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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동아일보에 올라 온 기사다.
해녀들이 만성 두통과 잠수병으로 늘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물질을 한다는.....
실제로 해녀들은 <뇌신>이라는 가루로 만들어진 진통제를 다량 복용한다.
이 진통제에 함유된 각성성분은 아스피린의 50배에 달한다.
더구나 해녀들 중에는 이 약을 한 번에 10봉씩 복용하는 사람도 많다.
중독성이 매우 강하며 <진통제>라는 명목때문에 제한없이 팔린다.
나는 해녀들에게 <물질>을 교육시킨 적이 있다.
그들의 고질적인 두통과 신경통을 예방및 치료하기 위해서이다.
그들에게 씌워진 이 질병은 아이러니하게도 매우 단순한 원인에 의해서이다.
잠수 생리학
사람의 머리에는 여러개의 공간이 있다.
아주 미세한 공간은 차치하고, 비교적 큰 공간은 귀와 싸이너스(sinus)를 들 수 있다.
특히 귀의 경우 외이(外耳),중이,내이로 구분되는데 그 중 중이에는 큰 공간이 있다.
잠수 물리학
보일(Boyle)의 법칙:일정한 온도하에서 기체의 부피는 절대압에 반비례하고
밀도는 정비례한다.
지상의 대기압은 1기압(질소 0.8기압 + 산소 0.2기압)으로 구성됐다.
수심 10m는 2대기압이다.
즉, 2대기압에서의 부피는 2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론
中耳의 공간이 수심 10m에서는 반으로 줄어든다.
당연히 청신경(내이)이 당겨지고, 귀가 아프다. 아픈 귀를 그대로 두면 뇌와 연결된
청신경은 무자비하게 고통을 준다. 이게 또한 관절신경에 연결되어 당연히 신경통을 수반한다.
그런데, 이 중이의 공간을 지상에서처럼 원상복귀 시킬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인간의 중이와 코는 유스타키안 관(eustachian tube)이라는 호스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잠수를 할 때 귀가 멍멍해지는 신호가 오면(혹은 그 이전에)손으로 양쪽 코를 꽉 막고
짧고 강하게 내 쉬면(코를 풀듯)코를 통하여 공기가 중이에 전달되며, 고통이 없어진다.
이 행위를 압력균형(puff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일생동안 잠수를 해도 신경통이나 두통이 생기기는 커녕, 치료도 된다.
수압에 의한 물리치료는 가장 완벽한 치료로 알려져서, 미국에서는 상용된다.
그런데 왜 해녀들은 압력균형을 하지 못하는가....
우스운 얘기지만 물안경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안경은 압력균형을 할 수 있도록 코부분이 돌출되어 있다.
그런데 해녀들은 그냥 원형으로 된, 코부분이 돌출되지 않은 물안경을 쓴다. 한심한 일이다.
또한 해녀들은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대를 이어 쓰던 물건만 쓰는 고집이 있다.
스노클(snorkel)이라는 30Cm내외의 숨대롱또한 인류가 발명한 위대한 도구임에도
해녀들은 그걸 사용하지 않는다.
결론은 간단하다.
해녀들이 좋은 물안경을 사용하면 그들에게 주어진 모든 고통이 사라진다.
또한 스노클을 사용하면 그들의 작업이 훨씬 쉬워지며, 폐활량이 증가한다.
나는 해녀들을 상대로 이런 교육을 많이 시켰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물안경과 스노클을 보급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교육 후에도 그들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없었다.
육상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중에서도 옷을 입는다.
보통 입는 잠수복은 재봉선을 따라 약간의 물이 드나드는 습식(wet suit)을 입는다.
잠수복 역시 평상복처럼 피부보호, 체온유지, 패션등을 고려한다.
보통 우리가 입는 잠수복은 네오플랜이나 타올, 최근에는 스판직을 소재로 하는데
보통 5mm의 두꺼운 소재에 공기방울을 분산입력시켜서 가볍게 만들었다.
따라서 많은 부력을 발생시킨다.
해녀들이 입는 잠수복은 고무재질이다(grip suit).
이 재질은 완전방수형이라서 보온력이 탁월하다. 가격도 싸다.
그리고 부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또한 무겁고 투박하다.
바다로부터 보호를 위해 입는 잠수복때문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물건이 납덩이다(weight).
잠수복의 부력때문에 납덩이를 허리에 차지 않고서는 잠수를 할 방법이 없다(weight belt).
인간의 몸이 거의 중성부력이므로 만약에 맨몸으로 잠수를 한다면 납덩이는 찰 필요가 없다.
이 납덩이는 균형을 위해서 몸의 양 옆구리에 균등한 무게로 분산시켜 찬다.
그런데 해녀들은 부력이 높은 우리가 입는 잠수복에 차는 납덩이만큼의 납을 찬다.
그들의 잠수복에 생기는 부력이 미미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양의 납덩이를 차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빨리 잠수하고 쉽게 가라앉기 위해서다.
보통 5~10m에서의 가능한 물질을 10~15m의 수심에서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신 반대급부로 상승의 어려움이 있다. 기를 쓰고 오리발질을 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해녀들은 <음성부력>을 유지하며 물질을 하는 것이다.
수면에 떠서 쉴 때도 음성부력이라서 해녀들은 스티로폼으로 만든 구덕을 안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중성부력으로 스노클을 물고 고개를 들지 않고도 수면에서 쉴 수 있는 동안
그네들은 인체에서 가장 무거운 머리를 치켜들라, 숨을 참고 물밑을 살피랴 매우 힘든 것이다.
직업적으로 물질을 하다보면 <대물>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가령 어떤 해녀가 무거운 납덩이를 찬 덕분에 수심 15m를 내려가서 작업을 하다가
숨이 차서 상승을 하려는 순간 커다란 <물건>을 발견했다. 많게는 몇 만원의, 적게는
몇 천원의 물건이다. 이걸 보고 숨을 쉬기 위해서 올라가지는 않는다.
시야도 안좋고 움직이는 바다에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갔을 때 그 <물건>을 다시 찾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들은 그 물건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고 상승하며 상승후에도
스노클덕분에 줄곳 응시하다가 다시 찾을 확률이 높지만 그네들에게는 스노클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리를 해서 크랙에 박힌 그 <대물>과 싸움을 한다.
산소의 고갈은 곧 이산화탄소의 축적이다. 이 증상은 순식간에 나타나는데
전문용어로 얕은 물 속에서의 기절(shallow water blackout)이라고 한다. 죽는 것이다.
위와같은 증상으로 정신이 혼미 할 때 살아남는 방법이 있다.
납덩이를 풀어 던지면 잠수복의 부력때문에 물 위로 뜨기 싫어도 저절로 떠오른다.
잠시 기절을 경험했어도 수면에 뜨면 폐속의 공기압이 확장되므로 곧 평형을 유지한다.
그래서 우리가 차는 벨트는 엄지손가락 하나로 쉽게 풀 수 있는 원터치방식이다.
그러나 해녀들은 몇 만원하지 않는 벨트를 잃어 버릴까봐 허리띠처럼 생긴 벨트를 차고서는
아예 묶어 버린다. 작업중에는 절대로 풀 수가 없는 것이다.
해녀들의 사고는 거의 이런 유형이다. 해녀들의 용어로는 <숨이 다 됐다>고 한다.
해녀들을 괴롭히는 것들은 또 있다.
소속이 없으므로 정기적인 검진이 부족하다. 당뇨병 환자가 저혈당으로 물속에서 의식을
잃을수도 있고, 심장에 관계되는 발병을 당할 수도 있다.
또한 해녀들의 작업과정은 너무도 열악하다. 실제적인 상황을 풀어보자.
장기적으로 수중작업을 하는 머구리(공기 강제주입식 잠수)들은 얕은 수심에서는 작업하지
못한다. 공기를 공급하는 호스가 바위나 장애물에 감기고, 끊어지면 죽음이므로 그렇다.
그래서 연안의 물작업은 해녀들의 몫이다.
어떤 어촌계에서 전복의 종패를 살포하고 5년쯤이 지나서 해녀들과 계약을 한다.
해녀의 선발대가 물밑을 대충 훑어보고 계약방식을 협의한다.
<물건>을 통채로 사든가 혹은 총 작업비를 받고 일을 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전자는 충분한 시일을 두고 작업하는 대신 꼼꼼한 작업과 무리한 작업이 수반되고
후자는 작업비와 시간을 상계하는 야리끼리(노가다 용어)이므로 촉박한 작업기일에 쫓긴다.
둘 다 해녀들을 혹사하는 작업조건이다.
어쩌란 말인가...
일단 배워서, 무식으로부터 해방되고 정확한 기술과 이론을 습득하고
좋은 장비로 무장하고 어민으로 등록하여 스스로 바다살림을 꾸리고
그리하여 내 작업터를 가진 해녀어민으로 탄생하고, 무리한 작업은 삼가고
다른 어장의 일 또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안전하게 작업을 하면서도 충분한 보수를 받는
<장인>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요원한 일인가?
열악한 조건이 개선되지 않아서
기성의 해녀들이 모두 사라지고, 새로운 해녀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고
그리하여 해녀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잊혀진 그네들의 꿈은 누가 찾아 줄 것인가.....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은 이 글을 널리 보급하여
해녀들의 가족이나 그와 연루된 사람들이 읽고 느낄 수 있도록 힘 써 주시길 바란다.
대한수중협회 강사 정운하
[출처] 해녀(海女)들이여...|작성자 돌고래
첫댓글 해녀들의 현실을 보는듯한 글이군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유익하게 잘 보았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