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품 수집과 감상법 82 - 너무 비싸요.
“그 나이에 벌써 호당 20만원 이라고?”
“10년이나 20년 후에는 어쩔려구 그렇게 비싸게 받는데...”
작품 거래가 꾸준한 50이 넘은 작가의 말이다. 자신도 근 10여 년째 호당 20-25만 원 정도에 거래가 되는데 서른이 채 안된 작가의 작품가가 호당 20만원이라는 소리에 미래를 걱정한다. 지금 당장이야 인기가 있어 그렇게 팔린다고 할지라도 미술품 거래가 주춤하는 시기가 되면 거래가 어려울 것이라는 소리다. 그는 현재 가격이 호당 25만원임에도 비싸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작품 거래가 없어도 친구 따라 가격을 올리기도 한 것이 우리나라 미술시장이었다. 이러한 경향이 요즘 젊은 작가들이 따라한다. 대학원 졸업하는 나이면 무조건 호당 10만원이란다.
젊은 작가에 주목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젊다는 것은 작품도 참신하지만 작품 가격도 만만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매년 열리는 아시아프(아시아 대학생 청년작가 미술축제)에는 작품가격이 호당 2-7만 원 정도다. 대학생의 작품가격으로 적당해 보인다. 싸다고 능사는 아니다. 이사갈 때 두고 간다.
그런데 소위 잘나간다는 젊은 작가(30대)는 나이만 젊을 뿐이지 가격은 결코 젊지 않다. 젊은 작가는 이럴 때 긴장하여야 한다. 구매자는 거래가 없더라도 작품가격이 오르길 기대한다. 지금 200만원에 매입한 작품이 10년이 지나도록 그대로 가격이거나 거래가 없다면 미술시장에서 사장되기 쉽다. 평생에 걸쳐 꾸준히 판매되면 좋겠지만 예술은 오랜 시간과의 싸움이다. 일순간의 인기가 지속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삭막한 시장의 홀로서기를 할 때 팔리는 가격을 생각해야 한다. 10년이 지나도록 작품 가격의 상승이 없으면 작가의 인지도와 인기가 시들었다고 생각한다.
작품가격이 나이 서른이 되기 전에 몇 천 만원이 넘어가면 이들의 그림을 산 사람들은 10년이나 20년 후에 얼마의 이익을 볼 수 있을까. 그때쯤이면 수천만 원 혹은 수억 원을 호가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적인 거래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오랫동안 미술시장에 살기위해서는 꾸준한 작품 활동과 작품가격의 완만한 상승곡선이 좋다. 인생은 짧고 예술이 긴 만큼 작품 가격도 길게 가야한다. 화랑에서 가격을 올려 팔자고 하면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한다. 화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화랑의 영업이익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많은 화랑 관계자들이 대학교 실기실을 방문한다고 한다. 젊고 참신한 작품을 발굴한다는 취지는 분명 좋은 것이지만 어린나이의 예술가들이 기성 화랑이나 관계자들에게 휘둘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작품이 눈이 띄어 초대전도 하고, 작품판매도 잘되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지만 급격한 가격상승은 평생을 거쳐 예술의 길로 가야하는 이들에게는 족쇄가 될 가능성도 높다. 화랑에서는 지금 당장 잘 팔리는 작가를 좋아하지만 미래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 어느 한 순간 작품 매매가 끊어지면 외면하는 것이 자본의 생리임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미술시장이다. 작품은 빨리 가더라도 작품 가격은 좀 천천히 같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수화랑(현대미술경영연구소)서울시 사간동 41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