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성곡미술관-아산정책연구원 갤러리- 서울 역사박물관-경희궁
"성곡 미술관"은 쌍용그룹 창업자인 고(故) "성곡 김성곤"씨가 설립한 미술관인데
한때 이곳에서 "큐레이터"로 일한 여성의 스캔들로 일반인들에게 유명해진 갤러리이다.
"서울역사 박물관"과 "구세군 회관" 사이 골목길로 400미터 정도 걸어가다보면 표지판이 보인다.
"성곡미술관" 안에는 작고 예쁜 조각공원이 있는데 예전엔 무료 개방이었으나
요즘엔 입장료 5000원을 받는다.
(아무나 들어가 정원 숲길을 거닐다 커피 생각이 날때만 "야외 카페"에서 주문해 마셨었는데.....)
그래서 "성곡미술관"은 대문에서 점만 찍고,
바로 앞 "범한서적" 골목으로 들어가 "아산 정책 연구원"을 찾았다.
가는 길에 올려다 본 어느 집 감나무. (너무 예뻐서 찰칵!)
골목 오른 쪽엔 "일지사" "범한서적" 사옥이 나란히 있다.
"범한서적"이 끝나는 곳에 좁은 지형을 살려 지은 "연 베이지"색 주택이 나온다.
그곳에서 "유턴"하면 전봇대에 "아산 정책 연구원"이라는 표지판이 매달려있다.
이 골목 언덕으로 2분 정도 오르면 왼편으로 "사계절 출판사"와 "대학 내일 신문" 사옥이 나오고 바로 뒤
숨어있는 멋진 현대식 건물이 "아산 정책연구원"이다.
"아산 정책 연구원"은 2008년에 지어졌다.
입구 벽 속에 들어가 있는 "정주영씨 일대기"가 슬라이드로 펼쳐지는 TV도 신기하고,
젊은 "정주영"씨도 인상적이다.
에혀! 인생무상....
"아산 정책 연구원" 실내.
현대건설이 축적된 최첨단 기술을 뽐내고 싶었는지 실내가 SF영화 세트장 같다.
이 안 1층 카페 옆에 갤러리가 있다.
이 갤러리는 실력있고 창의적이며 현대미술에 열정적인 작가 한 사람을 선별해
장소를 일정기간 무료로 제공해준다.
연중 무휴에 관람료 무료이며 올 때마다 흔하지 않은 대작과
경이롭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이번엔 설치미술가 "김승영"씨의 개인전으로 모두 네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가 12월 7일까지라니까 아래 작품들을 감상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갤러리에 들어서자마자 눈 앞에 펼쳐지는 이 작품의 제목은 "기억을 거닐다."
허물어진 건축물의 잔해 위에 노란 빛이 들어오게 한 창문도 작품의 일부분이란다.
작품 위로 올라가도 된다는 안내자의 말을 듣고 조심스럽게 벽돌 위로 발을 딛어보는 친구들.
"9000개의 벽돌로 공들여 만들었다는데 잘못 밟다 벽돌이 깨지면 어떡햐...."
벽돌에 드문드문 작가의 지인 이름과 감정을 묘사하는 단어가 새겨져 있는데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현재와의 새로운 소통을 시도하는 의미라고 한다.
우리 나이와 닮은,
스산하고 쓸쓸하고 처연하고 아름다운 느낌.......
이 작품은 미술에 문외한인 내게도 깊은 여운을 준다.
부서진 벽돌의 잔해와 틈새를 삐져나온 초록 이끼는 숱한 관계속에서 부딪치고 깨지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현재와의 새로운 소통을 시도한다는 의미라는데....
에라이~ 심각해지지 말자!
이런 멋진 작품을 언제 또 만날 수 있나!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이나 찍어둬야지.
이 작품의 제목은 "스트라스 부르크"
독일에서 수학한 작가가 거리의 이미지를 낮은 눈높이에 일렬로 걸어 놓고
작가의 시야를 따라 "스트라스 부르크" 거리를 서성이는 느낌을 표현했다는데... 어렵다.
신기한 걸로 말하자면 아래 이 작품이 최고!
제목은 "깃발"
차고 푸른 빛을 따라 들어가니,
낮은 눈밭 둔덕에 꽂힌, 바람에 "파르르" 흔들리는 작은 깃발.
마치 남극기지에 와 있는 듯, 친구들 얼굴이 파랗게 질려 보인다.
갑자기 현실감이 없어지니 이게 꿈인지 환상인지...
다음 작품 제목은 "기억".
벽 앞에 얕은 물 웅덩이가 고여있고 작가의 인생에 발자취를 남긴 인물 이름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처럼 물 위로 투사된다.
웅덩이라고 해도 진짜 물은 아니다.
사진엔 안 나오지만 이름을 적은 글자들이 웅덩이 속으로 들어가며 다시 올라오고 있었다.
관계의 소멸과 생성을 의미하는 거란다.
내가 살아오면서 관계를 맺고 영향을 받은,
내 인생의 "엔딩 크레딧"에 올릴 지인(知人)들은 몇 명이나 될까.
마음 속 깊이 빗장 채워둔 감성을 깨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 준 "아산정책연구원" 건물을 나와
기차 같이 길고 좁고 긴 집을 또 다시 지나 "서울역사 박물관"으로!
대로로 나오자마자 오른 편을 바라보니 가까이 "서울 역사박물관"이 보인다.
건물 2층 상설 전시실엔 서울시를 집약해놓은 대규모의 모형도가 있다.
북한산 남산에 서울성곽이 불빛으로 촘촘이 표현되었다.
컴퓨터로 자기네 동네 근처의 공공건물이나 유명건물을 터치하면 그 쪽에 "써치 라이트"가 켜진다.
한강도 보이고 한강다리도 보이고 63빌딩에 고층아파트도 보이고....
(매번 봐도 신기햐~~~ )
대단한 대한민국의 끈기와 기술력이다.
서울시 모형지도를 한참 들여다보니 다리가 피곤해 일제히 복도로 나와 휴식.
교양인답게(!) 창쪽으로 뒤돌아 앉아 친구가 깎아온 사과를 하나씩 몰래 입에 물었다.
앞마당보다 뒷마당이 더 운치있는 서울역사 박물관.
이 뒷 마당을 가로지르면 "경희궁"이 나온다.
"경희궁"의 역사는 한마디로 참담하다!
원래의 규모는 7만평이고 창덕궁과 함께 280여년 동안 임금님이 실제 거주하신 궁궐인데
일제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고 말살된 것을 일부만 복원했단다.
(1980년 이 자리에 있던 서울고를 서초동으로 이전시키고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담길 따라 외곽으로 돌았다.
소용돌이 쳤던 역사의 뒤안길을 깊은 상념에 잠겨 걷다.
궁궐 외곽을 한 바퀴 돌아나가는 이 길은 아름다운 길로 정평이 나있다.
"경희궁"이여!
상처를 딛고 대한민국과 함께 높이 비상하라!
이제 우리들은 "홍난파 가옥"과 "권율 장군" 집터에 있는 "딜쿠샤"로 향한다.
첫댓글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작품전시를 한다는 정보는 꽤 유익하네요.
그런데 깨어진 벽돌 조각이 우리 나이와 닮아 스산하고, 쓸쓸하고, 처연하고, 아름답다구요?
아직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야 할 일이 정말로 많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구도 기다리고 있지는 않겠지만 그 꿈을 찾아 열심히 찾아 다닙시다.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힘을 내세요!
설치미술을 보면 나는 머리가 아픕니다.
그냥 보면서 즐기면 그만일텐데 관람객에게 해석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리...
그래서 한눈에 봐서 괜찮지 않으면 통과! 억지 해석은 사양...
그래서 구상화가 좋더라구요, 추상화도 별로....
하이고 이 시리즈 아직도 안 끝났나배...
서울 도심의 가이드가 되셨군요.
아산정책연구원이라 매력이 끌리는 곳이네요.
저도 시몬님과 생각이 다르지 않아요. 그런데 벌써
다음 씨리즈에 진저리를 내는 시몬님은 그리움님게 어떤 말을 들으려고?
살아있을 때 잘해야죠.
어젠 김장담그는 일 돕느라 허리가 좀 정상이 아니무니다.
먹는일 장만에 부인들 허리 부실해지는 것 조심하고 마음 써야할 일이라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