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입니다.
이때가 되면 7월을 가리키는 인디언들의 표현인 ‘생선이 반쯤 익은 달’이란 말이 생각납니다.
생선을 구워보면 내내 안 익다가 어느 정도 익었다 싶은 순간이 되면 후딱 타버리기 십상이지요.
우리의 남은 반년이 그렇게 쉬이 가버리지 않도록 야곰야곰 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지금 마당에는 백일홍, 봉숭아, 채송화, 접시꽃, 천인국, 골무꽃, 나리꽃, 천일홍, 자주달개비, 분홍낮달맞이, 황금낮달맞이, 붉은인동초, 끈끈이대나물, 금잔화, 베고니아, 베르가못 등이 한창입니다.
게다가 모감주나무와 능소화도 막 꽃을 틔우고 있네요.
전 페이스북을 안 하지만 가끔 페북의 좋은 글을 친구가 옮겨줍니다.
덕분에 공원국 작가의 ‘가문비 탁자’라는 책을 읽었지요.
마음을 울리는 그 책을 읽다가 잊고 있었던 저희 집 탁자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2007년도에 오래된 한옥을 수리해서 이사를 가기로 했지요.
대목을 구해서 일을 맡겨놓고는 어느 날 골동품 가게를 갔습니다.
한옥을 수리하고 꾸미는데 쓰일 만한 몇 가지를 사고 돌아서다가 탁자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크기와 두께도 만만찮았지만 오래 된 나무가 주는 질감이 참 좋았지요.
100년도 더 된 나무로 만든 거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공부방에 놓고 2인용 책상으로 쓰면 좋을 것 같아 값을 물어 보았지요.
‘50만원’이라는 말에 옆에서 누군가가 “어, 며칠 전만 해도 80만원이라더니...” 하는 말에,
미국에 가 있는 아들이 자꾸 오라고 해서 이제 서서히 가게를 정리하려고 그리 판다고 했지요.
저는 꼭 사겠다고, 집이 두 달 정도 걸리니 두 달 후에 꼭 가지러 오겠다고 했지요.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제가 계약금을 드리려고 했는데 나중에 같이 주세요.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수리하려던 한옥을 허물고 신축을 하는 바람에 집은 6개월이 넘게 걸렸고 그 사이 저는 까맣게 잊고 지냈습니다.
어느날 저녁에 아들과 막 설치한 벽난로 앞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탁자 생각이 났지요.
“팔리고도 남을 시간이네, 가게문을 닫았을지도... 아, 어떡하지..”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엉뚱한 사람이 핸폰을 받아서는 무슨 일로 전화를 했냐고 물었지요.
저는 여차여차 해서 전화를 드렸다고...
그 탁자가 아직 거기 있느냐고 물었지요.
그랬는데 그 분이 갑자기 한숨을 푹 쉬더니,
“아이고, 물건에도 다 귀신이 있다더니 그 말이 맞네요.” 그랬지요.
이야긴즉슨, 자기는 ㅁㄱ병원의 의사인데 친구가게여서 더러 오다가 그 탁자를 보게 되었다고,
탁자가 탐나서 한참 전부터 팔라고 해도 사가기로 약속한 사람이 있는데 우째 파냐고,
선금도 안 준 사람이 여섯 달이 지났는데 이제 그만이다. 팔아라.... 해도 안 팔았다고...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싣고 가려고 트럭을 가지고 왔다고,
아까 싣고 가버렸으면 되었는데 이 친구랑 술을 한 잔 하는 바람에 이 전화를 받게 되었다고...
이 탁자에도 귀신이 있나 보네요. 주인이 따로 있었네요...
술이 한 잔된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거였습니다.
전화 끊고 아들과 함께 느낀 그 기분좋음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요.
그 분이 말한 ‘귀신’이란 아마도 ‘영혼’ 같은 거겠지요?
그래서 고재로 만들어진 단단한 탁자가 희호재의 공부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가끔 ‘약속’이란 말을 생각하게 되면 그 골동품 가게 사장님이 생각나지요.
어쩌면 그 분이 여섯 달까지 기다려주신 것은 사겠다고 말할 때의 저란 사람도 좀 신실하게 보였던 게 아닐까 싶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말하지요.
약속을 했으면 본인상과 부모상 아니면 지켜야 한다고...
2021년 7월 초하루에 가을하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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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들은 '우리풀 우리나무방'에 올라온 사진들을 날짜순으로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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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머니난 / 네오 님 (6.3)
자운영 / 산들꽃 님 (6.6)
설악산 솜다리 / 배다리 님 (6.6)
유럽개미자리 / 산들꽃 님 (6.14)
큰뱀무 / 달희 님 (6.17)
나나벌이난초 / 산들꽃 님 (6.21)
니겔라 / 바람길 님 (6.22)
긴포꽃질경이 / 갈뫼 님 (6.25)
타래난초 / 산들꽃 님 (6.24)
종덩굴 / 산들꽃 님 ( 6.26)
쥐방울덩굴 / 갈뫼 님 (6.27)
천선과나무 / 달희 님 (6.27)
피막이풀 / 달희 님 (6.27)
하늘나리 / 수워니 님 (6.30)
첫댓글
아구
기분좋게 또 남은 반년을 시작한 7월
초하루편지를 개봉했습니다
생선굽는 것에 비교한 7월의편지에 고개가 끄덕이게
되는 이른 아침
남을 반년을 타지않게 잘 구워야겠습니다
아!
희호재가 신축이 아니고 개축이었군요?
전 늘~~산뜻해서 신축인줄 알았네요?
세상에 그책상 주인이 약속을 잘 지켜주신 덕분에
그 귀한 책상을
6개월 동안이나 잊어버렸다가 놓치지않고 갖게 된것이 희호재마님의 인상이 믿음직스럽게 보였었나봐요 아이구 간만의
차이로 그 책상을 소유하게 되셨군요
축하
드릴일이군요?
기분 좋은 7월 편지 잼나게 잘 읽고 다시봐도 좋은 우리풀 골라서 올리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
에이.. 고치려다가 새로 짓는 바람에 6개월이 넘어 걸렸다니까요.
백목련님은 거꾸로 읽으셨어요. ㅎ
같이 기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가을하늘 님의
초하루 꽃편지 읽으면서
철 따라 예쁘게,
때론 밉게 야금야금
익어가는 세월 실감합니다.
누구나 다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각박하고 야속함이
만연하는
진화의 시간들 속에도
찐하게 와닿는
무언의 약속과 신뢰.
시간은
바람에 흩날렸지만
판도라의 상자 속에
살아남은
인간 본연의 신뢰가
백 년도 더 된
테이블 주인을 찾아준
것에 감동받습니다.
계절을 거스르지 않는,
자연의 조화처럼
이미 눈 밑에 와 있지만
소식 없는 발걸음에도
소리가 있음에
희호재에서 또 한 번
울림으로 느낍니다.
감사드려요
노릇노릇 7월 구수하고
맛난 시간들 함께 구워가요♡
방울님의 정성스런 댓글에 감동입니다.
탁자가 제 주인을 찾아온 걸까요?
공부방 한가운데 두고 두 사람이 잘 쓰다가 지금은 저 혼자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ㄴㅁㄲ은 사랑채를 독차지하고... ㅎ
도대체 어떤 골동품 가구일까, 참 궁금하긴 합니다만
하시는 말씀 그 자체로 보증수표가 되는 것이 놀랍습니다.
요즘 세상에 말이죠.
희호재 주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듯 합니다.
사실 여기 흑림 토박이분들도 가을하늘님 주변분들과 비슷합니다.
자기들은 말 한마디면 그것으로 족하고 그렇게 평생 살아 왔다고 하는데,
다른 문화와 먼 거리에도 이 지구에 서로 비슷한 분들이 계시네요.
신기합니다.
글을 쓰고나니 그 일이 정말 있었나 하는 마음이 들 만큼 저도 다시 신기합니다.
말 한 마디로 약속이 성사되는, 토박이분들이 사시는 흑림이 궁금합니다.
여긴 그런 일이 힘드는 문화가 되었으니 이 글이 글이 되겠지요?
왜요님의 댓글로 사겠다는 그 한 번의 만남으로 약속한 두 달을 훨씬 넘겨 여섯 달을 기다려 주신 분께 새삼 고맙습니다.
칠월, 생선이 반쯤 익은 달이란 표현이 멋있습니다.
인디언들의 글을 읽으면 그들이 얼마나 순수하고 격이 높은지 절감하게 됩니다.
다시 한번 류시화가 편집한 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를 읽어야겠어요.
가을하늘님이 샀다던 탁자모습이 궁금합니다.
언젠가 안동에 가게되면 그 탁자를 직접 보고 만져보고 싶네요.
탁자를 판 주인도, 가을하늘님도 서로 통했나 봅니다.
왠지 강렬한 필링이 오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눈빛으로 가슴으로 오고가는 그 기운은
같은 기운이 서로의 가슴속에 서려있기에
가능한 일일겁니다.
수십억 인간과 그 보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생명들마다 각자의 세계를 본다고 했어요.
그 중에서 특별한 분과 인연을 맺고 특별한 물건이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는 것은 기적입니다.
네, 별꽃님이 오셔서 이 탁자를 만져보고 두드려보길 기다릴게요.
마당에 풍성한 꽃들의 씨앗이나 뿌리나 어린 새싹들을 안고 오시기까지 기대할까요? ㅎ
코로나가 끝나 얼른 오고가는 일이 편해지길 바랍니다.
약속을 믿음으로 지켜주신 그 분께 제가 다 감사한 맘이 듭니다.
탁자와의 소중한 인연, 더 의미로워 애착이 갈 것 같아요.
저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몇 번 사람을 믿어본적 있는데요.
모두 다 믿음을 지켜주셔서 참 고맙더라구요.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건데 입으로만 떠드는 사람들도 참 많은데 말이죠.^^**
'칠월이 생선이 반쯤 익은 달' 이군요.
어제
'6월의 달력' 이라는 시를 읽고는 모든게 반쯤 접힌 현실감에 살짝 우울했었는데
생선 잘 뒤집어 잘 구워야겠다는 생각 해봅니다.
고맙습니다.^^*
그러네요. 중년의 반도, 마음도 굵게 접힌다니....
무언가를 열심히 하면 하루하루는 바쁘고 우째 가는지 모르게 후딱 가는데 일년은 마디다고,
반면에 암것도 안 하는 게으른 사람에겐 하루하루는 지겨운데 일년은 깜짝할 사이에 간다는 말도 있지요.
'마디다'란 말 나영님이 아시겠죠? ㅎ
함께 감사해주시는 그 마음이 얼마나 귀한지요.
@가을하늘 '마디다' 너무 잘 알지요.
저는 하루하루는 더디 가는데 한달은 후딱 가는거 같아요.
그저 하루하루 넘기다보니 알차지못해서 그런가 봅니다.^^
그러네요, 정말.
약속이란 게 하기는 쉽지만 제대로 잘 지키기는 쉽지 않지요. 그 주인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네요.
벌써 7월이군요. 하는 것 없이 세월만 가는 것 같아요.
그 탁자 사진도 한 장 올리시지 않고요.^^
탁자 사진은 위에 컴부터 얹힌 게 많아 찍다가 말았습니다.
오셔서들 직접 보시도록 비밀에 부쳐 두어야겠어요.
약속 잘 안 지키는 사람이랑 친구하기 어렵지요.
약속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다짐하게 됩니다.
희호재 들를 기회가 온다면저도 그 탁자를 꼭 보고 싶습니다.
한해의 절반이 가고보니
약간의 조급증도 생기지만
가을에 고운물이 들도록 하루하루
잘 써보겠습니다
주이님이 희호재에 오셔서 탁자를 직접 보시도록 사진은 안 올려야겠습니다.
희호재가 14년째입니다.
15년 혹은 20년째는 그 옛날의 정모처럼 다시 할 수 있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전에 주이님은 안계장터에 날아오시듯이 오셔요.
7월의 편지 감사합니다~~
탁자 이야기도 감동입니다
도라지님. 여전히 건강하게 잘 지내시지요?
또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치길 기대합니다.
가을하늘님 글도
바람재님들 올리신 사진도
댓글도
또박또박 읽고 보게 됩니다
제가 신실하지못해서 등을 많이 채였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등을 채이시다니요?
무슨 일이 있으셨나 궁금하지만 또 누구에게나 그런 일들은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있을 듯하기도 합니다.
사소하지만 약속하고 안 지키고 안 지키고가 반복되는 사람과 저도 친구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던 적도 있답니다.
아름다운 약속의 한편
감동 깊은 단편이어요
하반기 시작이 마음을 조급하게 하지만
천천히 사유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할려구요.
나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ㅎㅎ
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구요.
즐거운 생활이시길 바랍니다.
단편으로까지 읽어주시니 행복합니다.
행복한걸님 덕분에...
그러게요. 우리 남은 반년은 더 천천히 깊게 알뜰하게 살아보아요. ^^
꾸역꾸역 나이 먹어가는거 심란한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가고 있습니다
건강하지 못하여 받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은데 며칠사이 심각한 상황이 지나고 나니
맥이 빠져 있던중에 초하루 편지를 받고 지켜진 약속에 대한 상황에 감정 이입 하고
'아직 살만한 세상이구나' 생각드니 며칠간의 머리아픔이 사라진 느낌 입니다
매달 초하루 마다 편지 보내시느라 애쓰시는 가을 하늘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네. 제 편지글을 보고 머리아픔이 사라진 듯 하셨다니 고맙습니다.
언젠가 대장님의 건강 이야길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내용도 기억하지요.
며칠 사이 지나간 심각한 상황도 그것과 관련한 일이 아니었을까 짐작만 합니다.
대장님과는 상황은 다르지만 지금 친구도 힘든 상황이어서 제 마음도 조금 힘들었답니다.
대장님도 친구도 힘든 시간을 잘 이겨갈 수 있길 바랍니다.
가을하늘님!
믿을 신이란 한자어가 사람인과 말언으로 구성되었잖아요.
사람의 말은 모름지기 믿을 수 있는 거고 그런 말을 해야한다는 뜻이겠지요.
말을 하면 실천해야 하고...
가을하늘님의 글을 읽고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나네요.
농부였던 아버지가 돈이 부족하다하면 땅주인이 가을에 농사지어서 주라면서 봄에 땅을 사기도 했다던데..
땅주인이 이사를 가면서도 아버지께 땅을 맡기고 싶었던 가봐요.
그 시절 서로 서로 믿고 살던 순박한 시골인심이 생각나네요.
이리 지각한 댓글이 있네요. ㅎ
우리 시댄 모든 게 돈으로 자리매김하지만 옛날엔 정말 우리 삶보다 훨 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겠죠.
권정생 선생님이 쓰신 '한티재 하늘'에 보면
도망나온 노비처녀를 뒷골방에 숨겨주었는데 그 집 아들과 눈이 맞아 함께 하는 일이 생겼지요.
아마도 지금 그 비슷한 일이 있다면 은혜도 모르고 내 자식을 꼬셔? 했을 텐데 그 댁의 홀로된 엄마와 할머니는
그 귀한 아들에게 네가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라고, 잡히면 둘 다 노비가 되므로 눈물로 지리산자락으로 숨어들게 하는 장면이 있어요. 사람의 도리나 신뢰 등등을 생각하면 늘 떠오르는 부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