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만능의 시대
사진을 보이는 그대로 사실(Facts)로 믿지 마라
2016년이던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세계 최고의 프로기사 이세돌(9단)이 바둑대결을 한 적이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과 인간의 지능이 맞붙은 순간을 전세계가 지켜봤다. 결과는 인공지능의 승리. 다섯 번 대결에서 네번은 알파고 불계승, 한번 만 이세돌 9단이 이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국 종료 이후 한국기원은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에게 명예 프로9단 단증을 수여했다. 그 후 2017년에는 당시 세계 랭킹 1위라는 커제(9단, 중국)와의 대국 역시 알파고가 3전 전승을 거뒀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위력은 바둑 뿐 만이 아니다. 우리 생활주변에선 그동안 알게 모르게 인공지능(AI)의 진화가 무섭게, 정말 빠르게 확산, 침투해오고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로봇 청소기, 자동번역기 등은 이미 일상화된지 오래이고, 무인자동차, 무인비행기 시대 역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Chat GPT가 연구논문을 쓰고 심지어는 인간의 감성영역인 시(詩)까지 쓸 정도이다. 최근엔 프랑스 등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AI기반으로 법률상담을 하는 AI변호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Chat GPT란 Open AI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의 대화형 소프트웨어다.
각설하고, 사진의 영역은 어떤가? 수년전부터 Adobe Photoshop, Topaz 등 다양한 사진보정프로그램에 AI 라는 접미어가 붙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그 진화가 놀랍도록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2023년 들어서는 특히 Adobe 사가 Generative Fill이라는 ‘생성형 채우기’ 프로그램을 내놨다. 사진보정을 위한 포토샵 프로그램에서 내가 원하는 명령어를 넣으면 무엇이든지 만들어 준다. 카메라 없이 AI가 상상으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이미 찍어놓은 사진에 추가적인 풍경이나 인물을 넣을 수도 있다. 사진을 수채화나 유화 등 그림으로 변경시킬 수도 있고, 하얀 백지 위에 반 고흐 형식의 수채화를 그려달라고 하면 수초 만에 멋진 그림을 그려준다. 사진과 그림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얼굴에 잡티가 더덕더덕한 인물을 역시 잠깐 사이 도자기처럼 깨끗하고 질감 있는 얼굴로 바꿔주기도 한다. 그동안 피부보정을 잘 하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익힌 포토샵 기법들이 한꺼번에 쓸모없게 되는 순간이다. 창조적(Creative)인 예술영역에서 볼 때는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하는 등 관점이 다르겠지만 암튼 혼돈의 시대인 것 만은 틀림없다.
몇일 전 안면도 사진출사를 가는 도중 우연히 남당항 노을전망대를 들른 적이 있다. 사전 계획이 없던 터라 물때가 맞지않았다. 만조시 파도치는 바다 장노출을 찍고싶었는데 하필 간조 시간에 그곳에 가게 됐다. 어찌할까? 일단 물빠진 해안 풍경을 찍은 후 나중에 포토샵으로 파도 치는 바다 풍경으로 바꿔보자. 전망대 아래에서 쉬고 있는 캠핑족 파라솔도 어수선하니 지워버리면 좋겠지. 전망대 다리가 바닷물에 비치는 반영은 어떨까? 모든 상상을 포토샵으로 그려본다. 단 몇 초 만에 포토샵 인공지능이 내가 시키는 대로 만들어준다. 재미있기는 하지만 무섭기도 하다.
상상 속의 풍경을 카메라 없이 인공지능 AI 가 몇 초 만에 실제 사진처럼 만들어주는 시대. 이게 사진인가 그림인가? 아니면 공상과학인가? Facts 와 ‘가공된 이미지’가 혼재된 사진결과물, 그림 등 다른 예술영역도 마찬가지다. 이게 오늘의 현실이다. 사진을 보이는 그대로 믿지마라. (글,사진/임윤식)
남당항 노을전망대 2023.8.21
노을전망대,간조시-원본
노을전망대-포토샵 Generative Fill로 '바다, 파도' 추가
노을전망대 구름 장노출,간조시-원본
노을전망대 구름 장노출 - 포토샵으로 '바다, 파도, 장노출' 추가
노을전망대 구름, 간조시-원본
노을전망대 구름, 간조시- 포토샵으로 '바다, 전망대 반영' 추가,하단 캔버스 확대
노을전망대 아래 캠핑족,원본
노을전망대 아래 캠핑족 Remove Tool로 깨끗하게 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