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지리산님의 산행후기를 대할때마다 느끼는마음이지만
이번 산행후기 또한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자상하고 섬세하신지요??
님의 글을 대하노라면 꼭 제가 님의 가신 발자취를 더듬의며
님과 같이 산행을 하고 있는 착각에 빠져듭니다.
님과 같은 분들이 계시기에 우리 나비산악회는 영원하리라 생각합니다.
항상 님의 산행후기에서는
저희가 갈수 없는 산의 모습과 전설 기타 여러가지의 지식들을 채우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하고 기쁜 마음의로 올려놓으신 글 잘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빌어 봅니다.
다음산행에서 뵈올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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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반도 중앙에 힘차게 솟아오른 벽방산은 통영에서 가장 높은 산인데 이 산의 정상에서 통영시 광도면과 도산면, 고성군 거류면과 고성읍이 서로 경계를 이루어서 맞물려 있다.
"명산에는 대찰이 있다"는 엣말처럼 벽방산은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고찰 안정사와 가섭암, 의상암, 은봉암, 천개암을 품고있다. 안정사는 통일신라때는 1000 여명의 승려들이 수도했던 대찰이었고,산내암자도 12암자나 되었다고 한다.
벽방산은 대체로 육산이나 정상 일대는 골산으로 거대한 암반이 장엄하게 얽어 놓은 칼끝같은 바위 능선을 거늘이고 남으로 천개산, 도덕산, 발암산, 제석봉으로 줄기를 뻗고 있어 가히 통영의 진산다운 위용을 부리고 있다.
아침 7시 50분 오늘 산행을하는 건강산악회의 집결지인 광주공원에서 항상 같이 동행하는 정선생을 만나 차에 올랐다.
건강산악회는 매월 둘째와 넷째 일요일 산행을 하는데, 오늘이 25회째 산행을 실시하는 발족된지 1년이 않된 단체이다. 대처로 40대의 장년층이 임원을 맡고 씩씩하게 산행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산악회로 느껴졌다.
안정사 주차장에 11시20분 도착하여 이정표를 보고 가섭암쪽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골짜기 입구에 안정사 부도전이 있었는데 부도전을 둘러싸고 있는 우람한 적송이 수십 그루 있었다.산행 초입의 볼거리로 충분했다.
임도를 따라 조금 올라가다 등산로로 들어섰다. 이 산은 임도와 등산로가 여러번 교차가 되어 있어 어느쪽으로 가든지 의상암까지 갈 수 있다.
20분만에 가섭암에 이르고, 여기서 부터 정상 능선까지는 가파른 비탈길이 계속된다.
올라 가면서 소나무숲은 낙엽 교목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능선상에는 송림이 우거진 산이다.
비탈길은 지그재그로 나 있어서 그나마 가픈 숨을 고를 수 있었다.
12시 10분 의상암에 도착했다.
남쪽 양지쪽에 자리잡은 아담한 암자인데 신라때 의상대사가 수도했던 의상선대가 있고, 그 이후로 고승들의 수도도량처로 지금도 칠성각이 남아불자들의 손을 모으게 하고 있었다.
약수터에서 땀을 씻고 악수 한잔 마시니 다시 힘이 불끈 솟았다.
10분을 더 오르니 능선에 도달하고 매서운 북풍이 얼굴을 때린다.볼이 상기되고 귀가 후끈 달아오른다.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산도 좋고 숲도 좋았지만 능선상에 오르니 호연지기때문에 그런 상념이 일순간에 가신다. 가파른 능선길이 정상으로 이어지고 천길 낭떠러지가 암반으로 이루어진 정상에 서니 사방이 탁 트이면서 가슴 속 깊이 맑은 바람이 맴돈다.
전망은 가히 일색이다.
북쪽으로는 거류산이 고성읍 너른 벌과 어울려 솟아나 있다.
뒤로 돌아보니 다도해의 섬들이 보이는데 섬 주위의 벽해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푸른 바다이다.
동쪽의 진해만과 남쪽의 고성만에 수많은 작고 큰섬을 품고 있고 부산과 마산항으로 가는 빠른 배들이 하얗게 가르는 포말을 뒤로 남기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통영의 미륵도와 사량도 사이로 조용한 수면에 그득히 떠있는 가두리 양식장도 볼거리었다.
정상에는 다른 여느산과는 다르게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손이 가슴위로 올라 갔다. "충성."
산에 오른 벅찬 감동에 젖어 땀이 식는 줄도 몰랐다.
저 밑으로 남쪽 능선상에 수많은 까마귀 떼가 시끄럽게 울어덴다.
아마도 저들의 쉼터를 우리들이 잠시나마 빼앗은 때문일까?
점심과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1시35분 하산을 시작하였다.
바위구간이 시작되었다. 공룡의 등날처럼 작은 바위들이 소나무 사이사이로 솟아나 있다.
조금 내려가니 약 50M쯤은 됨직한 바위 암벽 구간에 밧줄 하나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심조심 엉금엉금 기면서 내려가니 이번에는 너덜이 시작되었다.
커다란 돌탑 2기가 바닥을 잘 다등어놓은 비탈진 언덕에 서 있었다. 아마도 이곳이 만리암터라고 미루어 짐작해봤다.
이어서 산죽이 소슬바람을 타고 춤을 추더니, 산길은 다시 솔 숲으로 빨려 들어간다.
하산한지 21분만에 능선 안부 6거리에 도달했다.
임도가 셋이고 등산로도 세 곳이다.
왼편 임도는 은봉암으로 곳장 가는길이고, 바로난 등산로가 천개산으로 가는 길이다.
은봉암은 해발 350M부근에 있는작은 암자인데 대웅전 추녀 옆에는 높이 6m, 폭 1m, 두께 0,5m의 깍아 세운 듯한 도사바위가 있다. 원래 이 곳에는 비슷한 모양의 바위가 세 개가 있었으나 넘어저버리고 지금은 한 개만 남았다. 그런데 이 바위가 하나씩 넘어질 때마다 위대한 스님 한 분씩 태어났다 한다. 그 두분 큰 스님이 원효와 의상대사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바위가 넘어지면 인류를 구제할 큰 스님이나 도사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설이 전해온다.
천개산으로 오르면서 뒷 돌아 지나왔던 벽방산을 바라봤다.
너무나도 크고 높은 거대한 장군이 힘차고 우뚝 버티고 있는 모습이라 다시 한 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천개산 오름길에는 두군데 전망바위가 있다. 저 멀리 안정마을 뒷편으로 새로 조성된 바닷가 공단과 유조탱크가 덩그러니 다가왔다.
숲 길은 송림이 이어지고 사이사이로 억새와 떨갈나무, 소사나무가 진달래와 어울어져 변화를 주고 있었다.
헬기장이 나오고 이어서 천개산 정상이다.
이 곳은 억새가 많이 자라고 소나무가 둘러있어 조망이 전혀 되지않고, 자칫 주의를 하지않으면 지나쳐 버리기 쉬운 곳이었다. 그 흔한 정상 표지석 하나없이 정상을 알리는 표지가 B4용지에 코팅되어 소나무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되돌아 헬기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른쪽으로 난 좁은 길로 들어섰다.
능선길은 계속해서 송림이고 바닥은 솔잎으로 덮혀 부드러운 발길이 마치 융단 위를 걷는듯 하였다. 뒷 서 오는 아주머니 한 분이 기분이 좋은 듯 콧 노래를 흥얼거린다. 아무튼 나의 발걸음도 한층 가벼워졌다.
작은 봉우리 세 개를 지나자 3거리가 나오고 왼편길로 들어섰다.
길은 갑자기 경사를 이루면서 비탈길은 아래로 떨어진다. 자연히 걸음은 속도가 빨라지고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다행이 주변의 나무들이 곧게 잘 자란 단풍나무와 작은 교목들이어서 나뭇가지를 잡고 내려올 수 있었다.
비탈길이 계속되자 땀이 다시 솟기 시작했다. 한참을 비지땀을 닦으며 내려오자 주위의 나무들이 다시 적송으로 바뀌여 간다.
5.16 이후 산림녹화를 위해 헐벗은 산에 심었던 일본산 리끼다 소나무의 왜소함만 보아온 우리에게는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다.
낭락장송이라 하였던가!
알맞게 휘어진 가지와 푸른잎과 붉은 줄기가 골짜기에 가득 차있었다.
역시 우리산에는 우리 소나무가 제일이여!
적송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내려오니 작은 계류 하나를 넘게되고 이어서 삼나무숲을 지나자 앞에 안정사가 우릴 반긴다.
해탈교를 건너 절 집 앞에 있는 샘물을 마시고 오늘 산행을 마감했다.
바다와 산의 아름다움을 한꺼번에 맛보고 싶은 사람은 고성에 와서 벽방산을 오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산은 근처에 부산 진해 진주 마산등 큰 도시가 많아 사시사철 산꾼들의 발길이 이어지지만, 특히 진달래가 피어나는 4월 중순에는 그 아름다움이 지리산 바래봉이나 세석의 철쭉에 못지 않는다는 동네 아줌마의 자랑이다.
주차장에 도달하니 버스기사와 먼저온 아주머니 한분이 산악회에서 준비해온 소머리국밥을 맛있게 끓여놓고 산꾼들을 기다리고 계셨다. 산행을 끝낸 회원들이 맛있게도 드시는 모습에 군침이 가득들었다.
뒤풀이(하산주)로 내어논 뜨뜻한 국물에 막걸리 한 잔이 오늘 산행의
대미를 장식해 주었다.
오늘도 보람차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게 해 준 하느님과 건강 산악회원들에게 감사하며 버스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