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는 오래된 서원이나 이름난 절 마당, 공원 혹은 오래된 무덤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배롱나무의 선연(鮮然)하고 화사한 분홍색 꽃은 그 화려한 자태에도 불구하고 향기가 유난스럽지 않다.
절마당이나 선비들이 기거하는 곳의 앞마당에는 많이 심었는데, 절마당에 많이 심는것은 배롱나무가 껍질
을 다 벗어 버리듯 스님들 또한 세속을 벗어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이고 선비들의 거처 앞에 심는 것은 학문
의 근본이며 청렴을 상징하는 때문이라 한다.
서원이나 서당 유명한 정자에 유난히도 배롱나무가 많는 것은 그 것이 고매한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여겨졌
기 때문이다.
배롱나무꽃은 벌나비를 비롯한 벌레들이 별로 탐하지 않아 항상 깨끗하고 청정함을 유지한다.
이는 번잡함을 꺼리고 세속에 물들지 않으며 청정함을 생명으로 했던 선비들의 취향과 정확하게 일치했던
것이다.
탐스러운 나무 줄기는 학처럼 고고하고 청정한 삶을 살았던 선비들이 취향과 일치했으리라.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 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라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 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도종환 -목백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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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옥헌 배롱나무
부처꽃 위로 목백일홍 선연한 꽃망울이 터져 나왔습니다.
빗줄기가 멎자 한달여 동안 부처꽃을 떠나지 않는 흰나비가 다시 찾아옵니다.
목백일홍꽃을 찾은 것은 벌..
벌은 결코 부처꽃 위로 앉지 않고, 흰나비는목백일홍꽃을 찾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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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생태와 문화에 올려 놓으신 광주 인근 답사처.. 감사히 둘러보고 있습니다.
큰까치수영에 표범나비 날아들고, 참나리에 호랑나비 가듯,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가 덤불조팝의 두루매기자락에 숨듯, 각시멧노랑나비가 갈매나무의 창 가를 서성이듯, 벌이 배롱나무를 연모하고 흰나비가 부처꽃을 저토록 사랑하는데...
나비와 꽃사이에서.. 언어의 연금술이 마치 신의 재주를 훔쳐온 듯 합니다. 김진수선생님의 ‘관물(觀物)’의 경지는 꽃과 나비를 생동하게 하여 자연의 物 속에서 또 하나의 우주를 발견하게 합니다.
다만 탈피하고 거듭나고 청정할 것. 다만 외롭고 높고 푸를 것...
음악을 듣고 있으니.. 해남 발령나던 해-- 하숙방을 알아보던차에 우연히 두륜산 대둔사 암자에서 기거할 수 있는 인연이 되어 잠시 머무르며 현산중학교로 출퇴근을 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 시간대가 얼마나 좋던지...세상적인 것 모두 벗어버리고 수행정진길로 접어들고 싶었는데.., 한때 직장을 접는 일은 해 보았지만, 사랑하는 처자를 두고 조용한 산사가 좋다고 불자가 되어 입문하기란 쉽지 않았던.... 그렇지만 시처럼 소설처럼 살 수 있었던...해남윤씨 유적지/종가마을북일면금당리/현산덕흥리생활과두륜산숲길산책/풍물교사와의 만남/진수형과두선아우와의 만남...아~책은 조금만 읽고 글만 잘 쓸수 있으면 좋겠다.
암자에서 학교로 출퇴근이라..정말 꿈같은 시절이었군요. 아~나도 책좀 많이 읽고 언어의 연금술사가 되었으면...
요 며칠 비가 많이 내리더니 강물이 다리를 넘었어요~ 큰일이예요.. 난 좀 그렇다치지만 조르바는 책을 영 안 읽어요~ 여태까지 나온 배트맨, 쉴러 이런 것들이 다예요!!! - 흙탕물 올림 -
으하하하하...웃음이 나와서 댓글을 못 달것네 잉~ 언제? (글과 직관의 한계여~) 문학이 사람마음에서 깊은 물 속이라면 음악은 깊은 듯 맑고 투명함을 소리로 표현하면 그만^^이랑께요...물 속 보일듯 말 듯 깊고 얕음 회화가 말해주니 좋겠구려^^흐린물 얕다 하고 함부러 들지 말며 지는해 높다 하고 길아닌 길 가지 마소~ 동문서답 드림.
조르바, 자네도 얼굴 색이 어째 황토색인가? 우리 둘이 함께 휩쓸려 불어난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네그랴.. 자네라도 힘 내게나... 빈 칭찬 한 마디에 젊은 사람이 정신을 놓아서야 쓰겄능가!!
"아~나도 책좀 많이 읽고 언어의 연금술사가 되었으면.." 댓글 수정했어요..- 불어 터진 강물
또 하나의 우주를 발견하게 하는 이여! 정신을 놓고 강물에 떠 가는 것이라도 이내 마음데로 하게 내 버려두소^^서,.. 소년이 탄 배 하나.. 강물에 띄워져 흘러가야 보기좋은 그림이 될 듯 싶으니...
내 희롱이 빗물에 지는 배롱꽃 같네.
에구구..재밌네요잉.
밤꽃 필때만 불어오는 바람은 솔바람? 재미있는 자리에만 기획력을 발휘하는 소리는 솔바람 소리? 소리님의 댓글을 보니 유춘오 초대장을 다시 받아본 기분입니다. 카페에서 친함이 있으신 분 함께 담양 면옥헌 오시는 길에(토요일 오후면 더욱 환영**)광주도 한번쯤? 오세요. 이번에는 제가 한 번 맛있는 음식 대접할게요^^
학기말 기분이 그런것일까요? 깊고 긴 산에 가고 싶어요. 다음주 1박 2일 지회집행부 지리산 산행 계획하고 있는데 빨리 가고 싶네요...
점심시간 짧게하고 이곳으로 달려와 선생님 글 보고 갑니다. 즐겁고 사는 맛이 새콤달콤 알콩달콩 나는 곳 같아요 멀리있지만 고향 다녀오는 기분 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