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사이에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지난 토요일 바람이 불고 거리에는 양버짐 나뭇잎이 휘날려 몹시 어수선했습니다. 시내에 나가보니 사람들이 외투를 입고도 갑작스러운 추위에 웅크리고 종종 걸음을 걷는 모습으로 또 한 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시장님!
요즘 시민들의 마음은 더 어찌할 수 없을 만큼 작아지고 있습니다. 평소에 행동으로 실천하는 시장님을 뵙고, 시민은 존경을 한 마음으로 보내며 훌륭한 목민관으로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마음은 왜 이리 작아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기 때문인가 봅니다.
저는 자주 육거리 시장을 찾아듭니다. 그곳은 우리 지난 시대의 사람들이 삶에 대한 애환이 서린 곳이지요. 그리고 경제적이나 사회적 문화적 종합 정보의 보고가 깃들여 있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장님께서는 요즘도 육거리 시장에 가보셨는지요? 육거리 시장은 청주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이지요. 청주의 자랑거리 열 가지 중 한 가지로 꼽히는 곳이 육거리 재래시장이라고 하더군요.
서민의 많은 이야기가 담긴 시골 식 장터가 대형 유통 시장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아 전국 최초로 상품권을 발행, 브랜드 마케팅의 선두주자가 되기도 하였다는 청주시의 자체평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직도 허기진 모습을 감추지 못한 채 안간힘을 다해 살아가는 서민들의 마음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곳 상인들이 활짝 웃는 모습을 찾기엔 아직도 많은 세월이 흘러야 되나봅니다. 재래시장 지원이라는 시장님의 치적은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지원이 육거리 시장 사람들의 깊은 심장까지 파고들 수 있는 지원이 되었는지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 주었는지 되짚어 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청주 시민이 저절로 발걸음을 모을 수 있게 우리 충청도의 멋과 맛과 흥이 살아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되었는지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바람 부는 길거리에 앉아 점심을 먹는 할머니들의 차갑고 거친 손을 잡아 보셨나요?
거기서 누구보다 친절한 생선 가게 아저씨나, 손이 크다고 소문난 청과물 가게 아주머니와 흥정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시장 한 귀퉁이 보리밥 집에서 전통 된장에 보리밥을 비벼 잡수시다 보면, 어머니 같기도 하고, 이웃집 아저씨 같기도 한 시장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분들의 꾸밈없는 이야기들이 시정의 바탕이 될 것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린다면 사랑하는 우리 청주시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을 끔찍이 사랑해 주셨으면 합니다.
시장님께서도 자연을 형제라고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시겠지요? 자연의 날숨은 우리의 들숨이 됩니다. 우리 조상의 영혼과 역사가 나무들의 영양이 되듯이 건강하게 잘 가꾸는 청주시 공원의 나무들은 시민의 양식이 되고 건강 지킴이가 됩니다. 시장님께서는 시민이 바라는 것이 개발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정작 많은 시민의 소망은 보존이라는 점도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시민의 권리는 똑같이 존중해야 합니다.
우암산을 바로 보는 시민이나 우암산 기슭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의 시민의 권리도, 개신 오거리 부근에 살며 늘 주변을 걸어
야 하는 사람과 차를 타고 바삐 가야 하는 사람의 권리도 함께 존중해야 합니다. 산성동에서 미원으로 질러가고 싶은 사람이나 청주 주변의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권리도 모두 존중해야 합니다. 골목에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권리도 중요하고, 싸고 질 좋은 생필품을 친절하고 편리하게 사고싶은 시민의 권리도 소중합니다.
존경하는 시장님!
새해에는 더 많이 서민의 손을 잡아주시고, 더 많이 자연을 사랑하시고 더 많이 시민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이 하나라는 생각으로 시정을 풀어 가신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시민의 존경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새해에는 더욱 더 건강하시고 더욱 큰 열정으로 하시고자 하시는 일을 잘 이루어 내시기를 소망합니다.
김 정 자 충북여성문학회장(수곡2동)
첫댓글 그렇지요? 복지국가란 음지의 궁핍이 줄어들고 하층민들이 윤택한 삶을 살도록 정부나 국민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국가일 것입니다. 이 추운 겨울날 육거리서 마디굵은 손으로 물건들을 팔고 계시는 연로하신 할머니들을 뵐 때마다 왠지 가슴이 싸아합니다. 시장님께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