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교통 시민사회노동 네트워크(준) [참여단체] 노동당, 녹색교통운동,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 민주노총서울본부, 사회공공연구원, 서울환경운동연합, 안전사회시민연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일과건강,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의당, 한국YMCA전국연맹 (2019년 10월 현재, 총14개 단체) [참관단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노동당 | 논평 |
•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21나길 7 철도회관 6층 • 전화: 02-792-6781 • 전송: 02-792-6782 • 날짜: 2020.3.5.(목) • 담당 : 김상철 정책위원장 (010-3911-9679) • 이메일: kimsangchul75@gmail.com |
노동자와 시민이 빠진, 사실상 퇴행적인 택시산업의 확대에 불과하다
- 소위‘타다금지법’법사위 통과에 부쳐 -
① ‘타다금지’에만 성공한 법 개정안, 원인이 된 정부입법 재량은 더 넓어져
② 플랫폼운송사업의 면허 신청, 허가, 감독과정은 기존 택시사업과 동일해 구태
③ 타다논란의 사회적 비용을 감수한 이용자 시민과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참여 보장 없어
④ 공공교통네트워크 “권한의 과감한 지방이양을 통해서 운송사업의 다양성이라도 확보했어야 그나마 혁신의 계기라도 가능했을 것 … 문재인 정부의 혁신정책 한계 보여”
논란 끝에 소위 ‘타다금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동안 타다와 같은 변칙적인 택시영업 행위로 야기된 막대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고려한다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더구나 지난 2월 19일 타다의 운송사업자법 위반 소송의 1심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당시 재판에서는 현행 타다의 운행을 법에서 정한 ‘운전자가 포함된 차량 대여사업’ 즉 렌터카 사업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는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제34조(유상운송의 금지) 조항에 대해 시행령으로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할 경우’ 운전자를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해당 조문은 2014년에 개정되어 포함된 것으로 ‘중소규모 단체관광 활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추가된 것이지만 타다 사업자 측은 해당 규정을 이용하여 법상의 미비점을 악용해 사실상 유사 택시업을 운행해왔다. 즉 타다가 편법으로 악용한 규정의 입법취지를 본다면, 그리고 지난 2월 19일의 법원 판결을 본다면 타다가 관련 규정을 의도적으로 이용한 변칙적인 사업을 진행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 점에서 타다 금지법의 제정이 ‘혁신을 죽이는 것이다’라는 주장은 편법이나 변칙을 혁신이라고 여긴다는 점에서 어이없는 주장일 뿐이다.
하지만 타다금지법의 입법에 일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개정 전체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엔 뚜렷한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타다 논란에 있어서 사실상의 원인을 제공한 국토교통부의 책임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선 타다의 논란 원인은 법 자체의 한계라기보다는 그 때 그 때 필요에 따라 다양한 정책 수요를 사회적 토론이나 합의 없이 반영해온 정부 관료들의 문제다. 논란이 된 조문은 시행령 상의 규정이었던 것에서 드러나듯 다양하고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 운수사업의 특징을 고려하면 해당 법에서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시행령으로 위임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하지만 이번 타다금지법에도 기존에 시행령 상의 유상운송 금지의 예외 사항을 법으로 상향한 것 외에 대부분 새롭게 도입하는 플랫폼 사업에 대한 사항을 시행령으로 넘기고 있다. 이를테면 플랫폼운송사업의 허가를 다루는 ‘심의위원회’의 세부적인 구성기준을 시행령으로 넘겼다. 오로지 ‘경험과 학식이 풍부한 사람’이라는 규정뿐이다. 그러면 플랫폼운송사업에 영향을 받는 이용자나 노동자들의 참여가 보장될 수 있을까? 관련 시민사회의 참여가 보장될까? 결국 이번 논란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국토교통부의 관료들이 입맛대로 골라 형식적인 위원회가 운영되지 않을까? 또한 플랫폼운송사업자들이 납부해야 하는 기여금과 관련된 사항도 시행령으로 넘겼다. 사업자에게 구체적인 부담을 지우는 행위는 사실상 ‘입법과정’을 통해서 합의되어야 함에도 관료들의 손에 넘겨놓았다. 플랫폼운송사업의 운임이나 요금에 대한 신고 과정도 시행령 사항으로 만들었다.
사실상 이번 법안이 가진 긍정적인 면은 편법적이고 변칙적인 타다를 명확하게 규정한 것 하나에 불과하고, 사실은 플랫폼운송사업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기존의 택시사업과 같이 국토교통부의 관료 손에 넣어둔 것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렇게 해놓으니 플랫폼운송사업의 핵심적인 사항인 ‘면허제도’에 대해서도 그 기간이나 사업통제에 대한 사항이 명확하지 않다. 현행 택시산업의 가장 큰 문제가 국토교통부 등 관료조직들이 무분별하게 발급한 택시면허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조직에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정부기구를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주52시간제의 도입과정에서도, 이미 <택시발전법>의 개정에 따른 사납금제 폐지와 월급제 전면 실시에 대한 것도 제도화하는데 실패했다. 무엇보다 택시서비스의 질 하락에 가장 큰 걸림돌인 과다 공급을 해소하기 위한 총량관리에 대한 사항이나 부실한 택시업체를 퇴출시키기 위한 면허 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조직에 다시 시행령을 통해서 플랫폼운송사업 위임규정을 부여하는 건, 택시산업의 혁신이 아니라 오히려 플랫폼운송사업의 택시산업화가 될 소지가 더욱 크다고 본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현재 논의 중인 타다금지법이 결국 혁신의 대상인 택시업계와 정부 관료들 그리고 몇몇 플랫폼 사업자 간의 절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퇴행적인 개정안이라고 평가한다. 왜냐하면 정작 혁신의 중요한 당사자인 시민들과 시민사회, 그리고 노동자들이 빠졌기 때문이다. 타다 논란은 단순히 사업자간의 생존권 싸움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앞으로 변하는 기술 환경에 어떻게 맞춰 나갈 것인가라는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다. 하지만 법사위를 통과한 타다금지법은 오히려 타다와 같은 변칙과 편법이 더 많이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를 안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관료 조직이 전적으로 권한을 가지도록 해놓았기 때문이고, 이런 정책환경이 택시업계를 썩게 만들었듯이 플랫폼운송사업도 썩게 할 수 있다.
차라리 관련 권한을 과감하게 시도지사에게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틀에 맞춰 기존 택시의 면허조정이나 감차와 관련하여 위임된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좋았다. 지역마다 특수성이 존재하는 운수사업을 중앙정부가 전적으로 총괄한다는 발상 자체가 구시대의 통제적 사고방식이다. 오히려 지방정부로 권한을 위임하면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운송사업자들이 등장할 수 있다. 지금처럼 타다와 같이 자본금이 많은 재벌급 기업만 진출할 수 있는 것과 비교된다. 무엇보다 권한이 분산되어야 그동안 택시정책에서 소외되었던 이용자 시민과 노동자들이 정책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도대체 그 많은 택시와 타다 이용자들을 빼놓고 정부와 택시업계, 그리고 소위 혁신기업들은 누구와 논의를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타다를 금지하는 것에만 성공하고, 실제로 기존의 택시산업에 대한 혁신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데에는 실패하고, 무엇보다 사업자들의 면허를 기존 택시사업자와 유사하게 보장해주는 퇴행을 보인 이번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자법>을 규탄한다. 혁신정책은 말 그대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드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낡은 것을 갈아서 바꾸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가죽을 무두질해서 다시 바꾸는 과정’이 생략된 이번 정책은, 역설적이게도 문재인 정부의 혁신정책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2020년 3월 5일
공공교통 시민사회노동 네트워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