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아들아
나는 참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됐습니다. 스물에 서른 살의 남편
을 만나 곧바로 아이를 가졌지요. 남편이 가난한 전도사였기에
아이를 내가 키우지 못하고 목사인 시부모님께 맡겼습니다.
일주일 혹은 한 달에 한 번씩 아이를 만났는데 마음과는 다르게 자꾸 야단만 치게 되더군요. 아이가 한창 장난이 심할 나이인데 젊은 엄마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늘 나보다는, 응석을 받아 주는 시부모님과 시누이들을 더 따랐습니다.
학교 갈 나이가 되어 아이를 억지로 집에 데려왔는데 서로 정을 쌓기도 전에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관심은 당연히 어린 동생에게 더 쏠렸지요. 그때부터 아이의 마음이 닫혀 버렸습니다. 나에게 어리광을 부리거나 떼를 쓰는 일도 없고, 오히려 포옹이나 관심을 어색해 하더군요. 아이의 꿈은 오로지 방학이 되어 할머니 댁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아이 마음을 알면서도 바쁜 생활과 밑으로 태어난 두 아이 뒤치다꺼리로 그 매듭을 풀지 못한 채 아들이 서른두 살이 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늦게 다니게 된 대학도 한마디 의논 없이 서울에 있는 곳으로 정했더군요. 어떻게든 아들 마음을 돌려 보려고 억지로 부산에 있는 대학에 다니게 했습니다. 하지만 졸업하자마자 서울의 한 복지관에 취지해서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이제 결혼할 나이가 됐는데 나에게 할머니 노릇을 하게 해 주지 않을 것 같아요. 서울과 부산의 거리보다 더 먼 '마음의 거리' 를 둔 우리 아들에게 빚이 너무 많습니다. "강택아, 그때 엄마는 한 아이의 인생을 책임질 준비가 안 된 어린 엄마였어. 너를 사랑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단다. 엄마를 용서해.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지만 앞으로 함께할 시간에 감사하며 다정한 모자로 살아가자. 사랑한다."
첫댓글 마음의 거리 등등 이 비슷한 단어들이 실감나는 요즘이군여,,, 사랑하면서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반대의 감정이 앞서 표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일것입니다. 먼저 표현하고 먼저 손내밀어 정을 나누는것이 힘든일일까요?? 사람들은 모두들 받으려고만 하지 베푸는건 왜 그렇게 인색해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