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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세포암종 환자의 간이식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교 / 서경석, 이남준
서론
간세포암종은 2000년 이후의 통계에서 전 세계적으로 남자에서는 5번째로 흔한 암이고 여자에서는 8번째로 흔한 암으로 전체 암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02년 한국 중앙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위암과 폐암에 이어서 간세포암종은 세 번째로 흔한 암으로 11.3%를 차지하여 인구 100,000 당 연령 보정 발생률이 남자의 경우 42.4명, 여자의 경우 12.9명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간세포암종의 치료는 과거로부터 수술 절제가 가장 좋은 치료법으로 알려져 왔으나 전체 환자 중 수술 치료를 할 수 있는 경우는 10% 미만이다. 최근 여러 국소 요법들이 소개되고 있고 그 효과가 수술 절제에 필적한다는 보고가 많으나, 추적 기간이 짧아서 결과의 해석에 주의를 요한다. 최근에는 간이식이 간세포암종의 치료로 우수하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간 세포암종에 있어서 간이식은 다른 치료법에 비하여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모든 간 세포암종 및 간세포암종 전구 병변인 이형 결절을 확실하게 제거함은 물론 종양 재발의 근간이 되는 병든 간을 모두 제거할 수 있다. 둘째, 간의 기능이 정상화되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 셋째,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간경변증 및 간 세포암종의 원인인 B형 간염의 경우 약 90%에서 B형 간염의 소실을 유지할 수 있다(표 1). 그러나 단점으로 공여간의 부족이 심각하고, 이식간의 부전 등 이식으로 인한 합병증 및 이식 수술과 관련된 위험이 따르고, 평생 복용해야 하는 면역억제제에 의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또한 간세포암종이 이식 후 재발하면 이식하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예후가 훨씬 나쁘며, 치료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세단계에 의한 발전
1970년 대의 초창기 간이식은 아직 실험적 수술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이런 위험한 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 경우는 간세포암종이 진행되어 다른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가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고 한편으로는, 간을 모두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진행된 암을 완치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시도되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간을 모두 제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에서 간세포암종이 재발하였고, 재발된 간 세포암종은 급속히 진행하여 간이식의 성적은 매우 불량하였다. 1980년대에는 간이식의 전반적인 수술 성적이 급속도로 향상됨에 따라 간이식 후 불량한 예후를 가진 간세포암종 환자는 상대적으로 간이식의 좋은 대상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대부분의 센터에서 간세포암종 환자를 간이식의 상대적 금기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1990년에 이르러 간이식의 경험이 많이 축적 되면서, 간세포암종의 병기와 간이식의 예후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식 후 적출된 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간세포암종은 예후가 매우 좋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결국 초창기 불량한 간이식의 성적은 진행된 간세포암, 즉 혈관이나 림프절 침습이 있는 경우에 시행되었던 결과였다.
이탈리아의 밀란 그룹에서는 간외 전이와 혈관 침습이 없고, 단일 결절인 경우 5cm 이하, 다발성인 경우 결절이 3개 이하이면서 각 결절이 3cm이하인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4년 생존율이 75%라는 우수한 성적을 발표하여 간세포암종의 간이식 기준을 정립하였다. 이를 "Milan 척도(criteria)"라고 명명하게 되었다. 이후 세계적으로 이 기준을 사용하여 선정된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간이식을 했을때 우수한 결과들을 보고하고 있어 간세포암종에서 간이식의 역할이 중요시 되고 있다(표 2).
간세포암종에서 간이식 기준
간세포암종에서 간이식의 기준은 간이식 이외에는 치료 대안이 없는 환자를 선택하고 동시에 이식 후 간세포암종이 재발 위험성이 높은 환자를 제외 시켜서 간이식의 치료 성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정되었다. 서구에서는 소개한 Milan 척도를 사체 간이식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이식후 4년 생존율이 75%이고 무병 생존율은 83%로 아주 좋은 예후를 보였다. 간세포암종의 크기와 결절 개수가 중요한 이유는, 크기가 커질수록 종양의 분화도가 나빠지고 혈관 침습이 많아지고, 결절 개수가 많아진다는 것은 한 종양에서 혈관 침습으로 다른 부위에 전이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그림 1).
최근 간세포암종의 생태(biology)에 대한 이해가 증대되면서, 많은 연구자들은 Milan 척도를 넓히려는 시도를 해왔다. 대표적으로 UCSF(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의 Yao 등은 단일결절인 경우 6.5cm이하, 다발성인 경우 3개 결절 이하에서 최장 직경이 4.5cm이면서 전체 직경의 합이 8cm을 넘지 않은 경우를 "UCSF척도"로 정하였는데, 이러한 조건에 적합한 병리 결과를 보이는 경우 5년 생존율이 75%이었다. 그러나 UCSF척도는 수술 후 병리 보고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를 요한다. 교실에서 1997년부터 6년간 간세포암종으로 간이식을 받은 환자 중 원내사망 환자를 제외한 46명의 환자에서 3년 간 무병 생존율은 77.6%, Milan 척도에 적합한 환자 34명에서는 90.8%이었다. 이에 저자들은 Milan 척도를 확장하여 단일 결절의 경우 6cm 이하, 3개 이하의 결절로 최장 직경이 5cm 이하, 5개 이하의 결절로 최장 직경이 3cm 이하인 경우, 3년 무병 생존율은 89.7% Milan 척도에 적합한 환자들과 차이가 없으면서 대상 환자를 40명으로 늘릴 수 있었다(그림2). 다른 연구에서는 확장된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간세포암종이 재발하거나 생존율이 낮아진다는 보고가 있어서 아직 정확한 결론을 얻을 수는 없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일부 확장된 기준으로도 간세포암종 환자의 간이식 후 5년 생존율은 60~70%에 육박한다. 일반적으로 암환자에서 효과적인 치료라는 판정 기준은 5년 생존율이 50% 이상이면 적절하다. 따라서 간이식 후 생존율이 50%가 되는 경계를 유지한다면 이러한 환자들을 선별하는 보다 확장된 기관은 수용할 수 있겠다.
한편, Milan 척도 뿐 아니라 UCSF 척도 등 확장된 간세포암종의 이식 기준 역시 간세포암종의 크기와 개수의 절대 수를 평가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간세포암종 재발의 위험성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다른 인자들을 포함하지 않는다. 이는 초기 간세포암종의 이식 기준을 설정한 의도와는 달리, 치료가 가능한 일부의 환자군이 단지 정해진 기준을 벗어났기 때문에 이식 치료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게 된다. 또 치료의 역활을 생체 간이식에 위임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종양의 크기나 개수 외에 이식 후 간세포암종의 재발에 관여하는 다른 인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간세포암종이 재발할 위험이 높은 환자를 판별하는 보다 정확한 기준을 만들고 종양이 크거나 개수가 많다고 하더라도 좋은 예후를 보이는 환자를 감별하여 이식의 기회를 확대하고자하는 취지이다.
Cillo 등은 종양의 크기와는 관계없이 종양의 분화도를 중심으로 저분화 간세포암종을 제외하는 기준을 적용하고, 이 경우 Milan 척도를 벗어나더라도 고분화 암에서는 생존율이 우수함을 보고하여, 간세포암종의 분화도가 이식 대상 선정의 중요한 기준임을 제시하였다. 종양의 분화도는 수술 전 조직 생검을 통해 확인할 수도 있겠으나, 정확도가 떨어지고, 환자의 상태가 나쁜 경우 시행하기 어렵고, 암세포의 파종을 유발할 수 있어서, 적출간의 병리 검사를 통해서만 정확히 알 수 있다. 따라서 이식 전에 종양의 분화도를 간접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인자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혈청 알파태아단백(AFP)은 많은 연구에서 종양의 크기 및 개수와 더불어 이식 전 검사를 통해 간세포암종의 재발을 예측할 수 있는 인자로 주목 받고 있지만, 흔히 사용되고 있는 간세포암종 환자의 이식기준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Peng 등은 혈청 AFP치 가 200 ng/rnL을 넘을 때 간세포암종의 종괴에서 AFP mRNA의 발현과 유의한 연관이 있고, 간세포암종의 분화도가 나쁘거나, 결절의 크기가 큰 경우( >5 cm), 혈관 침습, p53 유잔자 변이 그리고 종양의 재발과도 유익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하였다. Yao 등은 혈청 AFP치 가 1,000ng/mL을 넘을 때 5 cm보다 큰 간세포암종에서 미세한 혈관 침습를 예측할 수 있고, 간이식 후 간세포암종 재발의 유의한 예측 인자임을 보고하였다. Yang 등과 Todo 등은 생체 간이식에서도 AFP치의 상승 정도가 간세포암종 재발 위험 인자와 재발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최근에 Yang 등이 이식 전 F-18 fluoro- 2-deoxy?d-glucose e8F-FDG) 양전자방출단층촬영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을 통해서 이식 후 간세포암종의 재발을 예측할 수 있는 연구를 발표하였다. F- FDG- PET은 정상 간에서도 조영이 증강되기 때문에 고분화도의 간세포암종을 발견할 수 없고 저분화도의 암이나 1 cm이상의 전이암만을 발견할 수 있어서 일반적으로 간세포암종의 선별 검사로서의 의의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이식전 검사로서의 역할, 즉 간세포암종 재발의 고위험군인 저분화도의 암을 감별하는 역할을 한다고 가정할 수 없다. 이 연구에서 이식 전 F - FDG - PET 양성인 경우는 이식 전 AFP의 상승 및 적출간의 병리 검사에서 미세 혈관 침습 및 종양의 분화도와 의미 있는 연관성을 보였고, 2년 무병 생존율에 차이를 보였다(그림 3).
Marsh 등은 간이식 후 적출간의 간세포암종 조직에서 9개의 종양억제유전자(APC, CDKN2A, MET, MYC, DCC, OGG1, p34, TP53, PTEN)에 대하여 그 소실 정도와 이식 후 종양 재발과의 연관성을 분석하였다. 종양억제유전자 소실은, 이 유전자와 연관된 일정한 microsatellite region의 대립 형질 소실 Ooss of heterozygosity or fractional allele loss)로 정의 하였다. 연구 결과 3 개 이상의 종양억제 유전자의 소실이 있는 경우에는 이식 후 간세포암종의 재발이 의미 있게 증가하였다. 부가적으로 다발 결절인 경우에는 각 결절의 조직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각각의 결절이 개별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de novo tumors) 혹은 한 결절에서 시작된 간내 전이(intrahepatic metastasis) 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각의 결절이 서로 다른 개별 성질을 갖는 경우에는 간 전반에 걸쳐서 간세포암종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므로 각 결절마다 국소적인 치료를 하는 것보다는 이식이 유리하다. 한편 한 결절에서 시작된 간내 전이된 경우에는 간내 전이가 미세 혈관 침습의 과정을 거치므로 이식 후 예후가 불량할 수 있다. 따라서 두 가지 발생 기전의 차이점을 확언할 수 있다면 간절제 등 국소 치료와 간이식을 선택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가 이식 전 검사로 환자를 선별하는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이식 전 조직 생검이 필요하고, 다발 결절인 경우에는 각각의 결절에 대한 생검이 필요하다는 제한점이 있다. 따라서 보다 손쉬운 검사 방법인 혈청 검사로 유용한 인자를 찾는 것이다,
AFP의 아형인 AFP-L3와 Protein induced by vitamin K antagonist-II (PIVKA-II; Des- gamma carboxyprothrombin, DCP)는 소간세포암종과 분화된 간세포암종의 표지자로 보다 유용하다. AFP-L3는 75% 이상일 때 간세포암종의 존재를 시사하고, 이 혈청치의 증가는 큰 결절, 저분화도 간세포암종, 그리고 종양의 혈관 침습을 반영한다.PIVKA-II는 간세포암종 세포수의 분열을 촉진하는 인자로 알려져 있고, 일반적으로 40 mAU/mL 이하를 정상으로 간주한다. 혈청치가 125mAU/mL 이상이면 89%의 민감도와 87%의 특이도로 간세포암종을 시사한다. 혈청 AFP치가 정상인 경우에 PIVKA-II가 증가한다면 경계가 좋지 않거나 크기가 크거나 (>3 cm), 분화도가 나쁜 간세포암종을 시사한다. Human cervical cancer oncogene과 human telomerase reverse trsanscriptase mRNA도 AFP에 비하여 정확한 겸사로 간세포암종의 나쁜 예후 인자와 연관되어 있다. 혈청 AFP rnRNA는 간세포암종의 전이 및 재발과 연관되어 있어서, 간세포암종 절제술 후 1주일에 혈청에서 발견되는 경우 생존율이 떨어지고 재발이 증가한다. 이외에 분자 유전학 검사로 이식 전 간세포암종의 재발 위험도를 예측하고자 하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정적인 것은 없다. 이러한 인자들이 이식 후의 간세포암종 재발이나 예후를 판정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연구의 가치가 있겠다.
한편,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적절한 이식 대상군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평가 기준의 적용 보다는 위험도를 상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수제의 도입이 의의를 가질 수 있겠다. 간이식 대상자의 선정에 있어서 UNOS 등급과 더불어 MELD score를 적용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본 교실에서는 1999년 2월부터 2005년 9윌 까지 생체간이식을 받은 간세포암종 환자 중 수술 사망 예를 제외한 63 명을 대상으로, 결절의 크기와 개수 외에 이식 전 혈청 AFP치를 예후 인자로 하여 점수척도(scoring criteria)를 고안하였다. 이들 점수의 합이 3-6점이면 ‘이식대상자 적합’으로, 7-12 점이면 ‘부적합’으로 정의하였다. 새로이 고안된 선정기준을 기존의 Milan 척도와 UCSF 척도와 비교하여 보았다. 각각의 선정기준에 적합했다. 환자는 Milan 척도에서 37 명(59%), UCSF 척도에서 41 명(65%), 그리고 고안된 점수 척도에서 44명(70%)으로 이식 대상자를 좀 더 확장하는 것이 가능했다. 또한 각각의 선정기준에 적합한 환자들의 3년 생존율은 Milan 척도에 서 80%, UCSF 척도에서 78%, 그리고 고안된 점수 척도에서 79%였고, 3년 무병생존율은 Milan 척도에서 88%, UCSF 척도에서 86%, 그리고 고안된 점수 척도에서 87%로 나타났다(그림 4). 또한 기존의 척도보다 고안된 점수 척도가 이식 후 사망과 재발에 보다 더 유의한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들은 이식 후 적출된 간의 병리 결과에 기초하였을 때에도 기존의 선정 기준보다 나은 결과를 보였다. 즉, 고안된 점수 척도는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생체 간이식을 시행할 경우에 이삭 후 생존율과 무병생존율을 유지하면서 이식 대상자를 확장하는 데 유용한 선정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간포암종 환자에서 생체 간이식의 역활
세계적으로 간세포암종 환자의 치료로 간이식을 결정하는 데에 가장 큰 걸림돌은 공여 장기의 부족이다. 사체 간공여자의 부족으로 인하여 공여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간세포암종의 이식 성적이 양성 질환의 이식 성적과 비슷하도록 적응증을 설정하여야 한다. 즉 위에 소개한 것과 같은 기준이 만족되어야 한다. 그러나 생체 간이식은 개인 대 개인의 장기 기증이므로 장기 사용의 사회적인 공정성 및 효율적인 재분배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생체 간이식은 대기 시간이 짧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생체 간이식에서는 대기시간이 짧기 때문에 각 환자에서 종양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기간이 없다. 즉 사체 간이식 대기자에서 종양이 빠르게 진행하는 경우 대개 중에 탈락되어, 비교적 좋은 예후를 가진 간세포암종인 경우에 이식이 가능하게 되지만, 생체 간이식에서는 이런 자연 선택의 기화가 없다. 이론적으로 사체 간이식 대기 시간이 7개월 이상 연장될 때에는 사체 간이식보다 비용-효율 면에서 생체 간이식이 유리하다는 보고가 있다.
생체 간이식에서 간세포암종의 이식 기준을 확대 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적절한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적절한 생체 공여자를 구할 수 있는 여건은 불과 15-25% 에 불과하며 생체 공여자에 관한 윤리적인 문제와 비용 효율성, 수혜자가 암의 조기 재발로 사망할 정우 공여자에게 미칠 영향을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과 사체 간이식이 드문 국내 사정을 고려할 때, 생체 간이식에 있어서 간세포암종 환자의 간이식 기준을 결정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아직까지 생체 간이식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적절한 이식 기준이 없는 현 시점에서 결론을 내리기 어렵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생체 간이식에서도 사체 간이식의 기준을 적용하고 사체 간이식에서 기준이 확장된 후에 기준 확장을 결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많은 센터에서 최소 등록 기준(minimal listing criteria)만을 지키면서 Milan 척도를 넘는 일부 환자에서 생체 간이식을 시행하고 있다. 최소 등록 기준이란 이식 전 영상 소견이나 육안 적으로 간 외 전이와 주요 혈관에 침습이 없는 경우이다. 생체 간이식은 공여자와 가족들의 자발성에 기초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소 등록 기준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고 그 외 각 개별 환자에서의 종양의 생태를 토대로 한 간이식의 성적에 근거하여 수혜자와 공여자, 그리고 가족들과 충분히 상의한 후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나라의 간이식 성적
우리나라에서는 서구에 비하여 사체 간이식의 기회가 적은데다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의 간이식 대기자 등급 결정에는 간세포암종 환자에 대한 가산점이 없기 때문에 간이식 대기 중 간세포암종이 진행되어 탈락될 위험이 높다. 따라서 대부분의 이식은 생체 간이식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 간세포암종 환자의 간이식에 관한 대표적인 연구로는, 국내의 4 개 간이식 센터(서울 아산, 삼성서울, 서울대학교,강남성모병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연구가 있다. 1992년부터 2002년까지 10년 간, 수술과 관련하여 37개월 이내에 사망한 환자를 제외한 사체 간이식 수혜자 61명과 생체 간이식 수혜자 213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B형 간염환자가 90.7%, C형 간염에 환자가 6.1%, B형과 C형 동시 감염이 2.6%, 알코올간염 환자가 0.6% 이었다. Milan 척도를 만족시키는 경우가 전체의 70 .4% 이었고, 수혜자의 3년 생존율은 Milan 척도에 맞는 경우 86%, 넘는 경우 59% 이었다(그림 5A). 2년 무병 생존율은 사체 간이식 수혜자에서81.6%, 생체 간이식 수혜자에서 79.9% 이었다.
이 연구는 국내 간세포암 환자에서의 간이식 성적을 종합하여 제시하고, 비교적 많은 생체 간이식의 경험을 간세포암종의 표준 이식 기준에 적용하여 분석하였다는 의의를 갖는다. 그러나 치료의향분석Gntention-to-treat analysis)이 아닌 후향연구이며 생존 분석에서 추적 기간이 짧았다는 제한이 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간이식 후 전체 생존율은 생체 간이식에서 더 우수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림 5B) 에 서 볼 수 있듯이 이식 초기 원내 사망환자가 전체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내 생체 간이식은 최근 3년 간이식 후 원내 사망률은 급격히 감소하여 5% 미만이지만, 사체 간이식의 경우에는 아직도 10%를 선회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 뇌사 기증자가 드물어서 상대적으로 사체 간이식은 심각한 질환을 갖고 있는 수혜자에게 시행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이식 후 심한 합병증 및 이로 인한 사망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식된 간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는 경우 뇌사자를 이용한 재이식의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초기 사망자를 제외하면 앞서 기술한대로 간세포암종의 사체 간이식이나 생체 간이식에서 예후에는 차이가 없다.
이식전 비수술 치료
간세포암종 환자가 사체 간이식 대기 중 간이식을 받지 못하고 탈락할 확률은 6개월에 23%, 1 년을 넘기면 30 ~ 50%에 이른다. 치료하지 않은 간세포암종 환자는 1년 후 종양 자체의 진행이 70%, 혈관 침습이 21%, 간외 전이가 9%에 이른다. Llovet 등은 절제가 불가능한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간동맥 항암색전술(transarterial chemoembolization, TACE) 의 효과에 관한 3상 연구에서 비치료군에 비하여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였다. 이와 비슷한 보고는 TACE뿐 아니라 고주파열치료(radiofrequency ablation, RFA)등의 국소 치료에서도 종양의 진행을 막는 효과를 가진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종양의 생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단일 결절이면서 직경이 3 cm 이하인 경우에는 1년 안에는 Milan 척도를 벗어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러나 단일 결절이면서 3~5 cm인 경우와 2~3개 결절인 경우에는 1년 자연 탈락률이 50%에 이른다.
이러한 연유로 서구에서는 T2 인 간세포암종 환자에서만 MELD score 에 가산점을 주고 있다. 한편, Takada 등은 생체 간이식 시 이식 전 간세포암종에 대한 치료 유무가 전체 생존율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치료 횟수가 증가하면 오히려 재발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서구에서는 MELD score에 서 T2 환자에 대한 가산점을 적용한 이후 대기 시간이 6개월 미만으로 짧아졌기 때문에, 이식 전 치료가 이식 후 생존율이나 무병 생존율과 연관성 이 없다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치료들은 반응 정도에 따라 종양의 생태와 이식 후 예후를 구분하는 생태학 선택 (biological selection) 기준이 될 수 있다. Otto 등은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이식 전 TACE를 시행하여,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진행하는 종양의 경우는 이식에 부적합하고, 역으로 치료에 잘 반응하여 진행하지 않거나 혹은 암의 병기를 낮추는 효과( down staging)가 있는 경우에 이식을 할 경우 생존율이 우수하다고 하였다.
이식 전 간세포암종 치료 전략 중 하나는 간이식기준을 넘는 환자들의 간세포암종 병기를 낮추려는 노력이다. Majno 등은 이식 전 TACE(간동맥 화학 색전)와 이식후 무병 생존파의 관계를 분석하였는데, 3 cm 이상의 결절을 1개 이상 가진 57명 중 치료에 반응한 19 명과, TACE를 받지 않은 22 명, TACE에 반응하지 않은 16 명의 환자의 이식 후 5년 무병생존율은 71%, 49%, 29%로 차이를 보였다. 이는 병기가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치료에 반응하는 경우 좋은 예후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였다. Roayaie등은 5 cm 이상의 종양을 1개 이상 가진 80명을 대상으로 이식 전 TACE를 시행하였는데, 이들 중 반수가 이식 전 종양의 진행으로 탈락하였다. 그러나 이식을 받은 환자군에서 7 cm 이하의 종양을 가진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5%로 그 이상의 환자에서 보인 34%와 비교하여 의미 있게 좋았다.
초기의 연구에서 얻은 결론은 이식 전 간세포암종의 병기를 낮추려는 목적으로 치료 받을 환자를 선별하는 기준을 보다 엄격히 한다면, 치료 도중에 탈락하는 비율을 낮출 수 있다. 또한 보다 효과적으로 간세포암종의 병기를 낮추어서, 치료 전 이식의 기준에서 제외되었던 환자들에게 이식의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이식 후 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UCSF 의 전향 연구에서 단일 결절인 경우 5 cm 이상이고 8 cm 이하이거나, 2 -3개의 결절인 경우 1 개 이상의 결절이 3 cm를 초과하고 5 cm 미만이면서 총 장경이 8 cm 이하이거나, 4-5개의 결절인 경우 모두 3 cm 이하이면서 총 장경이 8 cm 이하인 환자들을 선택하였다. 이식 전 간세포암종에 대한 치료를 통해 70%의 환자에서 UCSF 척도로 병기를 낮출 수 있었고, 이식 후 2년간 재발한 환자가 없었다. 따라서 이식을 위한 치료 환자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경우에는 이식의 기준을 벗어난 ‘8 cm 크기’의 간세포암종이 치료 후 ‘4 cm로 병기 이전’을 하면 ‘4 cm 간세포암종’의 예후를 갖게 된다.
조기 간세포암종에서 외과 절제와 간이식
외과 절제는 과거부터 간세포암종의 표준 치료법으로 인정되어 왔다. 바르셀로나 기준에 의하면, 단일 결절이면서 간기능이 양호하고 문맥항진증이 없으면 5년 에 70%의 생존율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수술 절제와 간이식은 3년 생존율에 큰 차이가 없다. 또한 간이식의 경우 공여자의 문제와 이식 수술에 따른 유병률, 사망률 및 비용을 생각할 때, 수술 절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수술 절제를 하는 것이 아직도 효과적인 치료라 할 수 있다.
물론 절제가 가능하지 않은 Child-Pugh B, C의 경우, 조기 간세포암종에서 간이식은 확실히 우수한 치료방법이 된다. 한편 간기능이 나쁘지 않더라도 간세포암종이 있는 간은 대부분 간경변을 동반하고 있어서 간절제 후에 간부전이 발생하거나 간내 다른 부위에서 간세포암종이 재발할 수 있다. Belghiti 등은 절제 수술 후 간세포암종의 재발이 연 20%, 3년 내에 80%까지 이른다고 보고하였다. 따라서 간이식의 경우 병든 간을 모두 절제하기 때문에 간세포암종과 무병생존율은 외과 절제에 비교하여 항상 우수하며(표 3), 좀 더 장기 성적을 비교한다면 간이식이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많다. Child-Pugh A 등급의 조기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이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들에 대한 평가에는 아직 이견이 있다. 그러나 간이식과 비교하여 간세포암종에서 간절제술의 영역이 향후 점차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간이식은 간기능이 좋지 않고 Milan 척도에 맞는 상대적으로 젊은 환자에서 시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향후 간이식의 성적이 좀 더 향상되고 이식 전에 간이식 후 간세포암종 재발 위험 인자를 좀더 정확이 알 수 있다면, 간기능이 우수한 경우에도 간세포암종의 치료로 간이식이 가장 우선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구제 요법으로서의 간이식
외과 절제 후 간세포암종이 재발하거나 간기능이 악화되었을 때 간이식을 시행하는 구제요볍으로 간이식에 관한 보고들이 있다. Poon 등은 Child-Pugh 등급이 A 이면서 Milan 척도에 적합한 간세포암종 환자 중 간 절제 4년 후 재발한 환자에 대하여 1차적으로 간이식을 시행한 환자와 같은 이식 기준을 적용했을 때 79%는 이식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간경변증이 있거나 2-3 개의 결절을 가진 환자에서는 5년 무병생존율은 0% 이었기 때문에, 역설하면 이러한 환자에서는1차적인 이식이 보다 적절한 치료라고 할 수 있다. Adam 등은 수술로 인해 이식 시기가 까다로워지고, 사망률이 증가하고, 1차적인 이식에 비하여 예후가 나쁘며, 수술 절제 시 이식에 적합한 기준을 가지고 있던 환자 중 77%가 재발하였지만 재발 후 이식이 가능한 경우는 20% 에 마치지 못하므로 구제 요법으로의 간이식은 회의적이라 하였다. 반면 Belghiti 등은 절제술 후 구제 요법으로 이식을 받은 환자와 1차적으로 이식을 받은 환자에서 이식 수술과 관련된 기술적인 문제나 합병증에 차이가 없고, 환자들의 3년, 5년 생존율에 차이가 없음을 보고하였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구제 요법으로서의 간이식에 관해서는 아직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하였으며, 특히 공여 장기의 부족과 생체 간이식에 관한 윤리적인 문제를 고려할 때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이식후 관리및 항암요법의 유용성
이식 후 간세포암종의 재발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병기가 진행된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이식 후 단기간에 면역역제제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예를 들면 calcineurin inhibitor 또는 rapamycm 단독 요법)이 소개되기도 했지만 효과를 판정할 수 없다.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추가적인 항암 요법에 관해서는 제 3상 이상의 임상 연구를 통해 효과를 입증한 결과가 없다.
이식 후 간세포암종이 재발한 환자의 기본적인 치료 원칙으로는 면역억제제의 용량을 최소화하고 재발한 장기에 따라 전신항암요법이나 TACE(색전술) 및 절제술, 방사선 치료 등의 국소 요법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간세포암종은 항암요법에 대한 반응률이 낮고 동시에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생존 연장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Rapamycin 등의 일부 면역악제제는 항암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 재발을 예방하거나 재발한 환자에서 단독 요법으로 추천되기도 하지만, 계획된 이상의 임상 연구 보고는 없는 실정이다.
또한 전신항암요법을 시행하는 바이러스 간질환 환자나 공여가 anti-HBc 양성인 환자의 경우 원 질환의 재발 예방을 위해서 적극적인 예방 요법을 추가하여야 한다. Yi 등은 다기관 연구(서울대학교, 삼성서울, 연세대학교병원)에서 다변량 분석을 통해 이식 후 B형 간염의 재발은 스테로이드 충격요법 및 항암요법과 의미 있게 관련되어 있고, 이러한 환자들에서 보다 적극적인 B형 간염 예방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
결론
요약하면, 간셰포암종 환자에서의 간이식의 치료 전략은 (그림 6)과 같다.
Milan 척도에 맞는 조기 간세포암종에서 간기능이 나쁜 경우에는 간이식을 일차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생체간이식은 대기 시간이 짧은 장점이 있지만 종양의 생태학 성격이 나쁜 간세포암이 선정될 우려가 있다. 사체간이식이 가장 좋은 치료가 되겠지만, 특히 국내의 경우 공여자의 부족이 심각하여 간기능이 심각하게 나쁘지 않은 경우 간세포암종 환자는 사체 공여를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대기중 TACE나 국소 요법 등의 보조 치료로 종양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
조기 간세포암종이지만 간기능이 좋은 경우에는 일차적으로 외과 절제술과 간이식을 모두 고려할 수 있다. 나이가 많은 경우 절제 수술을 우선하고, 젊은 환자일수록 간이식을 좀 더 추천할 수 있다. 절제술 후 구제 요법으로서 간이식을 시행할 수 있으나 아직은 어떤 환자에서 시행이 가능한지, 또한 이식 성적이 어떨는지 의견의 일치가 없다.
Milan 척도를 벗어나는 경우, 간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Milan 척도 외의 종양 생태와 예후를 반영하는 여러 인자들을 종합하여 이식 가능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겠고, 간기능이 좋은 경우에는 적절한 대상 환자를 선정하여 적극적인 치료로 병기를 낮출 수 있다면 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사체 간이식과 생체 간이식에서 모두 기존의 Milan 척도와 UCSF 척도 등을 기본으로 하되, 생체 간이식 환자에서는 각 개별 환자의 종양 생태에 따라 보다 확장된 척도를 적용할 수 있겠다. 향후 이식 전에 간세포암종의 재발을 예측할 수 있는 유용한 인자의 발굴과 간세포암종 재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이식 전후 관리법의 개발을 기대해 본다.
대한간학회지 제12권 4호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