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의대'의 대명사로 불리며 폐교까지 거론됐던 서남의대가 교육부를 상대로 사실상 승소를 거두자의사들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6월 26일 학교법인 서남학원이 교육부를 상대로 낸 감사결과 통보처분 취소소송에서 교과부가 내린 감사결과 처분 중 학점 취소 관련 항목 등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취소를 명한 부분 중 눈길을 끄는 것은 △교양 및 전공과목 미이수자 학위 취소 △의대 관련 학점 및 학위 취소 처분 두가지다. 대학과 교육부가 지어야 할 부실교육의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할 수는 없다는게 재판부의 입장인 것.
그러나 의료계는 임상실습에 대한 이렇다 할 규정이 없는 제도적 허점을 노린 대학측이 법적 면죄부를 받음으로써, 의학계가 강력히 요구해 온 의대 폐교 역시 피해갈 수 있는 근거를 얻게 됐다며 아쉬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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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진(전 의료윤리연구회장) |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명이비인후과의원)은 2일 본지와 통화에서 "서남의대 사건은 전형적인 '관피아' 행태로 부터 비롯됐다. 이미 의협 등 의사단체들과 의학교육평가원이 서남의대 문제를 수도 없이 지적했음에도 의대 평가에 대한 권한을 공무원들이 손에 꼭 쥐고 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전 회장은 "진작에 의평원에 의과대학 평가 권한을 부여했다면 서남의대 사건 같은 불행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원 판결의 문제점에 대해선 "재판부가 서남재단이 의도적으로 저지른 실제적 불법의도를 간과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서남의대는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진도 없는 상태에서 학생수업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진행 할 것을 계획 △실습할 여건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남강병원을 실습병원으로 정한 점 △교육기관과 교육자로서의 자질부족과 비윤리적 행태 △의도적인 눈가림식 교육으로 의학교육에 대한 사회적 불신 조장 △지능적으로 법망을 피해가려는 숨은 의도가 있었는데 재판부가 이를 제대로 가려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은 "결과만 가지고 따졌을 때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숨겨진 의도, 즉 '범의(犯意)'가 있다면 죄질이 다른 것이다. 서남의대의 경우 의도가 뻔히 부실교육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 "법 위에 윤리가 있는데 재판부가 그 부분을 간과했다"고 강조했다.
서남의대를 폐교하고 재학생·졸업생들은 구제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이 전 회장은 "재학생들은 다른 의과대학에서 교육받도록 하고, 졸업생은 의평원 등을 통해 재평가나 일정기간 수련을 통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구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대식 부산광역시의사회 부회장도 "이해가 잘 안되는 판결이다. 관리감독하는 기관에만 책임을 묻고, 부실 운영된 대학에서 부실교육을 받았더라도 이미 교육과정을 마쳐버리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강 부회장은 "물론 졸업생들의 의사면허가 달린 중요한 문제이긴하지만 더 근본 원인을 따져야한다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교육부의 소신행정은 더욱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부도덕한 대학 경영자들은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걸 인정받은 셈"이라며 "부실의대 근절방안 마련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교육부도 책임을 다해야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