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로봉
전에 두어 번 지장산 갔던 기억만으로 포천터미널 앞에서 중리 가는 버스를 무작정 기다리다 뒤늦게 시청 앞 정류장으로 뛰어가니 7시 차는 벌써 떠났고 8시 30분까지 40여분을 속절없이 서서 기다린다.(05:50/07:00/08:30/10:00)
낯익은 중1리에서 내려 잔 물결 출렁이는 짓푸른 중리저수지를 지나고 주차장에서 바로 사기막고개로 올라가다 표지기들이 붙어있는 처음 보는 등로로 들어간다.
석축을 쌓은 묘들을 지나고 가파르게 능선에 붙어 오르니 나뭇가지 사이로 삼형제암이 빼끔하게 머리를 내밀고있고, 황사 실린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며 하늘은 시커멓게 변하기 시작한다.
오랜 세월 바위에 뿌리 내린 거대한 노송들을 바라보며 묘 한 기가 있는 헬기장에 오르면 정면으로 향로봉을 감싸는 암벽들이 멋지게 보이고 맞은 편으로 관인봉의 암봉들이 낙타 등처럼 험하게 솟아있다.
암봉을 휘돌아 사기막고개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서 헬기장이 있는 향로봉(680m) 정상에 오르니 삼형제암 너머로 지장산이 우뚝하고, 종자산에서 한탄강으로 이어지는 암릉들이 보기 좋으며, 가야 할 산줄기와 713.2봉이 정면으로 보인다.
몇년 전 지장산을 내려가며 우뚝한 봉우리와 그옆의 V자로 깊게 패인 협곡을 바라보고는 절벽이 많겠다고 생각하며 웬지 가슴이 설레이곤 했었는데 오늘 자세히 보니 주능선에서 약간 벗어나있는 713.2봉이 바로 그 봉우리이다.
▲ 중리저수지
▲ 향로봉
▲ 향로봉 정상
▲ 향로봉에서 바라본 종자산
▲ 향로봉에서 바라본 삼형제암과 지장산
▲ 향로봉에서 바라본 713.2봉
- 삼형제암
소나무들이 가득한 호젓한 산길을 바삐 내려가면 능선에 군인들의 텐트가 쳐져있고 임시통신탑이 설치되어 있으며 안에서 소근거리는 말소리도 들려온다.
지천에 피어있는 노오란 양지꽃들을 만나고, 삼형제암의 기암들을 바라보며 임도가 교차하는 고개로 내려가니 예전처럼 쓰레기들만 널려있고 바람만 불어와 더욱 황량하다.
고개를 건너 급하게 이어지는 돌길을 따라가면 너덜들이 굴러내리고 물 흐르는 암벽에는 전에는 못 보았던 굵은 밧줄이 걸려있다.
삼형제암 이정표가 서있는 암봉위로 올라가니 병풍을 두른 듯한 암벽이 앞에 펼쳐지고 부곡리 일대가 아찔하게 내려다보이지만 돌풍에 혹 실족이라도 할까 이내 내려온다.
암벽을 길게 우회해서 왼쪽으로 가장 높은 암봉에 올라가면 참호들이 파여있으며 조금 떨어진, 노송들이 서있는 암봉에서 바라보는 삼형제암의 절벽이 멋지다.
▲ 임도에서 바라본 삼형제암
▲ 전망대에서 바라본 삼형제암
- 북대
갈림길로 내려가 바로 앞의 북대(710m) 헬기장에 오르면 한탄강을 바라보며 시계 반대 방향으로 휘어도는 능선과 약간 떨어진 713.2봉이 뚜렷하고 지장산에서 화인봉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산줄기가 역동적으로 보인다.
조금 나아가다 오른쪽으로 지장산 능선이 갈라져 나가고 왼쪽의 미답능선으로 꺾어져 들어가니 표지기 한 장도 없지만 그래도 희미한 족적이 계속 이어진다.
잡목과 억센 관목들이 걸기적거리는 능선을 이리저리 피해서 들어가면 나뭇가지들은 연신 뺨을 때리고 몸을 마구 찔러댄다.
진달래꽃이 곱게 피어있는 산길을 내려가다 바위지대가 있는 안부로 떨어지고 빽빽한 잡목들을 헤쳐가며 힘겹게 산길을 오르니 하늘은 점점 새카매지고 바람은 미친 듯 불어온다.
동그랗게 폐헬기장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억새가 가득한 봉우리에 오르면 주능선은 북서쪽으로 낮게 이어지지만 1km 정도 떨어진 713.2봉을 다녀오기 위해 더 뚜렷한 남쪽 능선으로 꺾어져 들어간다.
▲ 북대 정상
▲ 북대에서 바라본, 왼쪽의 713.2봉과 오른쪽의 가야할 능선
- 713.2봉
세차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억새 지대를 헤치고, 푸른 노송들이 서있는 멋진 암봉을 지나 통신탑을 세워놓고 야영하는 군인들을 슬며시 통과한다.
고사목들이 서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전망대처럼 시야가 트이는 절벽 지대에 서면 북대와 삼형제암이 뚜렷하게 보이고 앞쪽으로 713.2봉이 뾰족하게 솟아있어 내심 불안해진다.
진달래들을 헤치며 희미한 족적 따라 헬기장에 오르니 기암처럼 불쑥 솟아오른 713.2봉의 정상이 모습을 드러내고 멀리서부터 보이던 V자 협곡이 나타난다.
절벽에서 이리저리 길을 찾아보다 왼쪽으로 나무들을 잡고 바위 사면을 조심스럽게 내려가서 돌아보니 절벽 오른쪽으로도 내려오는 족적이 있는 듯 하다.
바위 안부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미끄러운 암벽을 기어올라 나무들을 잡고 급사면을 한발한발 딛으며 어렵게 정상에 올라가면 나무들이 울창해 조망은 막혀있고 삼각점(건설부/1977)만이 반갑게 맞아준다.
조심해서 봉우리를 내려와 이번에는 반대쪽 바윗길로 올라가니 희미한 등로가 나오고 헬기장에 서서 마치 남근처럼 솟은 713.2봉을 바라보니 산세는 좋지만 변변한 이름조차 얻지 못해 아쉬워진다.
▲ 713.2봉
▲ 713.2봉 정상
713.2봉에서 뒤돌아본 협곡과 절벽지대
- 군사도로
능선 갈림봉으로 돌아와 북동쪽 주능선으로 들어가면 간벌한 나무들이 보이고 점차 길이 좋아지며 소나무들이 서있는 멋진 절벽들이 계속 나타난다.
바위봉을 휘돌며 진달래꽃이 곱게 피어있는 산길을 여유롭게 걸어가니 돌로 쌓은 참호들이 나타나고, 713.2봉으로 연결되는 뚜렷한 능선 끝에 사람 얼굴 모양의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약간씩 뿌리는 황사 비를 맞으며 폐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에 오르면 밑으로 꾸불꾸불한 군사도로가 지나가고 맞은 편으로는 남쪽으로 꺾어지는 굴곡 심한 암봉들이 험준하게 보인다.
철제 빔에 고무 바가 매어있는 가파른 진흙길을 엉금거리며 내려가니 비포장 군사 도로가 나오고 오른쪽 군부대 쪽으로 바리케이트가 막고있다.
타이어 계단을 타고 참호들을 지나 가파르게 능선에 올라 남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면 나무들도 듬성듬성하고 잡목의 저항이 사라져 한결 편한 산길이 이어진다.
▲ 능선갈림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산줄기
▲ 군사도로
- 다라미고개
급사면을 낑낑거리고 올라가면 참호가 파여있는 첫봉이 나오고 암릉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니 군인들 행군로인지 절벽 쪽에는 흰색 끈으로 막아놓았으며, 다시 마주 보이는 두번째 참호봉을 힘겹게 넘는다.
세번째 나오는 험한 암봉을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해서 넘고, 돌이끼들을 잡으며 노송들이 어우러진 네번째 암봉에 오르면 조망이 시원하게 트이며 713.2봉이 바로 앞에 보이지만 내려가는 길이 없어 되돌아 온다.
절벽을 길게 우회해서 능선으로 붙으니 처음으로 산악회의 표지기가 보이고 다라미고개라 쓰인 녹슨 양철이정판이 나타난다.
소나무들이 서있는 다섯번째 봉우리를 넘어가면 이정판에 "성재봉op까지 35-40분거리"라 작게 쓰여있고 잠시후 군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를 지난다.
곧 군부대 철조망을 만나서 오른쪽으로 잡목과 덤불사이로 허리를 굽히고 나무들을 벌려가며 어렵게 내려가면 비포장도로가 지나가는 다라미고개(성재)가 나오고 고개에는 군부대가 주둔하고있다.
- 성산
길을 건너서 다시 잡목들을 헤치며 철조망 따라 올라가다 재인폭포에서 올라오는 넓은 길과 만나고 헬기장과 군 시설물들을 지난다.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바위지대들을 넘어 성산(520m) 정상에 오르니 작은 이정목 하나가 나무에 걸려있고 꾸불거리는 아미천 너머로 앙금재봉이 희미하게 윤곽을 보여준다.
갈림길로 돌아와 큰 암벽을 길게 휘돌아 내려가면 전망대 절벽이 나오고 동막리 쪽으로 전망이 확 트이지만 맹렬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휘청거리고 오금이 저린다.
거북바위가 있는 암봉을 지나고 뒤돌아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성산을 에두르고있는 암벽들이 마치 성처럼 길게 이어져있다.
편해진 길 따라 참호들이 파여있는 361.6봉에 오르면 윗부분이 떨어져나간 삼각점이 보이고 표지기들은 일제히 오른쪽 길을 가리킨다.
▲ 성산 정상
- 수리봉
361.6봉에서 남쪽으로 직진해서 잘 가다가, 오른쪽으로 우뚝 솟아있는 봉우리를 보고 되돌아서 표지기 따라 내려가 보지만 결국 동막리 샘골로 떨어지는 등로 임을 확인하고 40여분의 아까운 시간만 허비한다.
오봉사의 불경소리를 들어가며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바윗길을 바삐 내려가면 기둥처럼 솟아있는 아름다운 가마봉이 나타나고, 진달래꽃으로 단장한 암벽을 올라가니 성산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능선이 잘 보인다.
군 통신시설이 쓰러져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뚝 떨어져서 오봉마을과 이어지는 오봉고개로 내려가면 좌우로 길도 뚜렷 하고 마을들이 가깝게 보인다.
낮은 산답지않게 너덜들이 깔려있는 사면을 올라 커다란 구덩이를 지나고 돌로 쌓은 참호들이 널려있는 수리봉에 오르니 지적삼각점이 있고 남배이고개가 가깝게 내려다 보인다.
▲ 가마봉
▲ 가마봉에서 바라본, 가운데의 성산
▲ 수리봉 정상
- 남배이고개
길도 없는 너덜지대를 내려가다 오른쪽으로 능선에 붙으면 길도 뚜렷하고 잠시후 널찍한 임도와 이어져서 황토가 깊게 패인 군훈련장을 만난다.
재인폭포로 이어지는 78번 지방도로 상의 남배이고개로 내려서니 마른 흙이 많이 쌓여있어 차가 지나갈 때마다 뿌옇게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남매가 고개를 넘다가 근친상간을 했다는 낮으막한 남배이고개(남봉고개)를 한번 더 바라보고는 알 수 없는 연민에 젖어 연천과 전곡을 잇는 3번 국도를 향해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긴다.
첫댓글 그 춥던 중리저수지에도 봄이 왔군요^^
윗쪽 산은 아직 겨울이네요..아랫동네는 온산이 푸른빛인데...
이제 부산쪽은 굉장히 덥겠군요... 작년 여름에 마산.창원쪽에서 더위 많이 먹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