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기차여행(역답사) - 일곱 째 날(목포역)
1. 목포역
- 역답사의 종착역인 ‘목포역’에 도착했다. 목포역 주변 ‘근대역사거리’는 점점 원래의 모습을을 잃고 있다. 오래된 건물들은 주변에 들어선 건물들 속에서 존재감을 상실한다. 점처럼 주목되지 않고 박혀있을 뿐이다. 결국 과거를 기억하게 하는 매력적인 역사의 거리도, 그렇다고 화려한 상업적 거리도 아닌, 뒤섞이고 혼종되어 정체성을 말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현재만이 남아있다. 목포는 이제 특별한 인상을 주는 도시의 자격을 상실해가는 것일까?
- 여행의 마지막을 멋지게 경험했다. 2020년의 첫눈을 눈이 잘 오지 않는 목포에서 만났다. 그것도 엄청난 폭설이었다. 항상 멀리서 관찰하던 유달산을 이날은 제대로 답사했다. 새로 만들어진 유달산 둘레길을 돌고 유달산의 정상인 ‘일등바위’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그때 눈을 가리면서 세상을 뒤덮는 눈의 세상을 만난 것이다. 폭설 너머로 보이는 목포의 소박한 도심은 신비한 도시의 장면이다. 바다와 산 그리고 눈의 조화를 목포의 가장 높은 곳 ‘일등바위’에서 만끽한다. 여행의 끝을 축하하는 자연의 퍼포먼스였다. 제법 쌀쌀한 바람도 겨울의 맛을 풍성하게 베풀고 있다. 쉽게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세상이었다.
- 목포에서 용산까지 KTX를 탔다. 3시간도 못되어 도착했다. 대한민국이 가까워졌다. 언제든지 떠나고 싶은 곳을 곧바로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피곤하지만 몸은 가벼웠다. 여행 내내 나를 지켜준 ‘신발’도 훌륭한 동반자였다. 어떤 신발보다도 편안하게 걷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7일간의 역답사를 마무리한다. 이날의 기억은 또 다른 길의 떠남을 연결할 것이다. (코로나 시대 시도한 ‘혼자만의 여행’이었다.)
첫댓글 항구 도시 목포의 지나친 꾸미기 형태가 기억난다. 김대중 기념관의 을씨년스런 모습이 선명하다. 난립이 아닌 시공간이 어울리는 기억으로 재탄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