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테리움CC에서 맛본 영국골프의 매운 맛
서울에서 1시간 30분 가까이 달려 도착한 센테리움CC는 첫눈에 외국풍의 골프코스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충북 충주시 노은면 신효리 43만평의 산악지대에 조성된 골프코스 치고는 골프코스가 담아야 할 모든 요소들을 제대로 골고루 갖춘 코스로 다가왔다. 홈페이지의 코스 설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국내 유일의 유럽형 골프코스라는 말이 실감났다.
홈페이지에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라는 이름의 각 9홀을 합쳐 모두 27홀로 전장 10,594야드에 전코스가 양잔디로 조성되었으며 영국 PGA의 골프코스 기준을 모두 충족시킨 코스라고 나와 있었다.
코스설계자 로버트 A 헌터가 밝힌 코스 설계 코멘트에서 센테리움CC 골프코스의 특징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이렇게 밝혔다. “골프코스는 골프라는 게임이 펼쳐지는 경기장입니다. 때로는 골퍼의 놀이동산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또한 골프코스에서는 아무리 공이 잘 맞지 않더라도 그 경험을 즐기고 기분 좋게 떠날 수 있어야 합니다. 골프설계의 목적은 바로 이러한 코스를 만들어 내는데 있습니다. 골프코스는 장애물로만 가득해서는 안 되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항상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골퍼에게 제공하며 18홀을 끝내고 떠나는 골퍼의 얼굴 위에 미소가 띄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코스설계가 가능하기 위해서 설계사는 골프라는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고 현존지형과 조성지형을 모두 마음속에 3차원으로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설계사는 많은 시간을 부지 분석에 할애하며 이를 골프장 시공 및 관리 지식과 결합하여 완벽한 예술착품으로 완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불행히도 필자는 한 라운드를 돌고 나서야 로버트 헌터의 철학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11월 말이라 늦가을인지 초겨울인지 모를 시기에 차가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 속에 보낸 센테리움CC에서의 다섯 시간은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도전적이고 전략적이면서 즐거움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밸런스와 난이도를 조절해 설계했다는 설계자의 의도에서 조금도 벗어날 수 없는 라운드였다.
2008년 6월 정식 오픈했다는 센테리움CC는 클럽하우스부터 정통 영국스타일의 고급스럽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겼다. 금빛의 육중한 문들이며 높은 천장, 그리고 클래식한 분위기의 실내 장식은 ‘6성급 호텔수준’이라는 말이 자화자찬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클럽하우스의 대형 창 너머로 다가온 골프코스는 계절을 잊을 만큼 짓푸른 녹색의 옷을 입고 정갈하게 누워 있었다. 주변의 험준한 산악지형에 비해 어떻게 이렇게 유순한 골프장을 조성했을까 싶을 정도로 코스 자체의 완성도는 말할 나위가 없었다. 잘 생긴 소나무들이 이 코스가 유럽의 코스가 아님을 알려주었다.
코스 길이는 그리 긴 편은 아닌 듯 했으나 하나도 섣불리 덤벼들 수 있는 코스는 없었다. 웨일즈 코스 첫 홀부터 일행은 이 코스의 ‘낯가림’을 피할 수 없었다. 실제 거리는 길지 않지만 시각적으로는 매우 길게 느껴진데다 추운 비가 내리는 날씨 탓인지 근육이 경직되어 부드러운 스윙이 불가능했다. 신체적 컨디션도 불완전했지만 코스 또한 대단한 자제심과 결단력을 요구해 코스 설계자의 의도를 제대로 간파해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무조건식 장타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고 정확한 착지를 찾아 볼을 날려보내야만 파라도 노려볼 수 있었다. 버디를 노린다고 말을 할 수 없는 것은 그린이 워낙 언듈레이션이 심해 온그린 시켜놓고도 투 펏으로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페어웨이 벙커를 제외한 그린 주변의 벙커는 그 악명 높은 항아리형 벙커로 조성돼 한번 벙커에 빠졌다 하면 우회로를 찾지 않는한 서너번 퍼덕거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항아리 벙커는 한결같이 그린 쪽으로 절벽을 세워놓고 있어 온그린은 거의 포기하고 후방이나 측면으로 우회하지 않을 수 없다. 우회를 결심하는 것도 서너 번 벙커에서 허우적거려 봐야 가능했다.
그러니 심심찮게 OB와 해저드 행이 나왔고 더블파의 스코어도 자주 나타났다. 일행은 일찌감치 스코어는 외면했다.
형편없는 스코어에도 불구하고 일행은 다시 한 번 좋은 날씨에 찾고 싶다는 말을 이구동성으로 토해냈다. 우리가 골프코스에 정직하고 성실하게 적응하지 못했지 코스 자체는 정말 다양한 요소를 갖춘 훌륭한 코스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국내에서 영국 정통 골프코스의 분위기와 조건을 그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아쉬움을 안고 센테리움CC를 떠난 일행은 한 동반자의 안내로 정말 기막힌 청국장 맛을 보는 행운을 안았다. 거의 40분 이상을 달려 충주시 앙성면 능암리라는 작은 소도시에 도착했는데 큰 길에서 약간 들어간 곳에 위치한 허름한 집(돌집식당)이 그 날 라운드의 대미를 극적으로 장식했다.
겉으로 봐선 일반 식당과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었으나 청국장 맛을 보곤 모두들 입이 닳도록 맛을 상찬해마지 않았다. 밑반찬부터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은 전통적인 시골식이어서 입맛을 당겼는데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등장한 청국장은 유달리 맛났다. 일단 지독한 냄새가 없는데도 입안으로 들어가니 청국장 고유의 맛이 진하게 전해졌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그것이 이집 청국장의 비밀스런 비법이라고 했다.
바로 옆에 있는 농협에서 생고기를 부위별로 싸게 사서 1인당 3천원씩의 서비스료로 내고 구워 먹을 수 있는 것도 색달랐다.
일행은 별 수 없이 식사를 끝내고 청국장과 생고기를 한 묶음 씩 사들고 서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