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4일 한국방송공사의 이강택 피디는 “위험한 연금술, 유전자조작 식품”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환경 스페셜’ 시간에 내보냈다. 이강택 피디는 작년 10월 29일, “얼굴 없는 공포, 미국 쇠고기 보고서”를 ‘KBS 스페셜’ 시간에 펼쳐 보인 적 있는데, 이후 6개월 동안 방송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경력을 가졌다. 한미FTA 4대 선결조건의 하나였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문제를 건드리고,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현지 취재로 확인한 프로그램을 방영하자 한국방송공사는 이유를 밝히지 않고 담당 피디를 6개월이나 비공식으로 징계한 것인데, 그 일련의 과정은 우리의 우울한 현실을 반영한다.
이강택 피디 인도 남서부 와랑가 지방의 한 농촌마을을 취재했다. 그 마을에서 벌어진 사연은 유전자조작의 불확실성을 잘 말해준다. 겨울에 목화 잎을 먹은 양들이 떼죽음을 한 것이다. 농부 재산 목록 1호인 양들이 소화기관의 질산 중독으로 죽어가자 농부들의 자살로 이어졌다. 유전자조작 목화를 심고 3년 만에 양 1만 마리가 희생되었고 양을 키우는 농민 15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양을 키우는 농부만이 아니다. 해충을 죽이는 씨앗이라고 광고하던 목화 종자가 값이 4배나 비싼 만큼 효과가 없었다. 광고를 믿고 고리대금을 얻어 농사짓던 농민들이 자살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유전자조작 목화씨를 개발해 판매한 미국계 회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들은 목화씨를 개발할 때 양이 목화 잎을 먹으리라는 걸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미국 남부의 농부들은 목화만 재배하지 양을 키우지 않으므로. 유전자조작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목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당장 드러나지 않아 그렇지 대부분의 유전자조작은 결국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기술적 한계가 분명하지만 자연의 질서를 교란하기 때문이다. 조작한 유전자를 숙주 유전자의 어디에 넣어야 하는데, 어느 지점에 어떻게 넣어야 원하는 형질만 발현되고 뜻하지 않을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지, 현재 과학은 전혀 알 수 없다. 앞으로의 과학도 마찬가지다. 부작용을 예측할 수단은 영원히 없다.
유전자는 홀로 발현하는 게 아니다. 유전자와 유전자 사이의 관계, 유전자와 환경의 관계, 유전자와 그 유전자를 가진 개체의 관계에 따라 발현 정도는 사뭇 다르다. 사람의 경우, 나이에 따라, 건강 여부에 따라 유전자의 발현은 다르다. 기후변화 시대에 우리는 환경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 어떤 형질을 발현하는데 어떤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하는지 과학기술로 전혀 짐작할 수 없다. 유전자는 이합집산으로 형질을 발현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어떤 벤처기업은 이른바 ‘유방암 유전자’를 찾아주며 돈을 벌지만, 우리는 유방암 유전자가 몇 개인지, 개체와 환경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모른다. 유방암을 일으킨다고 주장하는 그 유전자는 정작 평생 정상으로 살아가는 여성에게 99퍼센트 나타난다.
2004년 영국의 BBC는 유전자조작 옥수수 사료를 먹은 닭이 그렇지 않은 닭의 폐사율보다 두 배 높다고 보도했다고 이강택 피디는 전한다. 유전자조작 감자를 먹은 쥐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발표한 1998년 영국 아파드 푸스타이 박사의 주장은 2006년 사실로 증명되었다. 덩치가 30배나 커서 수영도 못하는 유전자조작 연어를 먹어도 될까.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것으로 의심하는 유전자조작 콩과 옥수수와 감자는 언제까지 우리와 후손의 안전을 보장할까. 우리는 지금 무책임한 짓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2일, 우리나라는 세계 143번째로 바이오안전성의정서를 비준했다. 이제 우리는 바이오안정성의성서가 규정한 사전예방원칙의 정신에 따르는 소비자가 참여하는 가운데 안전 정책을 펼쳐야한다. 소비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안 먹을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유전자조작 여부를 밝히는 표시 제도를 요구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철 제 고장의 유기농산물을 직거래를 운동 차원에서 활성화하는 것이다. 내일의 안정을 위해 늦출 수 없는 정언명령이 아닐 수 없다. 인도에서 죽은 양이 전하는 묵시록을 잊으면 안 된다.
첫댓글 올 여름, 한국방송공사의 환경스페셜 프로그램을 보고 쓴 글입니다. 유전자조작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지는 사회에 대한 경각심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지만, 정작 그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는 드뭅니다. 그 프로그램을 근거로 유전자조작의 위험성을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며칠 전 방송에서 농부들이 파란 색깔의 귤을 따서 노랗게 약품 처리하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바나나도 마찬가지라고 하더군요.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일들이 태연하게 다반사로 일어나니 도덕적 불감증이 만연해진건지 그 방송을 함께 본 사람들은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 한 번 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런 거 저런 거 다 빼고 나면 먹을 것 하나도 없다. 원래 다 그렇고 그런 거다. 그런 거 몇 십 년 먹었는데 아무렇지도 않다. 이런 심리가 유전자 조작식품이 판을 쳐도, 수입 쇠고기가 아무리 나쁘다고 외쳐도 소비 상에 문제가 일지 않는 이유인가 봅니다.
동감이예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먹거리는 한 시도 벗어 날 수 없는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오늘날의 사태를 보면 가슴이 써...늘해집니다.
양이 사람으로 바뀌는날이 멀지 않았을 수도 있겠네요.이만큼 살아온 우리들은 그렇다치더라도 우리의 아들딸들은 어쩐대요.
혹 숫자에 오류가 있는것 아닌지요? 양 1만 마리에 농부 1500명 자살이란 게 믿어지지 않네요.
숫자의 오류는 없습니다. 저는 그 비디오로 4개학교 6개 학급에서 토론을 했습니다. 보도된 숫자는 틀림이 없습니다. 다만 양을 키우는 농민에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재바하는 농민을 포함하여 1500명입니다. 그래서 인도 농민은 유전자조작 씨앗을 '죽음의 씨앗'이라고 합니다.
그러게요. 숫자의 오류를 생각할 만큼 믿어지지 않는, 그러나 엄연한 현실이군요.
어머니께서 고급스럽게 포장한 수입산 냉동 쇠고기 뼈를 노인정으로 팔로 온 사람한테서 사오셨습니다. 다른 분들도 양 많고 싼 맛에 다들 사셨다고 합니다. 유통기한도 없고 원산지 표시도 없고 어찌나 난감하던지 요. 먹으면 안 된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드려도 왜 그렇게 막무가내신지. 수입고기를 더 좋아하는 어떤 사람들은 수입고기가 국산 고기보다 오히려 품질이 더 났다고 우깁니다. 우리처럼 좁은 축사에 가둬 놓고 사료를 먹여서 기르지 않고 드넓은 대지에 풀어서 키운다고요. 이곳에 올려진 글들을 죽 돌이켜 보니 미국 산 쇠고기의 폐해만 거론하신 것 같은데, 그렇다면 미국 산 쇠고기만 피하면 되는 것인지요?
답이 늦었습니다. 광우병에 관해서,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쇠고기 중, 미국산이 문제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문제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한우는 우리 땅이라는 점 빼고 그리 다를 것도 없습니다. 유기농 한우라면 좀 낫겠지만 비쌉니다. 비싸면 조금 덜 먹으면 되겠지요. 더 먹어서 탈나는 것보다 덜 먹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생협 등 조합원에 가입하면 유기농이 생각보다 비싸지는 않더라구요. 부자들의 건강과 입맛에 봉사하는 유기농이 되서는 안됩니다. 언제나 유기농 식품이 일반화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