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soprano)는 인간의 성역(聲域) 중 가장 높은 영역, 또는 그 음역을 노래하는 성악가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탈리아어 단어 '소프라'(sopra:'위쪽의')에서 유래했으며, 13~16세기 다성음악에서 가장 높은 성부(聲部)를 지칭했던 라틴어
'수페리우스'(superius)에 상응하는 말입니다.
소프라노의 음역은 대략 가온 다(C)음에서 위로 2번째 A음까지 해당됩니다. 가온 다(C)음 아래 A에서 위로 2번째 F나 G까지 해당
하는 음역은 메조소프라노(mezzo-soprano)입니다. 소프라노는 보이 소프라노(boy soprano)나 16~18세기의 남성 카스트라토
(castrato, 사춘기 이전의 소년을 거세하여 만든 소프라노 가수)도 있었지만 오늘날 일반적으로는 여성의 목소리를 가리킵니다.
소프라노는 4성부(소프라노, 콘트랄토, 테너 베이스)로 이루어진 음악에서 가장 높은 성부이며, 또한 어떤 악기족(族)에서 고음역
악기를 나타내는 말로도 사용됩니다(예를 들어 소프라노 색소폰).
소프라노 목소리는 음색이나 빠르기 정도에 따라 통상 드라마틱 소프라노, 리릭 소프라노, 레지에로 소프라노 및 콜로라투라 소
프라노의 네 가지의 영역으로 분류됩니다.
1. 드라마틱 소프라노
: 소프라노 중에서 가장 낮은 음역을 소화해내는 목소리로, 풍부한 성량과 다소 어둡고 강한 음색, 스핀토(spinto, 쭉쭉 뻗어나가는
울림)를 지니며, 강렬한 극적 표현에 어울리는 목소리입니다. 드라마틱 소프라노의 중요한 배역으로는 바그너 오페라의 대부분의
여주인공들("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데, "니벨룽의 반지"의 브륀힐데와 지클린데, "파르지팔"의 쿤드리, "방황하는 네덜란드
인"의 젠타 등), 베르디 오페라의 여러 여주인공들("아이다", "돈 카를로"의 엘리자베타, "맥베스"의 레이디 맥베스, "나부코"의 아
비가일레"), 푸치니의 "토스카"와 "투란도트", 베토벤의 "피델리오"의 레오노레, 슈트라우스의 "살로메"와 "엘렉트라"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에미 데스틴, 마리아 예리차, 키르스텐 플라그슈타트, 로자 폰셀, 에바 터너, 프리다 라이더, 매저리 로렌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비르기트 닐손, 마리아 칼라스, 레지느 크레스팽, 레오니 리자넥, 마르타 뫼들, 아스트리드 바르나이,
귀네스 존즈, 힐데가르트 베렌스 등이 이 영역의 대표적인 소프라노들입니다.
2.리릭 소프라노
: 드라마틱 소프라노보다는 가볍지만 바로 아래에 설명하는 레지에로 소프라노보다는 무게가 있고 노래하는 듯한 성격을 지닌
목소리로, 서정적인 표현에 어울리는 목소리입니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푸치니의 "라 보엠"의 미미, 모짜르트
오페라의 대부분의 여주인공들("이도메네오"의 일리아, "피가로의 결혼"의 알마비바 백작부인, "돈 지오반니"의 돈나 엘비라와
돈나 안나, "코지 판 투테"의 피오르딜리지, "마술 피리"의 파미나), 슈트라우스의 "로젠카발리어"의 원수 부인과 "아라벨라", "카프
리치오"의 백작 영양, 구노의 "파우스트"의 마르그리트 등이 리릭 소프라노의 중요한 배역들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야르밀라 노보트나, 엘리너 스테버,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엘리자베트 그륌머, 엘리자베트 슈바르츠
코프, 리자 델라 카사, 이름가르트 제프리트, 세나 유리나츠, 빅토리아 데 로스 앙헬레스, 레나타 스코토, 미렐라 프레니, 군둘라
야노비츠, 키리 테 카나와 등이 이 영역의 대표적인 소프라노들입니다.
* 한편 리릭 소프라노이면서 스핀토가 내재되어 힘있는 표현을 구사할 수 있는 소프라노들을 리릭 스핀토 소프라노(lyric spinto
soprano)라 칭하는데,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와 "나비부인", 베르디의 "오텔로"의 데즈데모나와 "시몬 보카네그라"의 아멜리아,
슈트라우스의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의 아리아드네 등의 배역들이 리릭 스핀토 소프라노의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2차 세계대
전 이전의 클라우디아 무찌오, 로테 레만, 마리아 라이닝,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레나타 테발디, 레온타인 프라이스, 몽세라
카바예 등이 이 영역을 대표하는 소프라노들입니다.
3.레지에로 소프라노
: 이탈리아어 단어 '레지에로'(leggiero, '가벼운')의 뜻 그대로 가볍고 발랄한 목소리로, 보통 리릭 소프라노보다 높은 음역을 노래
합니다.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의 아디나와 "돈 파스콸레"의 노리나, 모짜르트 오페라의 이른바 수브레트(soubrette, 영리한 하
녀나 시골 처녀 역)인 "후궁으로부터의 유괴"의 블론데, "피가로의 결혼"의 수잔나, "돈 지오반니"의 체를리나, "코지 판 투테"의 데
스피나 등이 이 영역의 대표적인 배역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엘리자베트 슈만,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그라지엘라 슈티, 힐데 귀덴, 안넬리제 로텐베르거, 에디트
마티스, 캐슬린 배틀 등이 특기할만한 레지에로 소프라노들이며, 이들 중 일부는 바로 아래에 소개하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배역들도 노래하였습니다.
4.콜로라튜라 소프라노
: 가온 다(C)음 위로 2번째 C음 이상의 높은 음을 낼 수 있으며(가장 높은 한계는 맨 위의 높은 G음) 대단히 빠른 기교를 과시하는
목소리입니다. 실제적인 예를 들어보이자면 모짜르트의 "마술 피리" 중 유명한 밤의 여왕의 두 번째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 속에 끓어오른다'에서처럼 한 마디 안에 십수 개의 자잘한 음표가, 그것도 한껏 높은 고음으로 들어있는 그러한 노래를 소화
해내는 목소리로 보면 틀림없습니다.
밤의 여왕을 위시하여 역시 모짜르트의 "후궁으로부터의 유괴"의 콘스탄체,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루치아와 "연대
의 아가씨"의 마리, 벨리니의 "청교도"의 엘비라와 "몽유병자"의 아미나, 베르디의 "리골레토"의 질다, 들리브의 "라크메", 슈트라
우스의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의 체르비네타 등이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대표적인 배역들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전의 넬리 멜바, 마르첼라 젬브리히, 루이자 테트라치니, 아멜리타 갈리-쿠르치, 토티 달 몬테, 리나 팔리우기, 마
리아 이보귄, 에르나 베르거, 릴리 폰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빌마 리프, 리타 슈트라이히, 조운 서덜랜드, 루치아 포프,
에디타 그루베로바, 조수미 등이 이 영역을 대표하는 소프라노들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위와 같은 구분은 결코 엄격한 것이 아니며, 각 영역에 속하는 소프라노들이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배역을 노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면 전성기 시절의 칼라스와 카바예는 콜로라투라, 리릭, 드라마틱의 배역을 모두 소
화해내었으며, 레만과 프라이스는 리릭과 드라마틱의 배역을 함께 노래했습니다. 따라서 "리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드라마틱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등의 '합성' 명칭이 일반적으로 통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