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갑신년, 원숭이 해입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은 '원숭이'를 '잔나비'라고도 합니다.
왜 원숭이를 잔나비라고 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사실 우리말에는 17세기까지만 해도 '원숭이'라는 단어가 없었습니다.
18세기에 와서야 '원숭이 원(猿)'자와 '원숭이 성(猩)'자를 합한 한자어 '원성(猿猩)이'가 생겨났고, 이 '원성이'가 '원승이', '원생이' 등을 거쳐 오늘날 '원숭이'가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오늘날 두루 쓰이는 '원숭이'는 한자어 '원성(猿猩)이'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한편 '두시언해' 등 15세기 문헌에는 원숭이 대신 '납'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원숭이'를 뜻하는 한자 '猿'의 새김도 '납 원'이라고 했고, 갑신년의 '申'을 '납신'이라고도 합니다. 이 때 '납'은 바로 '원숭이'의 옛말입니다.
이 고유어 '납'에 '재다'(동작이 날쌔고 재빠르다)의 관형사형 '잰'이 붙어서 '잰나비'가 되고, 이것이 오랜 세월 음운 변화를 거쳐서 오늘날의 '잔나비'가 된 것입니다.
'재다'의 흔적은 '재빠르다', '잰걸음', '잽싸다' 등에서도 확인됩니다.
일부 방언에서는 아직도 '잰나비', '잰내비', '잔내비' 등이 쓰이고 있지만 국어 사전에 올라 있는 표준어는 '잔나비'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했던 잔나비해도 어느덧 반달이 지났고, 쌀쌀하던 날씨도 다소 누그러지고 있습니다.
이제 설날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운동 많이 하시고 부디 건강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