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
-단념은 미덕이다- 이상화
보아라 저기!
아---니 또 여기!
까마득한 저문 바다 등대와 같이
짙어가는 밤하늘에 별빛과 같이
켜졌다 꺼졌다 깜박이는 반딧불!
아 철없이 뒤따라 잡으려 마라
장미꽃 향내와 함께 듣기만 하여라
아낙네의 예쁨과 함께 맞기만 하여라
이상화(李相和)는 1901년~1943년 호는 무량(無量), 상화(尙火)이고 1921년 현진건(玄鎭建)의 추천으로 백조(白鳥)동인에 가담 주로 상징적인 시를 썼다.
청년 이상화가 시를 쓰기 시작했던 때는 문학사적으로 보자면 본격적으로 ‘자유시’가 탐색되던 시기였고, 사회문화사적으로는 ‘연애’라는 낯선 풍습이 식민지 조선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킨 ‘연애의 시대’였다.
당대의 모던보이 이상화는 이런 연애 풍조에다 예술적인 분위기와 낭만성을 새겨 온 시인들 중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이상화가 속한 문인그룹에선 사랑의 여인을 만나러 가는 골목길을 ‘순례의 길’로 표현하곤 했다지. 그러나 자유연애의 ‘자유’는 매우 제한적인 것이었다.
‘단념은 미덕이다’라는 문장을 거의 교훈처럼 이상화는 이 시에 적어놓았다.
숲향기
김영랑
숲향기 숨길을 가로막았소
발끝에 구슬이 깨이어지고
달따라 들길을 걸어다니다
하룻밤 여름을 세워버렸소
김영랑(金永郞) / 1902∼1950 시인. 본명은 김윤식(金允植).
'모란이 피기까지는' 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김영랑의 위 시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한 자신의 감정을 몇 개의 단어로 옮긴 것이다.
우리들 누구나가 사용하고 있는 숲, 향기, 숨결, 구슬 등의 단어를 연결시켜 이렇게 아름다운 시가 탄생되었다.
잘 다듬어진 언어로 섬세하고 영롱한 서정을 노래한 그는 순수서정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 개인 여름 아침
김종삼
비가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綠陰(녹음)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
김종삼(金宗三, 1921년 ~ 1984년) 시인
「비 개인 여름 아침」에서 시각적(視覺的)인 것의 돌연한 청각화(聽覺化)를 느끼는 것은 우리 안의 공감각 덕분이다. 여름 아침. 녹음이 우거지고, 깨끗한 못물 속에 들어온 맑은 하늘. 그 안에서 금붕어가 노닐고 있다. 이 시는 눈으로 읽을 게 아니라 귀로 들어야 한다.
모더니즘의 기법으로 참신한 이미지를 제시하여 비 그친 뒤의 신선한 분위기까지 느끼게 해 주는 이 작품은 시인이 돌아가고 싶어하는 어린 시절의 고향 세계이며, 일제 치하의 현실에서 그가 꿈 꾸는 이상 세계로 해방된 조국의 모습일 것이다.
첫댓글 박미향님 7월 달 준비하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어요*^^*
좋은 시를 나누게 되어 기쁩니다.
더 좋은 건필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