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9~25일까지 인사동 신상갤러리(스타벅스 맞은편)에서는 '까세(Cachet)-육필시화전‘이
열렸습니다.
낯선 이름인 ‘까세(Cachet)’는 프랑스어이며 ‘우표에 찍는 소인’이라는 뜻입니다. 이 전시회는
올해가 두 번째이며 한국의 유명 시인과 화가 228인이 직접 그린 그림과 시로써, 말 그대로
육필시화전입니다.
세필로 정성들여 쓴 편지에 우표를 붙여서 보냈던 시대가 불과 수십 년 전입니다. 그 이후에
펜으로 써서 보내던 것이, 급격한 컴퓨터의 사용으로 전자메일로 대체되거나, 우편물이라 하더라도
요금별납 또는 요금후납의 우표도 없는 멍청한(?) 편지가 오가게 되었습니다. 그런 세태에 반하여
편지지 크기의 종이에 육필로 정성들여 쓴 편지와 그림으로, 그것도 한국의 기라성 같은 시인
화가들이 참여한 시화전을 연 것입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멋을 찾아낸 기획의 신선함에 한동안
입가에 웃음을 달고 전시회를 둘러보았습니다.
작가 한 분이 액자 하나마다 두 장의 편지를 써 올렸습니다. 어느 것은 시 한 편이 참한 글씨로
써 있고, 어느 것은 시는 없고 독특한 색감의 그림으로 수놓아져 있으며, 또 어떤 작품은 간단한
삽화와 어울리게 아름다운 필체로 써진 시도 있습니다.
(문복희 교수님과 작품)
시나 그림 할 것 없이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제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작품을
수록한 작품집을 발간했는데, 그 속표지를 열어보면 소인 찍힌 편지 봉투에
‘시화본일율야, 화즉무성시 시즉유성화(詩畵本一律也, 畵卽無聲詩 詩卽有聲畵)’라고 쓴 서예작품이
보입니다. 그것은 ‘시와 그림은 본래 한 가지이다. 그림은 소리 없는 시이고, 시는 소리나는
그림이다’라는 뜻입니다. 표현의 방법과 추구하는 길은 다르지만 시와 그림은 한 몸에 공존하는
형제임을 깨닫습니다.
이 시화전에 우리의 지도교수이신 문복희 선생님의 작품이 있습니다. 눈에 익은 단아한 글씨체로
‘연꽃’과 ‘동백꽃’ 두 송이를 동동 띄워놓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조생활을 통하여 활동하시는
전규태 원로시인과 역시 시조생활과 초우문학회에서 활동하시는 천성숙 시인, 이혜경 시인, 범효춘
시인 등이 참여하셨습니다.
(유성규 박사님과 함께)
유성규 박사님께서도 전시회에 오셔서 출품하신 시인들과 사진을 찍으며 축하해 주시는 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를 공부하고 있는 저와 고경 선생, 박형주 선생 등 몇몇도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귀한 전시회에 참여하게 되신 선생님을 비롯한 시인 여러분께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선생님의 출품작 ‘연꽃’으로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볼수록 그리운 그대
등에 업고 눈물 난다
만질수록 외로운 손
호주머니에 품었다가
천년 후
아무도 몰래
뜨겁게 사랑하리
2011년 1월 20일
(이 글 역시도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올리게 됨을 사과드립니다.)
(전시되었던 작품을 작품집으로 출간하였군요. 463쪽 / 가격 35,000원 / 도서출판 ‘서문당’ / 발행인 최석로 /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514-3 파주출판단지 / 전화번호 031-955-82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