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름 : 섬 번 호 : 1419
작 성 일 : 2001/07/28 (토) PM 08:50:59 (수정 2001/07/28 (토) PM 09:08:44) 조 회 : 623
깊은 밤…..
하늘에 휘영청 떠있는 달…. 회색 구름 한자락이 언뜻 가리며 지나가고
그밑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무덤들의 행렬 언덕너머로 사라져 간다.
동일 : (E) 한밤중 공동묘지에 간다고 상상해 보는거야 !
멀리 무덤들 사이에서 언뜻 흔들거리는 불빛들….
신화: (E) 죽은 영혼들이 서서히 깨어나면서 기지개를 켜겠지 ?
묘지 한켠에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 길게 뻗치는….
지민: (E) 그래~ 저승 귀신들이 멋모르는 인간들 놀래 줄려고 돌아 다닐 거야.
무덤사이로 떠돌아 다니는 검은 형체의 뒷 모습 점점 가까워지는…..
흥수 : (E) 그러다가…. 귀신과 정면으로 따악~ 마주친다면…..?
검은 형체 갑자기 멈추더니… 휘익~ 돌아서는….
#1 동광고 전경 (밤)
유미 : (E) 엄마야아~~~~~
#2 동광고 교정 (밤)
영화반 아이들 떼지어 걸어 나오고 있다.
유미 손으로 귀 꼭 막으며 울상짓고 있고 아이들 웃는….
정연 : (웃으며) 그만해 ! 유미 오늘밤 잠 못자겠다.
애라 : (짐짓 유미한테 눈 흘기며) 기집애~ 그래가지구 넌 내가 출연한 드라마
시청이나 할 수 있겠냐 ?
흥수 : 역시~ 열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더니,
그동안의 쉼없는 도전 끝에 애라가 드디어 TV 출연을 한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
유미 : (볼멘) 애라가 지금까지 열번도 훨씬 더 넘게 오디션 봤는데….
왜 그럼 그동안은 한번도 안됐어 ?
흥수 : (답답한듯) 배유미 ! 말이 그렇다는거지…(더 말하려다가) 어이구~ 관두자.
(애라한테) 그건 그렇고, 하필 대망의 탤런트 데뷔작이 귀신 드라마냐 ?
애라 : (상관없이 들뜬) 여름철이니까 납량 특집 드라마 한창 많이 만들고 있잖아.
이건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해가지구 제목도 ‘학교괴담’이구
배역들도 실제 고등학생 중에서 주로 뽑았거든.
신화 : 그래. 뭐든 일단 기회가 주어졌다는 게 중요한 거잖아.
그리구 배우라면 다양한 장르를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거구.
지민: (한숨) 어휴~ 우리는 여름방학이라고 해봐야 보충수업한다고
계속 학교 다녀야 하는데, 넌 신선미나 남성표같은 스타들하고
드라마도 찍고 너무 좋겠다야 ~ 너 촬영할 때 우리 구경가도 되는 거지 ?
애라 : 당근이쥐~ (눈 빛내며) 비록 단역이지만 나 정말 열심히 할거야 !
이제 이 정애라가 연예계를 평정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걸
꼭 보여줄 거라구 !
주먹 불끈 쥐어 보이는 애라 둘러싸고 아이들 화이팅~! 하는…..
#3 방송국 내 (아침)
발랄하게 차려 입은 애라 날아갈 듯 걸어 가면서
아무한테나 애교있는 미소로 ‘안녕하세요 !’ 하며 인사한다.
지나가던 사람들 피식 웃거나 아니면 아예 무시하고 지나가고…
어느 사무실 앞에서 멈춰서 문여는 순간
누군가 동시에 안에서 문열고 나오면서 둘 부딪친다.
애라 : (얼른 물러나며) 어머 ! 죄송합니다~ (하면서 보면 신선미이고 반가운)
안녕하세요 ? 저두 이번 드라마에 같이 출연하~ (하는데)
선미 : (눈 치켜 뜨며 거칠게) 뭐야 ! 눈 좀 똑바로 달고 다녀 !
아침부터 재수없게시리~
애라 : (어이없어 멍한) ……..
문득 애라 뒤로 시선 주며 환해지는 선미, 종전과는 180도 다른 얼굴이 된다.
애라 뒤돌아 보면 어떤 정장한 남자와 캐주얼한 차림의 남성표 걸어 오고 있고
선미 : (쪼르르 달려가 정장 남자 팔짱끼며) 어머머 ! 사장님~
저 이번 드라마 헤어스타일이랑 의상 컨셉이 넘 맘에 안드는데요.
감독님한테 가서 말 좀 해주세요~
김사장 : (어린애 달래 듯) 코디 말로는 선미가 마음을 너무 자주 바꾼다며 !
선미가 드라마 잘 할려는 욕심이야 나도 고맙지만
주위 사람들 생각도 해줘야지, 안그래 ?
선미 : (귀엽게 뾰로통한) 그래두 싫은 걸 어떡해요 ?
성표 : (미소) 내생각엔… 그 컨셉으로 하면, 선미가 어린 십대 소녀가 아니라
좀 더 성숙한 여인의 이미지를 풍길 수 있을 것 같던데…
선미 : (금새 풀리며) 정말 ! 그럼 그렇게 하지 뭐~
성표 피식 웃지만 김사장 얼굴에는 언뜻 불쾌한 표정 스치는…..
세사람 애라 옆으로 스쳐 지나 가고
성표 지나치면서 곁눈으로 애라 흘끗 보는….
애라 좀 전의 씩씩한 태도에서 다소 기죽은 듯 하다가
기운 내자~ 하는 표정으로 어깨 곧추 세우며 사무실 문 힘차게 밀고 들어 선다.
#4 사무실 내 (잠시 후)
애라 한 구석에 붙어 서서 겁에 질려 있고
맞은 편에는 송아지만한 도사견이 애라를 호시탐탐 눈여겨 보고 있다.
조연출: (격려하는) 둘이 잘 해보라구~ 일사불란한 팀웍을 이뤄야 하니까 !
애라 : (기겁) 무슨 소리세요 ? 개가 등장하는 장면 대본엔 없었는데 !
조연출: 아~ 그거 ? (뿌듯한) 내가 감독님께 새로 제안한 아이디어거든.
사람만 죽어서 귀신되나 ? 개도 죽으면 귀신될 수 있지~
그러니까, 네가 무덤에서 걸어나오는 장면에서… (하는데)
애라 : (말 자르며 다급하게) 잠깐만요 !
저는 신선미의 짝으로 나오지, 귀신역이 아닌데요.
조연출: (생각난 듯) 아~ 이런 깜박했네 ! 바로 그 이야기 하려고 오라고 한건데.
선미네 기획사에서 자기네들이 키우고 있는 신인 한명을 그역으로
해달라고 해서 말야. 우리야 신선미가 출연해줘서 고마운 판인데
그 정도 부탁이야 안들어 줄 수도 없잖아 ?
애라: (기막힌) 그런 게 어딨어요 ? 그럼 오디션하는 의미가 없잖아요.
조연출: (으쓱) 아니~ 그러면 그런 기획사 빽 없이 이동네에서 혼자 힘으로
클 수 있다고 생각한거야 ? 보기보다 순진하네 !
애라 : (할 말없는) …..
조연출: 너무 그렇게 우거지상 할 필요없다구~
애라가 나오는 씬이야 하나 뿐이지만 꽤 비중이 높은 씬이니까.
그리구 얘도 보기만 이렇지, 순함~ 그 자체야.
이름까지도 순둥이잖아. 그렇지 ? 순둥아~
동감이라는 듯~ 순둥이 날카로운 이빨 드러내며 으르렁거린다.
#5 방송국 밖
벤치에 앉아 있는 애라 어깨 축 처져있는…..
갑자기 얼굴 앞으로 쓱 내밀어지는 복숭아 캔쥬스.
성표: (옆으로 앉으며) 내가 젤 좋아 하는 과일이 복숭아라서~
(친근하게) 혹시 복숭아에 알레르기 있거나 그런 거 아니겠지 ?
애라: (얼떨떨하다가 금새 애교스럽게) 아뇨 ! 저어~ 복숭아 무지~ 좋아해요 !
성표: (반갑게) 야~ 잘됐다 ! 사실 우울해 보이길래 어떻게 말걸어야 할까
고민했었거든. 이게 그 옛날 전설에 나오는 천도 복숭아 였더라면
단숨에 애라 기분 짱~ 시켜줄텐데…그렇지 ?
애라: (기쁜 놀람) 제 이름 어떻게 아세요 ?
성표: (쑥스러운 듯) 좀 전에 복도에서 봤을 때 맘에 걸려서….좀 알아 봤지.
아까…. 선미 때문에 기분 많이 안 좋았지 ?
애라: (황급히) 아, 아네요 ! 제 기분 그런 건 ….. 바뀐 제 배역 때문에…
성표: (멈칫) 이번이 첫 출연인데 벌써 배역 작다고… 실망하나 ?
애라 : (한숨) 그래두…. 친구들한테 구경 오라고 큰소리 쳐놨는데,
대사 한마디 없는 엑스트라같은 역으로 바꿔버리다니 너무 하잖아요.
성표 : (미소) 내가 이야기 하나 해줄까 ?
내 첫 출연 드라마 방영 날, 우리 어머니가 이웃사람들 다 불렀었지.
그 때 나는 송승헌 대역이라 액션 씬에서 뒷모습만 나왔거든.
앞모습일 때는 송승헌이 다시 나타났고….
근데…우리 어머니 당당하게 좌중을 둘러 보시며 이러시는거야.
우리 성표 뒤통수가 송승헌 앞통수보다 훨~ 낫지 않소 ?
애라 : (뭉클한) 아주 좋은 어머니시네요.
성표 : (미소) 그때 다짐했지. 언젠가 나도 앞모습까지 떳떳하게 보이겠다고…
애라는 그래도 첫작품에서부터 자기 얼굴 정면에 보이잖아.
그러니 나중엔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유명해지지 않을까 ?
애라 : (기분 좋은) 아이~ 선배님도…. 제가 어떻게 감히….
성표 : (따뜻하게) 애라를 보니까 데뷔시절 내모습이 많이 생각나네.
나도 어려운 시절 거쳐 봐서 잘 아니까, 힘든 일 있으면 언제건 말해.
내가 선배로서 연기 개인지도 해 줄 용의도 있으니까…..
안그래도 이번 ‘학교괴담’ 에서 내가 선생님역 맡았잖아 !
애라 : (가슴 벅찬) 고맙습니다 ! 사실 아까 까지도 모든게 너무 실망스러웠는데
지금은 제 맡은 역에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힘이
불끈~ 솟아오르는 것 같아요.
환하게 웃는 애라의 얼굴 클로즈업 되면서…..
#6 공동묘지 (밤)
애라의 얼굴 보이는….
산발한 머리, 섬찟하게 분장한 눈 위로 흘러내리는 한줄기 피자국….
한 손에 잡고 있는 줄에 매여 있는 순둥이 역시
사방으로 뻗친 야광칠한 갈기 털로 조명 밑에서 흉칙한 모습이다.
한구석에 유미 제외한 영화반 아이들 모여 서있는
정연: (좀 편치 않은) 유미, 지가 알아서 안오기 잘한 것 같네.
왔으면 아마 애라 얼굴만 보고도 기절했겠다.
흥수: (설레)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공주병 애라가
저런 귀신 분장을 감수하다니….
꿈을 이루는 길이 과연 멀고도 험하긴 한가부다~
주위 촬영 준비 부산한….
PD : (짜증난) 아, 남성표는 왜 아직도 안 나타나는거야 ?
조연출: 방금 연락 왔는데요. 오는 도중 교통사고 현장을 지나게 돼서
길이 많이 막히는 바람에 딴길로 돌아 오는 중이랍니다.
PD: (불만) 그 인간, 또 매니저 따돌리고 어디로 혼자 튀었다가 오는 거 아냐 ?
하여간 관리가 힘든 친구라니까 ! (고개 돌리며) 야 ! 거기 안개 퍽퍽 좀
뿜어 봐 ! 악몽 장면에 안개가 그렇게 빈약해서야 어디 음침해 보이겠냐 ?
주위 서서히 감싸는 안개 사이로 멀리 흔들거리는 불빛 언뜻 보이는…
갑자기 휘이익~ 강한 바람 불면서 반대편으로 안개 몰아가고
PD가 어떻게 좀 하라고 소리지르면, 스태프들 대형 선풍기 끌고 와서
맞바람 만들려고 애쓰는 가운데…
순둥이 갑자기 귀 쫑긋 치켜 세우고 어깨 주위의 털들 부르르 떨더니…
공동묘지 안쪽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애라 젖먹던 힘을 다해 줄 잡아 당기지만 역부족이고
줄 놓치면서 그 반동으로 땅바닥에 나동그라지는….
감독: (폭발하는) 야 ! 그깢 개 하나 제대로 붙들고 있지 못해 ?
(한구석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영화반 아이들 눈에 띄자)
니들 뭐야 ? 거기서 빈둥거리지 말고 빨리 가서 개 붙잡아 와 !
흥수: (황당) 저,저 그게 저희는….(하는데)
애라: (재빨리 나서며) 저기… 부탁인데 니들이 순둥이 좀 찾아 와 줄래 ?
훈련된 개라 멀리 가진 않을 거야 !
아이들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서로 얼굴 바라 보는데
신화: 그래. 우리가 가지 뭐. 우리 다섯명이나 되는데 개 한마리 못 찾겠니 ?
(영화반 아이들 돌아 보며) 가자 !
어수선한 중에 한쪽 켠에서 선미 살그머니 촬영장 빠져나가는….
#7 공동묘지 한구석 1
영화반 아이들 ‘순둥아~’ 크게 부르며 무덤사이로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있다.
정연: (한숨 쉬며) 역시 묘지라 그런지 기분 별로다. 아무튼~
야밤에 공동묘지에서 개찾기라니, 무슨 엽기 영화 제목해도 되겠다.
지민: (둘러 보며) 혹시 이공동묘지 대한민국에서 젤 큰 데 아닌가 ?
한참 걸어 왔는데도 도대체 끝이 안 보이네.
깜깜하기까지 한데 여기서 개 한마리를 어떻게 찾냐 ?
흥수: (열받친) 이 망할 놈의 개~ ! 누가 저더러 똥개 아니랄까 봐 이렇게
티를 내냐 ? 요새 안그래도 복철인데 저렇게 지맘대로 나다니다
아예 보신탕~이나 되버려라 !
동일: (언짢은)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그렇게 악담하는 게 아냐.
흥수: (기가 찬) 아니~ 이 와중에도 너의 그 동물사랑이 꼭 나와야 되겄냐 ?
신화: 그만하자. 우리 지금 친구를 위해서 이러는 거잖아.
애라의 첫 드라마 출연인데, PD한테 잘못 찍히면 안돼잖아.
흥수: (한탄하는) 아~ ! 이런게 바로 우정의 힘이라는 것이냐 !
#8 다른 한구석 2
선미 핸드폰 귀에 대고 주위 두리번거리며 조심조심 어디론가 향하는…
선미: (겁먹은 목소리로) 어디에 있는거야 ? 나 무서워 죽겠어~
그 때 선미 뒷 쪽에서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검은 형체…..
#9 또 다른 한구석 3
순둥이 맹렬하게 달리다
드디어 앞에 뭔가 허였게 움직이는 물체 발견하자
낮게 그르릉 목 울리며 몸 낮춰 공격자세 취한 후
일시에 공중으로 뛰어 올라 덮치는…
달빛에 야광칠한 갈기털 섬뜩하게 번뜩인다.
순간 뒤돌아 보는 형체,
길게 휘날리는 옷자락 피자국으로 얼룩져 있고
사방으로 뻗쳐진 머리털 하나 하나가 뱀처럼 꿈틀거리는 밑으로
눈과 입 크게 벌어지는….
(E) 꺄야아아아악~~~~~
#10 다른 한구석 2 (같은 시간)
공포로 하얗게 질린 선미…. 크게 벌린 입에 두 손 갖다 대고,
자기 앞에 서 있는 검은 형체… 눈 동그래져서 바라보다
그대로 뒤로 넘어가며 기절하는……
#11 한구석 1 (같은 시간)
영화반 아이들 놀라 퍼뜩 멈춰 서는….
흥수: (헉~하는) 야, 야 ! 이거 비명소리 아냐 ? 어, 어디에서 나는 거야 , 엉~ ?
동일: (이쪽 저쪽 살피며) 비명이 한군데가 아니고 두군데에서 난 것 같은데….
지민: (겁먹어 움추리는) 어, 어떻게 해 ? 서, 설마 귀신은 아니겠지 ?
정연: (굳은) 여긴 외진 곳이라… 혹시 불량배들이라도 들어 온 게 아닐까 ?
신화: (침착하게) 아무래도 안되겠다. 지금은 개 찾는게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지민이하고 정연이는 바로 촬영장으로 돌아가서 보고해라.
나머지 우리는 가까운 저쪽 언덕 너머부터 먼저 가보자.
흥수: (펄쩍 뛰는) 야~ 우리가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우리끼리 가보냐 ?
이런 때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 거라구 !
#12 촬영장
경찰차 한쪽에 보이고
촬영팀외에 한쪽에 모여 있는 몇몇 사람들 모두 기괴한 모습들인….
경찰 1: (황당) 아니 ! MT를 공동묘지에서 그것도 한밤중에 해요 ?
남자 1: (궁시렁) 말했잖아요 ? 우리는 진정한 21세기적 엽기를 추구하는
인터넷 동호회라구요.
경찰 2: (혀 차는) 하여간 살다보니 별일을 다 보겠구만.
당신들 대표가 누굽니까 ?
여자 1: (두리번거리다) 그사람 아까까지 있었는데…. 워낙 평소에도 바람같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사람이라 어디 갔는지 모르겠는데요.
어차피 우린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변장들 하고 만나니까 얼굴들도 모르구
이름도 사이버 아이디로만 통하거든요. 회장 이름은 야누스구요,
(자기 뱀 가발 머리 들어 올리며) 저는 총무인데 보다시피 메두사인데요.
경찰1: (짜증나는) 공공장소에서 집회하려면 허가 맡아야 되는 거 몰라요 ?
당신들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잖아 !
여자1: (볼멘) 어머~ 한밤중에 공동묘지에서 우리가 피해줄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래요 ? 죽은 사람들이 자기들 수면 방해한다고 신고라도 한담 몰라도~
(찢겨져 너덜거리는 자기 옷 보고 인상 쓰다가, 얌전 빼고 앉아 있는
순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우리보다도 이런 공공장소에 저런 야수~를
함부로 풀어 놓는게 더 큰 피해 아닌가요 ?
경찰 아무래도 대화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고개 설레 흔들다가 선미 쪽으로
경찰 2: 그런데 신선미양은 무슨 일로 묘지 한 복판에 혼자 나갔던 겁니까 ?
선미: (당황하는) 그게, 저.. 그, 그러니까… (손 올려 가슴에 대며)
아까 너무 놀래서 가슴이 아직도 진정이 안되는 것 같아요.
(애라 쳐다보며) 야, 거기 너 ! 나 지금 너무 목이 타니까
마실 것 좀 가져와 !
애라: (발끈) 내 참 ! 내가 무슨 니 하녀니 ? 니가 갖다…(하는데)
PD: (버럭) 야 ! 뭐든 빨랑 빨랑 갖다 주면 될 거 아냐 ?
이러다 촬영도 못하고 날밤 새겠다 !
애라 할수 없이 입술 질끈 깨물면서 참담한 표정으로 나가는 뒤로
영화반 아이들 수근거리는 소리 들리는….
지민: (E) (열받는) 신선미 쟤, 우리보다 나이 어리지 않어 ?
근데 어쩜 애라한테 반말을 저렇게 함부로 하니 ?
정연: (E) (역시 기분 나쁜) 너무 안하무인이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TV에서 보던 이미지랑 너무 다르네.
흥수: (E) (걱정스러운) 애라 자존심에 피가 거꾸로 솟겠다.
#13 촬영장 한 구석
애라 걸어 가는 앞으로 차 한대 들어와 급정거하면서 성표 내리는…
성표: (반갑게 웃으며) 이야~ 이게 누구야 ? 이렇게 이쁜 귀신 만날 수 있다면야
공동묘지 놀러 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
애라: (역시 반가운 미소 활짝) 아이~ 선배님도 ! 제 친구들은 다 끔찍하다고
난리인데~ 근데… 많이 늦으셨네요.
성표: (한숨) 아~ 길이 너무 막히는 바람에….
감독님 지금쯤 펄펄 뛰시고 있겠지 ?
애라: (호들갑) 어휴~ 지금 촬영이 문제가 아니에요. 글쎄 말에요… (하다가
문득 폭발 직전의 PD 생각나고) 그건 나중에 이야기 들으시구요.
지금 전, 선미 심부름으로 음료수 가져다 줘야 하거든요
성표: 그래 ? 내 차 안 쿨러에 복숭아 캔주스 있는데 그거 갖다 주지 그래 !
성표 차 안에서 캔 하나 꺼내 마개 따서 플라스틱 컵에다 따라 주며
성표: (눈 찡긋) 선미는 캔채로 마시는 거 질색이라 하거든.
애라가 그냥 가져다 줬다가 또 선미한테 한바탕 당해서는 안되잖아 ?
신선미의 공주병 아무도 못말리니까~
애라: (가슴 따뜻해지는) 매번 정말 감사해요. 선배님 !
선미 얼굴 일그러지며 창백해진다.
곧이어 토할 듯 켁켁거리다가 갑자기 배 움켜잡으며 아아악~ 고통스런
비명소리 내면서 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치는…..
놀란 주위 사람들 몰려들어 선미 둘러싸고 그 와중에 애라 밀려나는….
여자 스태프 : (E) (비명지르는) 어머~ 피, 피나고 있어 !!
사람들 고함지르면서 구급차 부르라는 둥 소란스러운 중에
애라의 섬뜩하게 귀신 분장한 눈…. 놀라고 겁에 질려 멍해지는….
#15 동광고 2-5반 교실(다음날 아침)
영화반 아이들 심난한 표정으로 모여 있다.
흥수: (고개 흔들며) 어제 밤 일~ 대체 꿈이냐 생시냐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
지민: (걱정) 지금 애라 어떡하고 있는 거야 ?
정연: (한숨) 집에 전화해봤는데 자기 방에 틀어 박혀서 안 나오고 있나 봐.
유미: (여전히 헷갈리는) 그니까~ 애라한테 잘못이 있다는 거야 , 없다는 거야 ?
동일: (차근히) 애라 말로는 그 캔주스 남성표가 준 거라고 하는데…..
그 자리에서 남성표 본 사람도 없고, 연락도 안되고 있다잖아.
정연: (생각) 근데… 의심이 자기한테 갈텐데, 남성표가 순순히 시인할까 ?
유미: (갸웃둥) 신선미가 애라한테 무지 시건방지게 굴었다면서 ?
애라가 홧김에 한번 혼내 줄려고 그랬을 수도 있잖아.
정연: (차갑게) 애라가 한 성깔하지만 그정도로 못되진 않았어. 그리구,
설사 그런 마음 먹었다 해도 금방 들통날 짓 할정도로 멍청하지도 않구 !
지민: (고개 끄덕) 맞아 ! 그리구 이번이 얼마나 힘들게 얻은 기회인데
차라리 혀를 깨물 망정 신선미같은 스타에게 이런 해꼬지할 리가 없다구.
용구: (듣고 있다 감탄하는) 이야 ~ 애라가 데뷔하자 마자 스캔들도 터뜨리고
정말 뜰려나 보다. 왜 인기 연예인의 필수조건이 스캔들이잖냐.
아이들 용구 째려 보며 넌 좀 빠져라~ 하는
동일: 근데 이렇게 우리끼리 떠들어 봐야 애라에게 아무 도움도 안되잖아.
뭔가 구체적인 방법이 없을까 ?
신화: 일단은 신선미에 대한 병원 검사 결과부터 알아야 애라의 잘못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거잖아. 그런 다음에 대책을 강구해야 되는 거 아냐 ?
용구: (거드름) 야~ 니네들, 스타들 신상에 관한 모든 걸 소속 기획사가
관리한다는 거 모르냐 ? 내정보에 의하면 신선미가 바로 K기획사에
소속되어 있다 이말이지. 아마 남성표도 같은 기획사일 껄 ?
바로 형주 둘째형이 하는 데 말야.
아이들 새삼 경의의 시각으로 용구 쳐다 본 뒤, 일제히 고개 돌려 형주 쳐다 보면
시선 느낀 형주, 고개 들어 ? 한 표정 짓는…
#16 복도
태훈 창가에 기대 서서
형주 캔 하나 손에 들고 피식거리며 걸어 오는 모습 보고 있다.
태훈: (형주 가까이 오자) 웬만하면 들어줘라.
형주: (? 하는) 무슨 소리야 ?
태훈: 윤지민이 방금 너 불러내서 부탁한 거 말야.
형주: (황당) 무슨 부탁했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냐 ?
태훈: 영화반 아이들 아침 내 하던 게 정애라 이야기인데 뻔하잖냐.
형주: (피식) 윤지민 일이라면 바로 네 일이다 이거냐 ?
태훈: (태연히) 같은 반 급우가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는데
도와주려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
형주: (캔 들어 보며 어이 없다는 듯) 윤지민이 나한테 뇌물을 주질 않나~
한태훈이 같은 반 급우 일을 걱정하질 않나~
(고개 설레) 아무래도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떳지 싶다.
(찡그리며) 그건 그렇고…난 복숭아 주스 별로인데.
태훈: (손으로 캔 채가며) 그럼 내가 마셔주지 !
형주: (놀란) 야 ! 너도 복숭아 먹으면 속 안 좋다고 잘 안 먹잖아.
태훈: (당연하다는 듯) 윤지민이 준 거 잖냐.
형주: (기가 찬) 윤지민이 주는 거면 양잿물이라도 마시겠다는 거냐 ?
태훈: (덤덤히) 아마 그럴지도~
뜨악하는 형주와 피식 웃는 태훈….
선미: (E) 오빠라면… 나한테 복숭아 주스 주지 않았을 텐데…..
#17 병실
성표, 탁자 위 과일 바구니에 담긴 복숭아 만지작거리고 있고
뒤로 보이는 침대에 누워있는 선미 핼쓱해 보인다.
선미: (처연한) 오빤 내가 복숭아 알레르기 있는 거 잘 알잖아.
컵에 들어 있어서 모르고 무심코 마셨는데….
(입술 깨무는) 그 기집애 나 골려 줄려고 일부러 그런게 틀림없어 !
성표: (비죽) 결과적으로 매스컴에 둘러 댈 좋은 핑계 만들어 줬으니
걔한테 고마워 해야지 않니 ?
선미: (울컥) 오빠도 어쩜 남의 일 이야기하듯 그렇게 말해 ?
어제 밤 오빠가 나더러 촬영장 빠져 나오라고 전화만 안했어도….
이런 일 생기지 않았을 거 아냐 ?
오빠 가끔 나한테 이상한 장난치는 것 너무 싫단 말야.
경찰이 묻는데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구….
(눈빛 흔들리는) 어제 밤의 모든 일…. 그냥 꿈이었으면 좋겠어…..
성표: (어깨 으쓱) 그럼 꿈이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어차피 김사장이 알아서 다 뒷처리 할 텐데 뭐가 걱정야 ?
선미: (안듣고 있는 듯 웅얼거리는) 나… 무서워…..난 스타되어서 유명해지구
돈도 많이 벌구 친구들이 막 부러워 하는 게 너무 좋았는데…..
뭐든 다 내맘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울먹거리는) 근데…. 자꾸 무서워져….
탤런트 처음 시작할 때는 무지 행복한 꿈 꾸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어떤 땐…. 악몽 꾸고 있는 것 같아….
성표 피식 웃으며 복숭아 하나 집어서 주머니에 집어 넣는데 …..
(E) 노크 소리
#18 애라 방
애라, 이불 뒤집어 쓰고 누워 있다가 기운없이 고개 든다.
창문에 드리워진 커튼으로 방 어두침침하고
애라 그동안 한 잠도 못잔 듯 핏기없이 창백한….
애라모: (E) (퉁) 너희 반 김형주라는 애가 신선미에 관해 할 얘기가 있단다.
하여간 무슨 탤런트된다고 공부 안하고 설쳐댈 때부터 내 알아 봤다.
허파에 바람들었다가 큰코 다치지….
#19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는 형주와 애라
형주: (애라 시선 피하며) 그러니까… 넌 걱정할 거 아무것도 없어.
걔가 보기보다 약골이라… 그동안의 과로에다 어제 밤 소동 겪으면서
충격 받고, 또 알레르기 반응까지 겹쳐서 그랬을 뿐이라니까.
애라: (안도하면서도 아직 실감 안나는) 정말 아무 문제 없는거지 ?
난 혹시라도 감옥같은 데 들어가는 거 아닌가 해서….
어제 밤새 온갖 무서운 상상하면서 너무 너무 가슴 졸였던 것 있지 !
네가 이렇게까지 일부러 알려주고 (진심으로) 정말, 정말, 고맙다야 !
형주: (불편해지는) 고, 고맙기는… 너야말로 재수 없이 신선미하고 얽혀 들어서
마음고생만 했는데… 되려 우리 형이 너한테 미안해 할 문제지.
(서둘러 일어나며) 그럼… 난 이만 가봐야 겠다.
형주 몇 걸음 떼다가 문득 멈춰서 뒤돌아 보는……
아직도 벤치에 멍하게 앉아 있는 애라의 프로필 애처러워 보인다.
뭔가 갈등이 느껴지는 듯 복잡한 표정되는 형주….
#20 (회상)
K 기획사 사장실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형주와 김사장
김사장: (상 찌프리며) 연예계라면 일단 한심하게 보는 너가 웬 관심이냐 ?
그리고 정애라 걔도 그저 화려한 스타덤이나 꿈꾸는 골빈 애 아냐 ?
형주: (딱히 대답할 말 찾지 못하는) …..
김사장 : 내가 공부 때려치고 이 길로 들어선 게 우리 부모님이나
너같은 범생이 눈에 우습게 보이겠지만, 기획사 하는 것 장난 아니다 !
형주: (불쾌한) 그렇다고 어떻게 그런 인간들과 같이 일할 수 있어 ?
김사장: (냉정한) 이바닥에서는 인기가 곧 파워야. 파워는 돈이고 !
그리고 스타 하나 키워내는데 얼만큼의 투자가 들어 가는지
너 알기나 하냐 ? 여긴 도 닦는 데가 아니고 사업야, 사업 !
신선미나 남성표는 내겐 최대한의 투자 수익을 뽑아내야 할 상품이라구.
형주: (굳는) 하지만… 아무리 지금 당장 애라가 받는 피해가 없다고 해도,
내막을 모른 채 지나가면 앞으로 더 크게 당할 수도 있는 거 아냐 ?
김사장: (한심한) 연예계가 무슨 학교인 줄 아냐 ? 여긴 약육강식하는 정글야 !
정애라 걔도 연예계에서 살아 남으려면, 이 정도쯤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넘길 줄 아는 배포가 있어야지. 그 정도 강단도 없다면
아예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스스로한테 좋을 거다 !
#21 공원 (현재)
형주 순간 뭔가 결심한 듯 돌아가 다시 애라 옆에 앉는다.
애라 의아한 시선으로 형주 쳐다 보면
형주: (심각한) 우리 형이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너만은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애라: ??
형주: (찡그리며) 신선미가 쓰러진 진짜 이유는… 애를 유산해서란다.
애라: !!
형주: (한심하다는 듯) 그기집애, 자기가 임신한 줄도 몰랐던 모양이더라.
귀신소동 중에 받은 쇼크로 자연유산된 건데….
네가 갖다 준 쥬스를 마시던 순간과 공교롭게도 타이밍이 일치했던 거야.
복숭아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도 있었지만, 별로 심각한 건 아니었고….
애라: (어안이 벙벙한) 세상에 ! 아직 고 1 밖에 안된 애가…. 도대체 누구하고….. ?
형주: (머뭇) 신선미도 문제지만, 사실 더 큰 문제가 바로 상대남자야.
본인은 아니라고 잡아 떼고 있지만 남성표인게 거의 확실한가 보더라.
안그래도 요새 원조교제 강경 처벌하고 있는데….
우리 형이 쉬쉬하는 이유도 이 스캔들 터지면 수습하기 힘들 거라는 거지.
애라: (충격받는) 하지만… 설마…. 그 사람…. 너무 괜찮은 사람같았는데…. !
형주: (한숨) 가면일 뿐야. 우리 형 말로는 그인간 거의 변태 수준이란다.
신선미뿐 아니라 , 그동안 멋모르는 어린 신인들에게
연기지도 해준다는 명목으로 접근해서, 알게 모르게 꽤 건드렸던 모양야.
애라 순간 창백해지면서 더운 날씨임에도 소름끼치는 듯 부르르 떠는….
형주 : (눈치 못채고) 저기… 네 꿈이 연기자되는 거라면 많이 터프해야겠더라.
연예계라는 곳… 만만한 데 아닌 것 같거든.
#22 거리
애라 방향감각을 잃은 듯 그냥 정처없이 걷고 있다.
어느 순간….
여전히 핏기없는 얼굴에서 별안간 실룩 실룩 터져 나오는 웃음…..
애라 당황하며 손으로 입 막으면서 멈추려고 애쓰지만
눈은 울상이 되어 가는데 입에서는 계속 히스테리칼하게 웃음 터져 나오는….
지나가는 사람들 힐끔거리며 애라 쳐다 본다.
#23 동광고 2-5반 교실 (다음날 아침)
애라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굳어 있는 표정…
아이들 애라 주위로 빙 둘러싸고 서로 눈치 보면서
지민: (갸웃) 정말 괜찮데 ? 걔 쓰러져서 피까지 흘렸잖아.
정연: (미심쩍은) 스포츠 신문에 보니까, 무리한 스케줄로 인한 과로가
주요인이었다는데…. 그때 우리가 본 바로는 말이 안되는 소리…(하는데)
애라 : (눈에 불똥 튀기며) 결국 그렇게 말할 거면서 !
마치 내가 그 주스에 무슨 독이라도 탄 것처럼 난리치고….
증말~ 생각할 수록 너무 어이 없는 거 있지 !
그 기집애 ! 그동안 날, 지 발바닥 때보다 못한 양 무시한 것도 모자라,
끝까지 나를 골탕먹이려 들다니… 내가 이대로 가만 있을 줄 알구 ?
내가 온천하에 진선미의 본색을 다 폭로할거야 !
형주 책 보고 있는 척 하며 귀 기울이고 있다가 순간 긴장하는
유미: (눈 동그래지며) 어머~ 그럼 넌 뭔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있는 거야 ?
그게 뭔데에~ ?
애라: (비밀스럽게 목소리 낮추며) 당연히 알쥐~ 그게 뭐냐면….
아이들 기대에 찬 표정으로 애라 주목하고
형주 불안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들썩거리는데
애라: (아이들 휘익 둘러보며 갑자기 씨익~ 웃는)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마 ! 다쳐 !
아이들 뭐야~ 하며 아우성치고
형주: (순간 긴장 풀리며 털썩 웃는) ……
태훈: (형주 돌아보며) 무슨 일야 ?
형주: (여전히 피식) 아무 일도 아냐.
태훈: (장난스레) 아무 일도 아닌것 같지 않은데 ?
형주: (정색하며) 한태훈 ! 네가 윤지민 보고 실없이 웃을 때마다
네가 아무일도 아니라고 대답하면, 나는 항상 그냥 넘어 가주지 않았냐 ?
태훈: (피식) 어째 정통으로 한방 맞은 기분인데 ?
형주 태훈 마주 보며 웃는…..
#24 교정 (밤)
영화반 아이들 하교하고 있다.
지민: (애라 보며) 어떡하냐 ? 그렇게 기대 걸었던 데뷔 드라만데…
그 공동묘지 악몽 씬 없애버리면, 넌 아예 안나오는 거잖아 !
유미: (소름 끼친다는 듯) 그런 드라마는 안나오는 게 더 나아~
아무리 드라마래도 그렇지…공동묘지같은 데서 찍구….
그러다 진짜 귀신이라도 만난다면 정말 악몽이 따로 없겠다 !
애라: (생각에 잠긴) 죽은 귀신 뿐 아니라…. 겉으로 선해 보이는 인간속에
숨어 있는 악을 마주치는 것도…. 악몽 아닐까 ?
흥수: (휘파람) 월~ 우리 영화반에 유신화 말고 철학자가 또 하나 탄생하는거냐 ?
신화: (미소) 애라가 탤런트로 첫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생각이 많았나 보지 ?
사실… 시작을 주관하는 로마신화의 신은….
앞뒤로 상반되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고 해.
어떤 시작이건… 그만큼 갈등을 많이 동반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
지민: 그 신 이름이 뭔데 ?
(E) 야누스 !
#25 공동묘지 (밤)
달빛만 교교하게 비추는 묘지사이로 걷던 검은 형체 문득 멈춰서는
메두사: (따라 붙으며) 오늘은 여기에서 드라마 촬영 그런 거 없겠죠 ?
지난번처럼 소동 나면 곤란하잖아요.
야누스: (후드로 깊숙히 덮힌 얼굴 보이지 않는) 왜~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었잖아.
메두사: 하긴~ 그 N세대 스타 신선미가 야누스님의 변장에 놀래 기절까지 한 건
정말 엽기적이었죠. 근데…. 공동묘지가 좀 기분 나쁘긴 하지 않아요 ?
정말 귀신이라도 맞닥뜨리면 어떻게 해요 ?
야누스: (쿡쿡 웃는) 나는 진짜~ 귀신 한번 만났으면 좋겠는데 !
그거야 말로 진정한 엽기적 경험 아니겠어 ?
(돌아 서며) 나 한 바퀴 돌고 올테니까 나중에 보자구….
야누스 걸으면서 주머니에서 복숭아 하나 꺼내서 먹기 시작한다.
갑자기 세찬 바람 휘익 불면서 후드를 벗겨 버리자
뒤로 돌아 보는 얼굴…. 남성표이다.
순간…. 무언가를 본 듯 놀라 눈 커지면서
얼떨결에 삼킨 복숭아 씨… 목에 걸리고
숨막히는 듯 입 벌린 남성표의 얼굴 공포로 하애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