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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음력 10월이면 각 문중마다 시제를 지낸다. 시제의 목적은 조상을 숭배하므로 내가 잘 되고, 그리고 후손이 번영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2016년 11월 15일, 오늘은 나의 선조 충순위공파의 시제를 올리는 날이다. 시제는 한식 또는 음력 10월에 5대조 이상 묘소에서 지내는 제사를 관행적으로 일컫는 말인데, 요즘은 그렇지 않는 곳도 많은것 같다. 시제를 모시는 과정 역시 의식과 절차도 까다롭지만 문중마다 현실에 맞게 모시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조상을 숭배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지만 그 의식과 절차는 옛 전통을 고수하고 싶지 않다. 현 시대가 의식을 준수해 가며 조상을 모시도록 녹록한 시간을 허락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제물을 준비하고 의식을 따르는 것도 중요 하지만 이 날 만큼은 족보 책을 펼쳐 놓고 시제축문을 붓으로 직접 쓴다. 이렇게 쓰보면 집안의 내력을 알 수 있고 가문의 정통성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름전 부터 족보를 넘기며 한 줄 한 줄 금석학을 새기 듯 화선지에 시제축문을 붓으로 써본다.
늘 시제일이 다가오면 조선후기의 학자 완양 안석경선생의 말씀이 생각난다. 오늘은 선생의 말씀을 여기에 옮겨 본다. "집안이 큰 가문은 꼭 본받을 만한 조상이 있으며, 조상이 휼륭한 자는 꼭 가르칠 만한 자손이 있으니, 이는 하늘의 덕을 순히 따르면 그 후손이 반드시 번창한다. 홀로 선하게 하더라도 오히려 내 집안에게는 미칠 수 있으며, 영달하여 천하를 선하게 할 수 있다면 마땅히 내 집안으로 부터 시작하여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 라고 말씀 하셨다. 정말 주옥 같은 말씀 이였다. 나는 몇 번을 반복해 읽으며 선생의 말씀을 가슴속에 새긴다.
아버님이 떠난 빈 자리, 이제 시제참배는 모든 스케줄의 우선순위다. 왜냐 하면 1년에 딱 한번 모시는 시제는 나의 큰 성전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시제를 모시고 울산으로 상경 하면서 느낀점은 마치 큰 성전에 다녀 온 느낌이다. 조상이 주는 영적 영감이 이렇게 클 줄이야 참 기분 좋은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