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 블룸이 쓴 “기도의 체험”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블룸 자신이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받은 교훈입니다.
그가 젊었을 때의 어느 휴일 날,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 집에 연락하지 못하고 외박한 일이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버지는 “네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씀하였습니다. 그 말에 블룸은 “교통사고라도 생긴 줄 아셨습니까?”라고 퉁명스럽게 답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그런 것쯤이야 괜찮다! 네가 죽었다고 치더라도 그것은 그리 걱정할 큰 문제가 아니다. 나는 혹시 네가 너의 결백을 잃지 않았는지 걱정한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사람의 가치가 어디 있는지를 잘 알고 있는 분입니다.
이 아버지는 또 한번은 “네가 살아 있든지 그건 그리 중대한 문제가 아니다. 참으로 중요한 건 네가 무엇을 위해 살며, 무엇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은 참으로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을 주는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사실 살아 있든지 죽든지,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며, 무엇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진리, 정의, 사랑을 위해 살고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값지고 보람된 삶입니다.
“아침이면 태양을 볼 수 있고 저녁이면 별을 볼 수 있는 나는 행복합니다.
잠이 들면 다음날 아침 깨어날 수 있는 나는 행복합니다.
꽃이랑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눈,
아기의 옹알거림과 자연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
사랑하는 말을 할 수 있는 입,
기쁨과 슬픔과 사랑을 느낄 수 있고 남의 아픔을 같이 아파해 줄 수 있는 가슴을 가진 나는 행복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성한 눈, 귀, 입, 손발 그 어느 하나도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더 깊이 생각하면, 지금 숨을 쉬고 있다는 것도 은혜입니다.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은혜입니다.
우리는 먼저 자기 자신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얼마나 하느님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있는지를 깨닫고 참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인생을 값지고 빛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어두운 세상에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빛이 되게 하는 이는 누구나 시련과 고통을 극복한 사람들입니다.
고통은 사람을 속일지라도 불행은 속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다 진실되게 합니다.
특히 물질적 윤택이 주는 행복은 거의 우리를 속일 뿐 아니라 인간의 참된 내적 성장을 방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어떤 불행이던지, 때로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큰 시련일지라도 마음을 바로 굳게 먹고 받아드릴 때, 힘차게 대결하여 나갈 때, 우리의 마음은 굳세어질 뿐 아니라 인간적 성숙을 얻습니다.
더욱이 그것이 진선미를 추구하는 데서 얻는 시련일 때에는 정말 인간을 고귀하게 성장 시켜줍니다.
인류를 빛 내는 위대한 인물들, 위대한 어머니는 모두 이 같은 상황에서 출현하였습니다.
모두 칠흑 같은 절망의 어두움을 이겨낸 분들입니다.
우리는 결코 실의와 좌절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실의와 좌절은 결코 문제 해결이 아니고 사람을 더 불행하게 만들 뿐입니다.
우리는 이럴 때 일수록 뜻을 굳게 갖고 실의와 좌절을 딛고 일어서야 합니다.
많은 이에게 시련과 고통은 오히려 재기와 희생의 계기가 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에 부딪힌 시련을 이기는 길이요 우리의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길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묵상록 중에서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글 ...
마음에 새길만한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