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민들레 꽃피다
2010년에 책을 한 권 내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의 홀씨하나’란 책입니다. 책이 좀 팔렸습니다. 인세를 받았습니다. 인세의 일부를 필리핀의 가난한 아이들 장학금으로 지원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필리핀 이야기를 주의 깊게 살펴보다가 평화신문과 가톨릭 지금여기에 소개된 나보타스 이야기를 보고 그곳 아이들 돕는데 썼으면 좋겠다 싶어서 필리핀 나보타스의 극도로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면서 시작된 필리핀의 작은 나눔입니다.
2011년 5월에 저의 가족 셋은 필리핀 마닐라로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습니다. 마닐라의 나보타스의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비참한 지역을 찾아가서 후원금을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석연치 않았습니다. 거기서부터 악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비참한 모습에 밥이 넘어가질 않았습니다. 다음날 관광을 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퀘존에 있는 빠야따스 쓰레기 처리장에서 그곳 아이들을 돌보는 까리따스 수녀님들이 활동하시는 곳을 방문했습니다. 그곳도 놀라운 모습이었습니다. 참혹한 곳에서 벌거벗은 아이들이 웃고 놀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습니다.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이들 옷을 모아서 수녀님들께 보내면 수녀님들께서 잘 나눠주실 것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아이들에게 옷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좀 더 아이들을 돕는 길을 찾다가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명이라도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2012년에는 빠야따스 쓰레기 처리장의 100여명의 초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장학금도 전달할 겸 그곳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도 대접하고 싶어서 다시 방문했습니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 일 년 전의 아이들과는 너무도 달라진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옷을 제대로 입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장학금만 지원하는 것보다는 민들레꿈 공부방처럼 아이들을 돌보는 곳을 직접 만들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생각뿐이었는데 놀랍게도 포스코 청암상을 받을 것 같았습니다. 상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 물어보기에 어려운 노인들과 필리핀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데 썼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거기에다 저의 딸 모니카도 필리핀의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데 관심을 보였습니다.
2013년 4월에 포스코 청암상을 받은 후에 빠야따스 아이들 장학금도 전해 주고 또 그곳 수녀님들이 도와주시면 빠야따스 쓰레기 처리장 인근에 아이들을 위한 민들레국수집도 마련할 수 있을지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쓰레기장이 포화상태가 되어서 변두리인 마리키나 쪽으로 옮길 것 같다는 것입니다. 급히 마닐라 말라본에 있는 ‘요셉의원 필리핀 분원’의 최영식 신부님을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청했습니다. 흔쾌히 도와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 다음 달에 최영식 신부님께서 칼로오칸 교구의 까리따스 담당 신부님과 함께 한국에 오셨고, 영등포 요셉의원에서 만났습니다. 그리고 까리따스 담당 신부님은 칼로오칸 교구에서 민들레국수집이 활동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놀랍게도 인천 주교님께서 교구와 함께 하자고 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이 활동을 하다가 그만 두게 되면 가난한 아이들 처지가 안타깝다셨습니다. 그리고 당신 대신 교구 생명사랑운동본부 담당 신부와 함께 진행하라고 했습니다. 2013년 10월에 베베모 가족과 인천교구 박 모 신부, 산위의 마을 박기호 신부님, 건축가 이일훈 선생과 함께 필리핀 요셉의원에서 함께 지내면서 칼로오칸 교구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인천교구에서는 민들레국수집을 파견해서 칼로오칸 교구의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한다는 계약입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비참한 그곳 사람들을 봐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고 합니다. 왜 여기를 도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교구간의 계약도 3년만 한다고 했습니다. 평신도가 하는 일은 믿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필리핀에는 비영리법인이 구성되면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일이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3월부터 민들레국수집은 인천교구와 아무런 관계도 없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칼로오칸 교구와의 계약도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몇 달 동안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만든 비영리법인도 쓸모없게 되었습니다. 인천교구와는 상관없이 그해 4월에 제가 필리핀에 들어가면서 가난한 마을에 조그만 가게라도 얻어서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칼로오칸 교구에서는 민들레국수집이 인천교구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졌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도 화재로 불타버린 동네 아이들을 돌봐달라면서 산 판크라씨오 성당 옆 빈 건물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이 시작되었습니다.
참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가난한 아이들이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 엄마 아빠들도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불타버림 아이들 가정의 집들도 거의 모두 고쳐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만 밥을 먹다가 나중에는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아이들 가족이라면 누구나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게 했습니다. 매일 매일 잔칫집 분위기였습니다.
2015년에는 인천의 민들레국수집에서 2014년에 ‘민들레희망센터’ 건물을 인천교구에 반납하고 국수집 근처에 조그만 가게를 세 내어서 손님들이 씻고 책을 읽을 수 있게 했지만 너무 불편했습니다. 어렵게 그해 10월에 국수집 인근에 작은 가정집을 구입해서 수리한 후에 ‘민들레희망센터’를 다시 열었습니다. 그때부터 이상한 소문, 이상한 말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인천 교구의 어느 신부가 민들레국수집과 저에 대한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하고 돌아다닌다는 것을 몇몇 신부님과 시민단체 대표들에게 들었습니다. 그 신부는 ‘기자가 사실을 왜곡해서 독자들에게 허위사실을 말하는 것은 죄다’라고 말하는 어느 기자에게 들은 이야기라면서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퍼뜨리고 떠들다가 마침내 2016년 3월초에 인천교구 주보에 ‘민들레국수집에 대한 교구의 입장’이라는 것을 사실 확인이라는 기본적인 절차마저도 무시한 채 올렸습니다. 그 이후에도 사과 한 마디 없습니다. 그 후부터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을 대하는 칼로오칸 교구의 태도가 이상해졌습니다. 여러 트집을 잡습니다. 칼로오칸 교구와 재산 문제로 다투는 것도 남부끄러운 일이라서 2017년 1월에 건물을 반납하고 모든 물건은 동네에 나눠 주었습니다. 다만 아이들의 장학금만이라도 계속 지원할 수 있도록 만 해 놓고 인천으로 들어왔습니다. 작은 불씨 하나만 남겨 놓았습니다.
인천으로 돌아온 몇 달 만에, 2017년 6월에도 필리핀 우리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나눌 수 있도록 많은 고마운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다섯 달 만에 필리핀으로 갔습니다. 다시 만난 우리 아이들은 훌쩍 커졌습니다. 아이들 가정들도 극심한 빈곤에서는 거의 벗어났습니다. 겨우 3년 동안의 작은 도움뿐이었는데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분들을 봤습니다. 놀랍습니다. 특히 재래 시장에서 길바닥에서 바나나를 팔면서 손주 넷을 돌보는 마누엘라 할머니 가정이 잘 되어서 참 뿌듯했습니다. 이제는 가게도 마련했고요. 변두리에 작은 집도 마련했다고 합니다. 큰손자는 하이스쿨 9학년(중학교 3학년)이고 쌍둥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고 막내 손자는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습니다. 아이들도 배 곪지 않고 잘 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11월까지의 장학금 여섯달치를 나누면서 두 곳의 가난한 지역에 새로운 장학생들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가정에 쌀도 25킬로 한 포씩 나눴습니다. 아무래도 장학금만으로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언가 모자라는 것 같았습니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밥입니다. 배가 고파서는 공부를 할 수가 없기에 밥을 다시 나눌 수 없을까 생각에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GMA카비테에 일반 가정집이라도 하나 세를 얻어서 우리 장학생들부터 밥을 먹을 수 있게 하기로 가족들과 의견을 모이고 집을 얻으려고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산위의 마을 박기호 신부님이 필리핀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써 주면 좋겠다시며 500만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어느 분이 산위의 마을에 입촌하면서 그 동안 힘겹게 모은 돈을 기부하셨는데 그분의 뜻에 맞갖게 잘 써달라는 것입니다. 신부님의 도움으로 나보타스에도 내년 3월에는 급식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2013년 10월에 베베모 가족과 인천교구 주교님 대리로 박 모 신부와 이일훈 선생 그리고 박기호 신부님이 필리핀 요셉의원의 최영식 신부님과 함께 필리핀에 들어가서 민들레국수집이 필리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그곳 교구와 계약을 맺었는데요. 그때의 인연들이 참 희한하게 엮였습니다. 누구는 방해하고, 누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먼저 GMA 카비테에서 민들레국수집 무료급식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조그만 공사를 합니다.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조금은 쾌적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합니다. 그리고 급식에 필요한 비품 즉 식판과 수저, 컵 등등은 우리나라에서 준비해서 선박 편으로 화물로 보낼 예정입니다. 냉장고와 선풍기 등은 필리핀에 가서 구입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영어 동화책도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책도 볼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필리핀에서 가난한 아이들은 책을 구경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필리핀 말로 된 동화책은 그곳에 가서 마련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집을 고치는 일을 하면서 함께 책장과 식탁 등을 직접 제작하려고 합니다. 카비테에서 12월에 무료급식을 다시 시작하고 이어서 나보타스의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무료급식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나보타스의 민들레국수집 봉사자께서 벌써 아이들 급식 명단을 작성해 놓았답니다. 얼마나 밥 한 그릇 나눔이 절실하면 이럴까 가슴이 아팠습니다. 나보타스도 최대한 빨리 다시 무료급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가난한 아이들은 배가 고프면 공부를 할 수가 없습니다. 책을 펴도 머릿속은 먹을 것만 아른거립니다. 아이들의 작은 배가 불러지면 책도 보고 싶어 하고 공부도 재미있어 합니다. 그리고 지난 3년의 경험을 생각해 보면 아이들만 밥을 먹게 해서는 안 됩니다. 가난한 마을의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가족들 간의 사랑이 깊은지 맛있는 음식을 혼자 먹을 수가 없습니다. 보통 필리핀 피딩 프로그램에서는 밥과 반찬 한두 개 뿐인데 아이들은 밥만 먹고 반찬은 몰래 가져가서 동생들을 먹입니다. 그래서 최소한이나마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엄마와 함께 온 동생들도 같이 밥을 먹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GMA 카비테의 민들레국수집의 무료급식(피딩 프로그램)은 우리 장학생과 엄마와 동생들이 함께 밥 먹는 사랑 넘치는 식탁으로 만들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보타스의 아이들 엄마들도 신이 났습니다. 설거지는 당신들이 하겠답니다. 나보타스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초등학생 장학모임도 새로 시작했습니다. 산 로꿰 성당 이층에서 했던 무료급식에 나왔던 몇 아이들도 우리 장학생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우리 아이들과 엄마들이 가뭄에 내리는 단비를 맞는 것처럼 행복해 했습니다. 아이스크림 하나에도 기뻐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GMA 카비테 시골 아이들도 참으로 순박하고 예뻤습니다. 엄마와 아이들이 그렇게 고마워하고요. 일거리가 없어서 시골은 돈을 구경하기가 참으로 힘든 곳이거든요. 우리의 작은 도움에 엄마와 아이들이 행복해 하고 희망을 꿈꾸는 모습은 놀다웠습니다. 엄마 아빠가 없는 아이들도 몇 가정이나 되었습니다. 다행히 이웃과 친척들이 잘 돌봐주고 있는 모습은 공동체가 살아있는 모습이어서 좋았습니다. 다시 민들레꽃이 필리핀에 피었습니다. 끝.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을 내 눈으로 봤습니다. 미쩍 마른 아이들을 봤습니다. 그런데 가만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습니다.
★ HAPPY NEW YEAR
대표님께서 보여주시는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은 안타까움과 반가움, 따뜻함이 공존하는듯 합니다.
마음 속 꿈틀거림이 조금씩이나마 행동하도록 만드는 곳...
그 뜨거운 마음과 나눔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무쪼록 대표님도 사모님께서도 건강 꼬옥~ 챙기시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아이들을 배불리,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따뜻한 밥을 내어주시는 민들레표 사랑에 오늘도 감동합니다. 최고의 나눔! 올 한해도 부탁드립니다!
서영남 대표님 베로니카님 감사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랑의 관심과 격려와 대접하는 모습은
참으로 각별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2018 년에도 지금처럼 따뜻한 사랑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새해 더욱 따뜻한 사랑하시기를...
한해 한해 성장해 갈 아이들의 모습에서 많은 행복과 의미를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참으로 훈훈한 이야기에 제마음도 따뜻해집니다!!
늘 필리핀민들레 이야기를 보면서 아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밝은 기쁨을 선사해주시는 사랑이 꽃피는 민들레 국수집이 최고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꿈을 길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이들의 꿈을 다시금 모내기한 지금....
황금들판에 행복 열매들을 기대해 봅니다.
늘 아이들을 위해 수고해주시는 민들레 수사님 감사드립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참 흐뭇해지는 모습입니다.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화이팅! 수사님, 베로니카님 최고!!!
사람은 존재 자체로 참 귀중합니다^^
민들레 안에서 가난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필리핀 민들레 국수집 너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