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와 초명의 결혼 지루한 장마 끝에 찾아온 해맑은 날씨. 이른 아침 싱그러운 햇살과 산들바람을 벗 삼아 불암산을 오른다. 그런데 하루살이가 함께 가자고 따라 붙는다. 수명이 하루밖에 되지 않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가장 짧은 수명을 누리는 생물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오늘 하루가 내 일생이라면’ 하고 생각하니 가여운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하루살이 보다 더 짧은 생애를 누린다는 생물로 ‘초명’ 이라는 벌레가 있다는 사실을 며칠 전에야 알게 되었다. 이것은 소가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는 사이에 일생을 마친다고 한다. 문득 이들 둘이서 결혼을 한다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스친다. 하루살이의 품에 초명이 안기는 순간 한쪽의 생명이 끝나게 되는 것이다. 미충들의 이야기지만 우리 인간들 또한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해도 청산에 비해서는 찰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살아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 어제 낮에 길을 가다가 우연히 두 청년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너무 더워서 짜증이 나 자살 하고 싶다고. 무심코 내뱉은 말이긴 하지만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음을 알게 한다. 내 목숨을 소중히 여겨야 남의 목숨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법이다. 한 번 왔다가는 인생인데 그렇게 허망하게 가야 되겠는가. 지난해 히말라야 8000m 고봉 14좌 완등에 도전했다가 낭가파르밧트 등정후 하산하던 도중에 추락 사망한 여성산악인 고미영씨와 등반매니저이자 연인이었던 김재수 대장의 가슴 절절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들은 동료 산악인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보다 서로의 꿈을 먼저 이루어 주고 싶었던 사이였다. “그런 게 사랑인줄 알았다면 진작 했어야 했는데...” 라고 회한에 젖는 김재수씨, “14좌를 마치고 나면 김재수씨와 결혼 하겠다” 는 말을 언니에게 남겼다는 고미영씨, 이 둘의 못 다 이룬 우정과 사랑이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가 한 평생을 평범하게, 좋은 사람과 사랑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자식도 낳아 기르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귀중한 삶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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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leewoonpa 원문보기 글쓴이: 운파
첫댓글 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