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만난 겨울 치악 (081026 일)
2008년 10월 26일 일요일
황골 - 입석사 - 주능선 - 곧은치 - 관음사 - 행구동
09:50 산행 시작, 14:30 화산 완료, 중식 40분 포함 4시간 40분 소요
참석: 이형재, 이시관, 이혜연, 송기봉 4인
현재 상태로 짐작해 볼 때 5시간 정도의 산행은 별 무리없이 해낼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6시간 산행은 어떨까 궁금해 졌습니다. 어쨌거나 완주는 분명히 할 수 있겠지만, 지쳐 힘들어하면서 완주할 것인지 아니면 별 무리없이 무난하게 할 수 있을지가 궁금해 지는 것입니다. 지난 석달간의 꾸준한 산행과 운동을 통해 조금 업그레이드 된 것 같긴 한데 과연 어느 정도나 되는지 테스트 해보고 싶은 거지요. 그래서 치악산의 6시간 코스를 한번 걸어보자고 제안했는데, 다들 흔쾌히 동의를 해주셔서 치악산을 향합니다.
당초 예정한 코스는 행구동 국형사를 들머리 삼아 향로봉 - 곧은치 - 주능선 - 비로봉에 도착한 다음 되돌아 나와서 입석사 - 황골로 하산하는 코스였습니다만, 원주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생각을 바꿔 황골을 들머리로 비로봉을 오른 다음 곧은치, 향로봉을 거쳐 국형사 - 행구동으로 코스를 바꿨습니다. 유사시에는 향로봉을 오르기 전에 황골 갈림길이나 곧은치에서 중간 탈출하는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이죠.
동서울 터미널에서 원주로 가는 버스는 10~15분 간격으로 있습니다. 7시 47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탔는데, 좌석의 앞뒤 간격이 널찍한 35인승이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느라 모자란 잠을 보충하고 터미널에서 내려, 비번인 날은 빠짐없이 산을 오른다는 택시 기사 아저씨의 상세한 치악산 소개말을 경청하며 황골 입산 통제소에 도착하니 9시 45분입니다.
오전 9시50분. 신발끈을 단단히 매고 차비를 갖춰 산행을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 입석사까지 1.6km 구간은 경사가 좀 있긴 해도 포장이 잘 되어 있어 비교적 쉽게 걸을 수 있습니다. 가을비가 내리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화창하게 개였습니다. 산악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늘 치악산 기온이 4도~12도라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코에 닿는 산공기는 상쾌하면서도 꽤 차갑습니다.
요즘 이대장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그동안 쌓인 내공 덕분에 오늘 산행은 무난하게 마칠 수 있을 거란 예감이 듭니다. 몸이 아파도 산을 걷는 다리는 몸 컨디션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작동한다고 합니다.
오전 10시 20분. 30분 만에 입석사에 도착합니다. 구룡사 코스로 몰리는 가을철 인파를 피해 비교적 한가한 코스를 택했는데도 산행객들이 적지는 않습니다만 길이 막힐 정도는 아니니 다행입니다. 멀리 보이는 능선을 보니 낙엽이 지고 가지만 남은 나무들도 많이 보입니다. 단풍이 벌써 끝나가는지...
입석사에서 주능선을 오르는 길은 급경사와 너덜때문에 사다리 병창 못지 않게 힘이 드는 구간이라 호흡 조절을 잘 해야 합니다. 자칫 속도를 내다가는 사점에 도달해서 산행을 망칠 수도 있죠. 오전 10시 40분 잠시 멈춰서서 커피 한잔 마시며 휴식을 취합니다.
오전 11시 20분. 출발 1시간 30분 만에 주능선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안내도에 나온 소요 시간보다는 15분을 앞당겼습니다.
치악산 최고봉인 해발 1,288미터의 비로봉이 지척에 보입니다. 여기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입니다만 능선에 오르면서 바람이 심하게 불고 정상에는 사람들로 크게 붐빌 것 같기 때문에 예정을 바꿔 비로봉을 생략하고 향로봉 방향으로 향합니다. 중간에 곧은치에서 바로 하산하는 옵션도 가지고 말이죠.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은 양쪽에서 치고 올라오는 차갑고 강한 바람때문에 그리 유쾌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아직 10월인데 이길은 초겨울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셔츠만 입고 걷다가 불어오는 바람에 땀이 젖으면서 선득선득한 한기가 느껴져 자켓을 다시 꺼내입습니다. 나무의 잎은 대부분 떨어지고 무성한 산죽만 일행의 앞길을 안내해 줍니다.
오전 12시. 비교적 바람이 덜 불어오는 곳을 겨우 골라 자리를 펼치고 점심식사를 합니다. 뜨거운 국물로 시작해서 참치 김치찌개, 보쌈, 양념 닭갈비에 와인과 소주를 곁들인 식사는 역시나 오늘도 풍성합니다만 문득문득 느껴지는 추위에 40분만에 자리를 접고 일어섭니다. 눈이 따끔거릴 정도로 바람이 고약하게 불어대니 향로봉도 생략하고 곧은치에서 바로 하산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읍니다.
능선에서 만난 단풍잎들은 안타깝게도 미처 붉게 물들기도 전에 말라서 오그라들었습니다. 금년 단풍이 예전만 못하다더니 여기도 그렇군요.
능선에 서서 멀리 원주 시내를 조망해 봅니다. 사진 중앙 하단 저수지 앞쪽으로 보이는 마을이 오늘 백숙을 먹으러 갈 행구동 입구 마을입니다.
장갑을 꼈는데도 손끝이 시려오는 능선길을 40여분 걸으니 헬기장이 나옵니다. 부모님 손을 잡은 어린 아이들이 이제 하산길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는 기대를 품게 합니다.
헬기장에는 억새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바람도 덜 합니다. 여기저기 식사 자리를 펼친 산행객들도 많이 보이네요.
10여분을 더 걸어내려간 오후 1시 33분 곧은치에 도착합니다. 이고문님이 제밀 먼저 도착하셨군요. 평소 산행 때는 항상 후미를 보시더니 오늘은 후미 보는 일에는 아무 관심도 없어 보입니다. 오늘은 산행 내내 선두 아니면 둘째로 앞서 가십니다.
대장님의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 제 독사진도 하나 찍어 봅니다.
관음사로 이어지는 계곡으로 냐려서니 언제 그랬냐는듯 바람이 잠잠해 집니다. 계곡 물 위를 뒤덮은 낙엽들이 잔잔하게 떠 다니는 것이 저 위 능선의 모습과는 사뭇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몸이 불편한 상태임에도 대장님은 끄떡없는 산행 실력을 발휘하면서, 여유있게 주변 사진도 찍고....
고문님도 특유의 조용하고 차분한 걸음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쉽게쉽게 걸어 내려오십니다.
오후 2시 30분. 오늘의 산행이 끝이 납니다. 점심시간 40분을 포함하여 4시간 40분을 걸었는데, 안내도 소요시간 4시간 30분으로 나온 구간을 4시간에 걸었으니 성적이 좋은 편입니다. 세 분 베테랑들이 팀을 이룬데다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바람을 피하기 위해 서두르다 보니 좀 빨리 걸었나 봅니다.
오늘 식사를 하기로 예고했던 길성이 원주점에 도착합니다. 28,000원하는 누룽지 백숙이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이곳을 추천했는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회장님께서 그런대로 흡족하신 듯 총무에게 박수 한번 쳐주자고 하십니다. ㅎㅎ!
백숙을 처음 차려온 모습으로 찍어야 보는 이들에게 염장 샷으로 작용할텐데 반쯤 뜯어먹은 다음에 생각이 나는 바람에...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때맞춰 온 시내버스로 시외버스 터미널로 이동합니다. 이 터미널은 조만간 새로운 신축 건물로 이동하는 모양인데, 지도에는 이전해 갈 새 터미널이 표시되어 있고 막상 도착한 곳은 엉뚱한 위치여서 잠깐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오후 5시 15분 버스에 올랐는데, 백숙과 함께한 취기에 잠들었다 눈을 뜨니 벌서 동서울입니다. 2시간을 푹 잘자고 차에서 내려 다음 산행을 기약하고 각자 헤어집니다.
첫댓글 결국 6시간 코스 테스트는 못하고 알았네요. 다음 기회에...
빌빌 하는 사람 생각해서 산행기 올려주심에 감사! 6시간 테스트는 언제든 할 수 있지요.
앗! 대장님 지금 접속 중이신가 보다~ㅎㅎ 이는 어떠신지요? 언릉 나으셔야는데~~~^^*
동서울터미널은 저희 집에서 10여분이면 가는 곳이라 아침에 족발 싸들고 배웅이라도 갈까 했는데...당일 새벽4시까지 꼼지락 거리다 그만...^^;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운동 뜸하고 체력 떨어지면 6시간 테스트 당근 불합격이라.....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선두나 둘째로 간 것은 아주 잠시 뿐인데요.
행구동 사진에 저의 처가가 보이네요. 시내쪽으로 건영아파트 지나서 큰 교회 다응 다음 집입니다.
눈이 밝으시군요. 하하
미리 알았으면 들러서 백숙 얻어 먹는건데...아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