화를 보면 조조는 어떤 모습일런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잠시후 화면이 멎는다. 기나긴 여운을 남긴채...아마 그때 받은 여운이 아직도 내게 남아 있나보다. 영화가 끝나후엔한동안 지지직 거리는 화면만을 응시했다. 지금 돌이켜 보건데 진목승감독의 연출미가 단연 돋보인다. 끝맺음을 약간 불투명하게 함으로써 보는 이들의 가슴에 오랫동안 영화의 아련한 기억을 각인시키려는 감독의 의도가 나에겐 적중한 것이다. 힘없는 자들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가진 것 없는 자들의시랑 이야기는 세상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며 그들의 존재가 사라진다해도- 밤새 어떤 일이있었든 여느때처럼 홍콩의 여명은 다시 밝아온다는 그세계의 현실을 감독은 상기시키고 싶어 했던 것이다.
천장지구에 사용된 음악...
천장지구에 사용된 음악은 총 4곡으로 주제곡인 추몽인(대만에선 천약유정으로 발표)을 제외한
나머지 3곡은 홍콩 최고의 락밴드인 BEYOND가 직접 만들어 부르고 있습니다.
이들은 천장지구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아쉽게도 천장지구 사운드 트랙 및 영화에서
이들이 표준어로 부른 음악이 국내에는 발매되어 있지 않습니다.
비욘드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하자면, 1983년 黃家駒(Koma, 1962.6.10~1993.6.30)와 드러머
葉世榮(Wing,1963.8.19~)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그룹으로, 단어의 의미처럼 보이지 않고 미치
지 못한 영역에까지 이르리라는 그들의 각오와 야망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이후, 몇번의 멤버
교체를 거듭해 84년에 가입한 황가구의 막내동생인 베이시스트 黃家强(Steve, 1964.11.13~)과
85년에 기타리스트 黃貫中(Paul,1964.3.31~)의 가입으로 4인조로 활동하게 됩니다.
메인보컬과 기타에 황가구, 베이스에 황가강, 일렉기타에 황관중, 드럼에 엽세영으로 이루어진
이들은 중국과 대만을 오가며 20여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명실공히 중국어권을 대표하는 락그룹
으로 인기절정을 달리던 중, 그룹결성 10주년을 맞이하는 93년 일본 공연에서 천장의 무대조명
이 황가구의 머리로 떨어지는 불의의 사고로 리더 황가구가 요절하였습니다.
BEYOND는 잠시 주춤하는 듯 하였으나, 의기투합하여 1994년 황가강이 보컬을 담당,그들의
아지트를 의미하는 "二樓後座(이층의 방)" 앨범을 내고 현재는 3인조 밴드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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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漆黑的空間" (황가구 노래, 비욘드 작사/곡)
이 음악은 아화(유덕화 분)가 훔쳐온 차에 불을 지르고, 인질로 데려온 온
조조(오청련 분)를 가와사키 오토바이에 태워서 집에 데려다 줄적에 흐르던 그 음악입
니다.
비욘드의 리더이자 보컬인 황가구가 노래를 부르구요, 작곡역시 그가 했습니다.
그만의 독특한-허스키 보이스와 애조띤 음색이 '영화의 적시에 터져서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주인공 아화의 심정을 아주 잘나타내고 있다.'는게 본인의 생각입니
다.
노래의 후반부 언플러그드 기타와 일렉기타의 절묘한 조화가 한층 멋을 냅니다.
그때 영화속 장면은 옥상에서 아화가 종이화 향을 태우며 맥주를 마시며
처량한 자신을 달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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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需要太董" (황가강 노래, 비욘드 작사/곡)
이권 싸움에서 몸을 다친 아화는 요양차 마카오의 외할아버지 댁에 오게 되고,
조조는 그런 아화를 찾아 대만까지 날아오게 됩니다. 아화는 조조에게 '내게 이렇게
찾아와도 나는 네게 줄것이 아무것도 없다' 며 돌아갈 것을 권하지만 조조는
그래도 아무 상관없다며 아화가 먹던 수저를 빼앗아 밥을 먹여 줍니다.
여기서 둘은 중주철을 맞이하게 되고 경비행기에 몸을 실어 하늘을 비상할 때
흐르던 음악입니다. 우리말로 제목을 해석하면 "많이 이해할 필요는 없어요" 입니다.
이곳에 사용된 음악의 가사를 알고 싶으신 분은 천장지구 갤러리로 가시면
영화속 사진과 함께 영화에 사용된 4곡의 가사를 우리말로 접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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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暫的溫柔" (황관중 노래, 비욘드 작사/곡)
영화의 백미인 후반부 오토바이씬 다들 기억나시죠?
캐나다로 떠나기 직전 조조를 찾아온 아화가 보모의 도움으로
조조를 빼낸 뒤 성당으로 결혼식을 올리러 갈 때 흐르던 곡입니다.
베이스의 웅장한 리듬과 파워풀한 드럼이 무척 인상깊었던 곡이었는데요, 베이스를
맏고 있는 황관중이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작곡은 역시 리더 황가구가 했구요.
천장지구를 보신 분이시라면 다른 곡들은 몰라도 이곡 만큼은 기억하고 계시더군요.
아화의 코에선 피가 그칠줄 모르고, 조조를 태운 오토바이는 비오는 고가도로를
마구 내달립니다. 그의 피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조조의 흰장갑 위에 떨어집니다.
아직도 그런 영상들이 제 눈엔 선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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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若有情" (원봉영 노래, 나대우 작사/곡)
영화전반에 걸쳐 흐르는 주제곡으로 아화가 포숙(오맹달 분)의 머리를 술병으로 때려
전화 박스에 기절시킨 뒤, 칙형의 복수를 위해 라바를 치러갈 때 애절하게 흐르던 음악
입니다. 나대우씨의 작사/곡으로써 한때 그는 우견아랑의 음악을 맡기도 했습니다.
홍콩에선 동일한 곡을 천약유정이란 제목으로 광동어로 부르고 있습니다.
대만에선 천장지구가 추몽인이란 제목으로 개봉되었으며 자막올라갈 때 보면
추몽인이란 제목으로 되어있으나, 북경어로는 영화에서밖에 부르지 않은 듯 합니다.
도저히 구할 수가 없군요. 해서 원봉영이 광동어로 부른 천약유정을 올립니다.
이음악을 첨 듣고서 음악을 만든 이를 엄청 존경했던 기억이 납니다.
멜로디가 너무나 애절하지 않나요? 아화는 복수를 하다 죽고요~. 조조는 아화를 찾아
맨발로 고가도로를 달립니다. 이때 두 장면이 오버랩 되지요?
그리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처량한 음악은 계속 흐릅니다.
-------------------------------------------------------------------------------- ( 출처 http://www3.shinbiro.com/~woolly/scrip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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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영화를 첨 보자마자 앤디에게 빠졌던 그때가 생각이 나네..내가 결혼해서 막 신혼때 천장지구를 봤는데 넘 감동했고 이때부터 앤디를 좋아해서 출연한 모든 작품을 섭려했다...조연으로 출연한 작품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