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에 보복 나섰다"
집회금지가처분신청 나오면 노조활동 어려워질 듯
문형구 기자
현대자동차에 하청노동자 1만여명에 대한 사상초유의 불법파견 판정이 내려진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불법사찰·집회금지가처분신청·고소고발 등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보복성 탄압에 나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9월 울산·아산공장 21개 업체 1,800여명과 10월 전주공장 12개 업체 900여명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에 이어, 지난 16일 울산의 101개 업체 8,396명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는 원하청노조의 진정에 따른 것으로 불법파견 판정 사실은 노동부의 공식발표에 앞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그런데 불법파견 사실이 언론에 의해 확인된 지난 9일 현대자동차는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울산공장, 이하 현자비정규노조) 안기호 위원장 및 노조 간부 18명을 상대로 집회및시위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집회및시위금지가처분신청 주요내용 ⓒ민중의소리
가처분 신청의 주요 내용은 △집회 및 시위 금지 △노무제공 목적외의 노조간부들의 작업장 출입금지 △집해·시위 시 공장 출입제한 △위반 시 1회당 20만원 지급 등으로,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사실상 노동조합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현자비정규노조는 "위 신청대로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면 노동조합은 사업장 내에서 일체의 집회·시위를 할 수 없고, 만약 집회시위를 할 경우 경비대에 의해 강제로 공장밖으로 쫓겨나고 무단결근 처리가 가능해져 간부 전원이 해고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역시 "모든 언론사를 통해 울산공장 101개 업체 8,000여명이 불법파견으로 확인된 날, 현대자동차는 범법자로서 근신과 반성을 해도 모자를 판에 오히려 집회및시위금지등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며 현대자동차를 비판했다. 아산공장 사찰문서·D경비대 충격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경우에는 지난 11월 11일 정규·비정규직노조 간부들에 대한 사찰문서가 발견돼 충격을 던진 바 있다. 사찰문서에는 "07시 20분: 오지한 권수정 정문 도착" "07시 30분: 정환윤 차량 대기" "현재 하청 잔류인원 없음" "O월 O일 07시 20분: 수석부지부장,후생복지부장,법규부장,교선부장-물레방아(유인물 배포) 사무장-엔진 쪽문, 정책부장-정문, 부지부장-남문" "000가 조합사무실로 이동중" 등 조합원들의 이동사항 및 조합활동 등 일거수 일투족이 기록돼 있었다.
△아산공장 경비대 D의 사찰문서 ⓒ민중의소리
이 문건은 아산공장의 경비대 D반이 작성한 것으로서, 사측에서 작성한 공문 등을 살펴보면 2003년 10월부터 지속적인 사진촬영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 아산공장 경비대는 A, B, C 3개 반으로 편성되어 출입문 관리 등 정상적인 경비업무를 담당했으나 2003년 초 하청노조가 설립된 뒤 D반이 새로 만들어졌다. 노조측은 경비대 D반이 노조사찰과 구사대 편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와관련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아산사내하청지회 권수정 대표는 "원래 경비대의 경우 공장문을 지키는 업무를 맡고 있어서 공장안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없었다"며 "경비대 D반은 스타렉스를 타고 30분 단위로 공장 내를 돌면서 조합원들의 이동 경로를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민변과 인권단체연석회의, 민주노동당 등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노조사찰과 관련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기자회견과 국가인권위 진정 등을 계획하고 있다. "비정규직 탄압 도와주는 정부" 민주노총과 현자비정규노조는 노동부와 검찰 현대자동차 사측의 유착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6일 불법파견 공식발표를 몇시간 앞두고, 울산지방노동사무소 소장이 검찰에 가서 '조율'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와 관련 현자비정규노조는 "불법파견 조사와 판정에 있어서 검찰이 개입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며 "과거 검찰과 안기부 등 공안기관들의 관계기관대책회의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한 정부가 사용자들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그치면서, 사측이 비정규직노조를 탄압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차 조사당시 노동부는 현대자동차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리고도, 정규직화를 강제하지 않고 개선계획서 제출을 요구한 후 경찰에 공을 넘겼다. 이는 불법파견의 경우 "원청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본다"는 노동부의 유권해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법파견 판정으로 사측의 불법행위가 드러났음에도, 지난달 29일 서쌍용 현자비정규노조 사무국장이 경찰에 긴급 체포되는 등 정부는 노조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안기호 위원장이 수배로 인해 노조활동이 어려운 상태에서, 현대자동차는 간부 17명을 고소·고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국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 오민규 사무국장은 "노무현 정부가 요즘보면 전경련 회장에게 고맙다며 머리를 숙이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에서는 피눈물을 뽑아내고 있다"며 "사측의 불법행위가 명백하게 드러났음에도 이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이, 노동자들의 파업에만 불법시비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은 정부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미 아산사내하청지회의 경우 해고자들에 대한 사업장 출입금지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서, 노조활동이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오는 24일 심문에서 현자비정규노조에 대한 집회시위금지가처분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질 경우, 불법파견을 둘러싼 싸움에서 현대자동차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21일 영등포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비정규직노조 간부들에 대한 잇따른 구속과 불법사찰 등을 비난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고 불법파견 근절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내년 1월부터 노동사회시민단체와 함께 대대적인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1일 기자회견 모습 ⓒ민중의소리
2004년12월21일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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