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 이병기 선생이 대종교에 입교한 것은 1920년 11월 21일이다.
삼신의 의미가 바로 한배님임을 밝히고 우리 민족 구성원이면 누구에게나 이미 녹아있는 종교적 성정(性情)임을 피력함과 아울러, 새삼스레 대종교에 입교하여 믿는다는 것이 형식적 번거로움임을 토로한다. 즉 이병기 선생은 대종교를 국교의 가치로 인식하고 있던 것이다.
입교할 당시의 심경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나는 한배님 가르치심을 믿음은 진실로 오랜 것으로 생각한다. 한배님께서는 우리의 등걸에 가장 비롯하고 거룩하시고 높으시고 크시어 다시 우러르고 끝없고 가없은 등걸이다. 고로잘해 먼저부터 우리등걸들께서 한배님을 가장 높이시고 사랑하시고 믿어오며 우리로부터 고로잘해 그지없는 뒤에도 우리 자손들이 한배님을 가장 높이고사랑하고 믿을지니라. 이를테면 우리 등걸이든지 우리든지 이승에 생겨나 올 적에 반드시 삼신께서 만들어 낳으셨다 하니 삼신이 곧 한배님이시라. 한배님께서 하늘에 계실 적에는 환인(桓仁)이시었고, 하늘과 땅 사이에 계실 적에는 환웅(桓雄)이시었고, 이승에 내리었을 적에는 단군(檀君)이시었다. 이러하므로 삼신이라 이름이다. 이렇듯 우리는 사람마다 집마다 한배님을 높이고 믿었다. 실상 이제 새삼스럽게 한배님의 가르침을 믿는다니 하잘 것 없다. 이미 삼천 년 긴 동안이나높이시고 믿으면서 왔다. 그러나 이 때는 다른 때와 달라 온갖 다른 교(敎)란 것이 들어와 한배님의 가르치심을 어지럽게 하므로 다른 때보다 더욱 얼을 차리고 힘을 다해 한배님의 가르치심을 널리 펴 널리알아, 위로는 우리 등걸의 큰 뜻을 받아 이고 아래로는 우리 자손에게 이 뜻을 전하여 우리는 우리대로 문명을 짓고 문명을 자랑하며 살아야 함이다. 제 어버이를 공경하지 아니하고 다른 어버이를 공경하며, 또 저의 아들을 사랑하지 아니하고 다른 아들을 사랑한다 함은합리한 일이 아니다. 진실로 우리가 한배님을 버리고 누구를 높이며믿으랴. 한껏 한배님의 가르치심이 이 누리로 가득하여 나아가기를빌고 또 비노라.”_이병기, 『가람일기』Ⅰ, 신구문화사, 1975. 130쪽.
어릴 적 가람 선생이 지은 글에 이수인 선생이 곡을 붙인 노래가 있었다. 돌아보니 가사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별' _이병기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 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 어느 게요
잠자코 호올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