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일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 휴학중인 박현수(25)의 PC는 경주용 자동차를 연상시킨다.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동안 아이디어를 총동원해 만든 박씨의 PC 본체와 모니터는 의자에 부착돼 있다. PC로
문서작성을 위해 의자를 책상에 바짝 붙여서 앉을 필요가 없다. 그가
앉은 의자가 움직이면 PC도 따라온다. 그래서 작품명을 뒷다리와 몸은 사자이고 독수리 머리와 날개를 가진 그리스신화에서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인 그리핀(Griffin)이라고 정했다. 이 PC와 모니터는 박씨가
아크릴로 직접 케이스를 만들고 전자상가와 전파상을 뒤져 모은 부품으로 직접 만든 것이다. 키보드도 의자에 부착시키기 위해 현주컴퓨터에서 만든 파란색 투명 키보드를 부착했다. 박씨 PC의 백미는 음향기기다. 일반적인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고 미국 이머론사의 진동조끼와 진동시트를 사용했다. 자동차 경주게임을 할 때 자갈길을 달리면
조끼가 진동해 마치 경기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미국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2001년 하와이 공연을 들으면 진동시트에서 2.1채널 입체음향을 사실감있게 전달해준다. 박씨는 “지난해
시험삼아 벽걸이PC를 만들었는데 이동성이 떨어져 이같은 PC를 만들게 됐다”며 제작동기를 밝혔다. 전공이 컴퓨터프로그래밍인 박씨는 새로운 개념의 PC를 만들기 위해서 휴학했다. 그는 “프로그래밍만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며 “프로그래밍, 디자인, 개발까지 직접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중 전문적인 용어로 ‘엠오디’(MOD)라고 부르는 ‘컴퓨터개조’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의자형 PC는
그 두번째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의자형PC로 지난달 컴퓨터정보
포털사이트인 베타뉴스(www.betanews.co.kr)에서 개최한 PC튜닝대회 본선에 진출한 박씨는 벌써 새로운 PC를 만드는 구상에 들어간 상태다. 박씨는 “학생신분이기 때문에 제작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인텔 셀러론 800㎒ 성능을 낼 수 있는 PDA를 만들어 PDA에서도 데스크톱PC용 운영체제를 구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