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루사 태풍이 8월 31일날 왔었지요...
저는 9월초부터 작년 연말까지 마음놓고 잠을 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처음엔 일거리가 많아져서 돈을 벌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너무 좋아했었는데 막상 현장에 당도하고 나서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너무 비참하고 참담했습니다.
위 글 사진에 있는 가곡천 현장에 다다랐을 때
루사가 지나간 며칠 뒤인데
가곡천 급류부에 쓸려가다 만 승용차를 바라보며 울던 여인이 생각납니다. 그날 8월31일이 토요일이었습니다. 토요일날 태백시에서 친지의 결혼식에 참가한 여인은 시아버지, 남편과 승용차로 태백에서 풍곡을 넘어오고 있는 중이었지요.
물이란게 엄청납니다.
물은 서서히 불어나는게 아니라
-서서히 불어난다면 물살에 휩쓸려 죽는 사람들은 없겠지요-
갑자기 물살이 벌떡 일어서서 달려든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갑자기 달려든답니다.
그 물살에 차가 휩쓸렸습니다.
물살에 휩쓸려가던 승용차는 나뭇가지에 결렸고
그 순간 세 가족은 함께 승용차에서 빠져나왔는데
그 순간 또 한 번의 물살이 덮쳤습니다.
남편과 시아버지는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갔고...
여인은 다행히 물살에 휩쓸려 산기슭으로 밀려났습니다.
여인은 산기슭에서 떠내려가는 남편과 시아버지를 보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인간이 나약하고 원망스러울 때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힘이 될 수 없을 때 그때가 가장 원망스럽고
나약한 존재라고 하더군요.
그 후로 그 여인은 가곡천에서 승용차를 건져올릴 때까지
매일 그 자리에 나와 울고 갔다고 합니다.
작년, 제가 강원도 곳곳의 수해현장을 돌아다니며
긴급복구 설계에 참여할 때
그런 비정한 광경은 도처에 널려있었습니다.
눈뜨고 볼 수 없는 아비규환의 현장을 보면서
비라는 소리를 듣기만 해도 진저리가 날 정도였습니다.
비를 좋아해서 빗새라는 단어까지 만들어 낸 저였는데...
비 소리만 들어도 진저리가 날 정도였으니...
아직 빗줄기는 내리지 않지만
하늘에 낀 매지구름은 더욱 더 어두워져 갑니다.
곧 빗줄기가 내릴 것 같은 하늘인데
저는 하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급물살에 떠내려가는 것을 맥없이 바라보고 있던
여인처럼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그 누가 막겠습니까?
그저 맥없이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