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가사 신혼가/은촌 #조애영
시집왔네 시집왔네 산골처녀 시집왔네
천상배필 이재만나 노처녀가 시집왔네
현이엄마 세상떠나 몇달이 되었더냐
일가친척 안알리고 소문없이 시집왔네
어머니가 세상떠나 거상입은 몸이길레
탈상할때 기다리고 공부하려 상경하니
일본유학 보내주마 살살꾀는 큰오빠는
이화전문 퇴학원서 초를잡아 보이면서
아버지와 의논하고 현이치울 계획이라
그해여름 삼복중에 현이오빠 거동보소
신랑감을 데리고와 안방에서 선보이고
사흘만에 시숙감이 약혼반지 들고왔네
깜짝놀라 오빠보고 무슨일이 이러냐니
덮어놓고 화를내며 교제필요 없다햇네
새로얻은 어머니도 한바가지 떠붇는듯
신랑 헌칠하고 씩씩하게 보이지요
그구라 현이귀에 솔깃하게 들린지라
아무그리 이니하니 바로가서 택일했네
벼락같이 서둔혼인 이십일간 준비할때
개하면 일본간다 신랑신부 같이간다
달곰한게 추우는데 훌딱속아 버렸어라
오라버니 말만듣고 두손맺고 앉앗다가
결혼날이 돌아오니 새로지은 한복차림
인조새트 상하의에 양말이랑 장이랑
간소하기 짝이없어 빌린너울 덮어쓰고
자동차에 올아앉아 예식장을 향해가니
꿈이런가 생시런가 어머니가 차을멈처
에식장에 들러리와 들어가니
아버지는 고집불통 화가나서 안오시고
산골처녀 고향에선 한사람도 안이왔네
서울에서 거행하는 신식결혼 예식장에
현이학교 선생님들 몇분만이 오신지라
결혼식이 끈난후에 피로연을 한답시고
명월관에 들어가서 시부모깨 올린폐백
양과자에 큰절하니 너무개화 하였어라
시집쪽에 손님들이 눈이시려 하고말고
시부모는 중간에서 어색하신 모양이나
현이친정 모상중에 현이오빠 신식관념
하나잇는 여동생을 이런꼴로 짝을지위
한달전에 얻은계모 사는집에 돌아왓다
양녁팔월 이십육일 한창더운 삼복중에
일본유학 간답시고 급희서둔 결혼이라
소복차림 서글픈데 객지에서 화촉이며
첫날밤에 신랑신부 인사겸해 마조앉아
악수하고 바라본이 어이그리 어색할가
낮에부터 찌푸린날 이따금식 빗방울은
현이눈섭 적실만치 오락가락 하드니만
밤중에는 소낙비가 폭포같이 따루어서
여기저기 물난리로 물을푸는 소리난다
안방에는 계모님이 숨죽이며 탓을듣고
행낭에는 어멈인가 물소동을 하던첫날
신랑신부 처음만나 무슨말을 해야될까
뒷방만한 건너방에 옥외등이 환하구나
등불없는 방안이라 눈섭까지 다보인다
힐긋할긋 살펴본이 허여멀숙한 얼굴에
검은눈과 짙은눈섭 끔벅끔벅 무서워라
언제본듯 하지마는 속으로만 짐작하고
각각으로 옷을벗어 금침속에 들어간이
나이먹은 신랑이라 산골처녀 아찔햇네
도살장에 드가는소 체념한듯 순종한니
새상만사 알수업다 그중에도 분복이라
백년고락 같이하면 부귀득명 할것인가
남의속을 알수없고 남의건강 알수업다
하루밤새 깊이든정 생사같이 하고지고
사흘만에 가는신행 인력거에 올랏어라
시댁문전 들어간이 이름났는 부자집이
식모방을 도배해서 새며느리 들안치네
별안간에 며느리를 마지하는 시댁에도
아무준비 하나업시 아들하나 내주엇다
몇해만에 찾은아들 어머니가 달래어서
장가들어 맡겨놓고 어디든지 가라한이
부모명령 거역못해 결혼하개 되엇다고
솔직하개 말을하니 새신랑도 고민이라
점잔한집 딸을맡아 신혼생활 이십일간
춘몽갓치 느끼는대 구월중순 되엇어라
공부하려 일본간다 가방들고 나가면서
어머님을 잘받들고 나가면서 몸조심을 하라한이 혼인전에 듣던말과 딴판으로 되였더라
현이오빠 거짓말에 신랑각씨 다속앗다
중매쟁이 아이들고 불비비듯 치룬혼인
싱겁고도 야속하개 두사람을 울리는날
기적소리 우렁차개 경성역을 작별하고
현해탄을 건너가는 현이신랑 키다리는
광주학생 사건때에 퇴학당한 희생자라
일본으로 밀항해서 동지들과 전전햇네
일본경관 눈을피해 뒷골못을 헤매다가
그어느날 병이나서 길바닥에 쓰러진것
형의친구 동양인이 발견하고 데리고와
부형권유 못이겨서 쉽게결혼 하엿으나
이런내용 모르고서 시집왓는 산골처녀
어머니을 여읜설음 가시지도 안앗으며
우등으로 여고보를 졸업하고 진학이라
여전 들어갈때 큰포부를 가젓는데
오라버니 속임수로 키다리와 결혼하고
신랑신부 헤어저서 겨울방학 고대할때
시부모님 사랑이야 며느리중 재일이라
동서들이 샘을하고 시앗이나 본듯하다
그후부터 동서두분 모략중상 일을삼아
아우동서 결혼전에 슬픈사연 뒤집는다
부형들의 잘못으로 여러차래 파혼하고
산골처녀 스물한살 파란곡절 구설수며
벼락같이 결혼식을 올인이유 캐는지라
전에혼설 잇든자리 청혼햇다 파혼된것
신랑귀에 들어가면 어이될고 어이될고
결국에는 알게되어 비극도래 할것인가
새신랑이 알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할가
동서시집 송곳방석 시집살이 어렵고나
현이운명 어찌되어 혼설난곳 거진같다
수박같은 부호자제 겉다르고 속다르네
어이할꼬 어이할꼬 피호봉랑 현이신세
독수공방 신혼생활 수개월이 흘럿어라
겨울방학 기다리며 따분하게 지내는데
맏동서와 둘째동서 번갈아서 현이보고
새댁새댁 내말듣게 신랑과거 알고왔나
또한동서 하는말이 신여성이 무엇하러
이런집에 시집와서 시집살이 한단말고
이런소회 저런소회 시집살든 이야기며
현이친정 내왕없고 혼인범절 허무한것
동정하듯 뒤집으니 낱이확근 달았서라
현이모친 계셧더면 현이시집 가는날에
좌우하님 앞새우고 사인교에 올아안자
칠보단장 화려하게 차린행차 줄지을것
엿고리와 유과고리 육해건물 최상이며
사동지와 문안편지 어디간들 빠젓으랴
현이견문 자락적에 혼인범절 알건마는
어머니가 안계시고 아버지와 조명이며
두오빠는 이기주의 유대인과 같다할가
일본유학 간다핑게 당일에복 그것으로
영구사람 딸치우듯 빈몸으로 내보낸후
한두달이 지난도록 콧등조차 볼수업다
동서들은 구석구석 신여성의 험인지라
시어머님 들으시고 새며느리 편을드니
한집에서 신구충돌 편한날이 업섯어라
송곳방석 깔앗는듯 현이입장 곤란한대
그엇든날 일본에서 낭군님이 오신다고
경성에 마중나가 기적소리 들으면서
방학이라 돌아오는 새신랑을 영접햇다
같이나간 시숙이며 새신랑과 집에온이
동서둘이 찌푸리고 괴변이야 괴변이야
이래저래 눈치보다 신랑각시 못댕기며
친정모친 소대상에 처음으로 근친하니
동리사람 모여안자 현이신랑 흝어본다
잘생겻다 못생겻다 신언서판 차래차래
이집신랑 훌륭한가
저집신랑 훌륭한가
비교하는 이 자리의 새신랑이 병이낫내
가는됴중 진보에서 상한인가 열이올아
처갓집에 들어설대 정신없시 떨고있다
새신랑이 오자마자 절하다가 쓰러지니
밤새도록 처남셋이 병구완에 바쁘더라
초행길에 병이나서 두서업시 문상하고
보름만에 돌아온다 시어머니 놀아신다
아들병이 이렇함은 상문들어 그렇다고
이탓저탓 둘처내며 새며느리 팔자새다
신랑각씨 같이두면 신랑잡아 먹는다고
어머니가 차고안자 독수공방 하개되니
시어머니 처분이나 기다리고 사는판에
동서두분 한편되어 신여성은 고립이요
시어머니 동기들은 만주내왕 빈번해서
좋다는약 싸가지고 오고가니 부산하다
부족증은 무엇시며 노점병은 무어신고
남녀같이 동거하면 이병으로 죽는다니
며느리를 친정으로 보내야만 될터인되
안사돈이 안계시고 밧사돈은 방랑이라
누구믿고 보내는냐 어이할꼬 어이할꼬
시어머니 한숨싀면 푸념하기 시작이라
신혼이고 무엇시고 새상만사 귀치안타
그럭저럭 삼동나니 뜻밖에도 임신햇내
염치업시 나는구역 입덧나는 여증이라
시부모님 눈채고 잉어곰에 팔진탕에
생남하기 츅원하며 서향방에 차일치고
혼인한지 일년만에 몸을푸니 딸이라네
온집안이 낙심하고 초상이나 난듯하니
산골처녀 시집와서 얻은선물 이것인가
새상만사 시드리혀 기진맷진 누웟는대
새신랑이 아빠되어 밤참국을 데워준다
마루에 잠을자며 산모국밥 데우느라
밤중에도 떨걱떨걱 일병을로 우습고나
사람마다 원하는것 노력하면 되지마는
생남생여 그일만은 마음대로 안되나니
무슨죄가 지중해서 여자되여 생산하며
무슨적선 많이헤서 남성으로 태어날꼬
삼생연분 그것으로 우리부부 되었다면
백년해로 하고지고 산골처녀 시집와서
애기엄마 되었어도 내어머니 그립고나
자나깨나 그리운것 어머니의 사랑이라
하해같은 그사랑을 어디가서 바라볼꼬
굽이굽히 쌓인설음 다시풀길 업는날에
새신랑은 벙극벙극 웃으면서 드리오다
딸이라고 설워말고 국밥이나 먹으라고
은근하게 위로하는 신랑말에 감격하여
쌔근쌔근 잠든애기 눈물속에 바라볼때
키다리는 신기한듯 애기깨워 흔드면서
유심히도 애기얼굴 바라보고 앚잤고나
그럭저럭 초칠날에 시어머니 들어와서
삼신상을 앞에높고 손바닥을 비비면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삼신님게 비나이다.
다음번엔 아들애기 부디점지 해주이소
이런정성 베푸시니 하해갓은 자애시라
친어머니 대신으로 시어머니 친절한날
새신랑은 ㅇㅇ일지 다시공부 하고지고
가방들고 떠나면서 어머님만 믿고가네
이것으로 신혼생활 끝이나고 말았구나
가을하늘 맑은지고 흰구름은 오락가락
은하수를 바라보니 이마음도 어지럽네
산골처여 시집와서 일년동안 변한모습
신혼생활 하느라고 아조딴판 되었어라
끝
경진 팔월 초구일 권중군 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