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일요일 스파링에선 저와 함께 왔던 유도/복싱/유술을 수련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내일도 격 수련에 올거 같은데요. 저는 그 친구의 스파링을 지켜보면서 "OO아 상대 커버링 위로 훅 쳐줘." 라는 주문을 여러번 했었습니다. 상대의 카운터나 커버링 후 카운터(리커버리 카운터나 그외 회피 후 카운터)도 감안해서 상대의 커버링 위로 펀치를 쳐주라는 뜻이었고 토요일 오후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구 합니다.
흔히 타격을 수련하는 도장, 체육관에서 복싱/킥복싱/무에타이/가라데나 종합격투기 스파링을 시행하면 대다수 사람들이 처음부터 맞닥뜨리는 문제가 이거예요. '이거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되나? 방정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안 그런 곳도 다수 있으나 상당수의 도장, 체육관들이 그러한 것에 대한 교육을 사전에 못 시킨게 주요 원인 되겠습니다. 사냥으로 먹고 사는 동물들도 자신이 길러내는 후손한테 사냥하는 법을 주의깊게 알려준 후에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까지 반복해서 습득을 시키는데 유독 사람들만 어이없는 태도를 취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자신의 안면 부위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배구공, 축구공이 있을때, 어떤 식으로 반응을 보이는지 답하실 수 있다면 아래 제가 써나가는 내용을 받아들이기는 쉬울 거라고 예상합니다. 거기서 날아오는 공을 향해 안면을 들이대면서 "야 까봐~! 까봐! XXX야." 이러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요. 말랑말랑한 탱탱볼이 날아와도 숙여서 회피하던가 눈을 감으면서도 본능적으로 회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되어있습니다.
어쨌던 결론은 이렇습니다. 공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가면서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 방향으로 회피하던가 아니면 상체를 숙이면서 회피하던가 그도 아니면 손으로 쳐내면서 약간 뒤로 빼는 식의 이동을 하게 되어있지 공이 자기 안면에 "팡" 하고 꽂힐 때까지 들이대는 사람은 아마 없을겁니다.
복싱이나 킥을 허용하는 스탠딩 격투도 다를거 없어요. 오로지 자신이 예상 못한 타이밍과 앵글에서 날아오는 타격만 제대로 반응하지 못할 뿐, 그외 자신의 눈에 보이는 타격에 반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걸어다니고 달리기가 가능한 사람이면 누구나 그렇다고 봐도 무방해요. 그런 의미에서 위험한 행동:나한테 예고도 없이 뒤통수를 후려친다던가 그런 것을 친밀함의 표시로 여기는 사람들은 그냥 두지 마세요.
그런데 어째서 UFC선수들이나 그들보다 타격에선 더 강한 수준급의 복서들, 입식타격 전문 선수들은 상대를 원하는 타이밍에 맞히고 넉다운시키고 KO시킬 수 있는지 아시나요? 앵글을 알고 있어서? 아니면 매라는 맹금류처럼 시속 300KM로 날아가서 잡아챌 수 있어서 그런가요? 그런건 아닙니다. 단지 그들이 상대의 선택권을 제한하면서 자신들은 끊임없이 자유로운 선택을 하도록 수싸움하고 유리한 위치로 이동을 하면서 실전에 임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일부 수준급 선수들은 자신도 많이 맞으면서 싸우지만 기술적으로 급이 다른 선수들일수록 훨씬 덜 맞고 싸우거나 거의 안 맞고 싸웁니다. 연속되는 부상으로 경기에서 승리+부상 재발+오랫동안 재활 코스를 반복하는 도미닉 크루즈처럼 가능한 한 안 맞고 싸워야 시합에서 패배의 확률을 낮추고 승률을 극단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상대의 커버링 위에 훅을 왜 쳐주나요? 어퍼컷 훅 콤비네이션이나 원투 훅~양훅 연타 콤비네이션 뭐하러 쳐주는거예요? 이렇게 묻는다면 저는 이러한 답을 줄 것입니다. 상대의 커버링 위에 얹어주고 쳐주더라도 내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는 것이 가능한 지름길이라서 그렇게 해주는 것이지 쓸데없이 그냥 뭐해야될지 몰라서 그러는건 절대 아닙니다.
상대 커버링 위에 훅을 쳐주는게 상대방 선택권 제한하는 거하고 무슨 상관입니까? 위에 자신의 안면에 공이 날아오는 상황처럼 상대의 선택권은 제한되어있습니다. 내가 그 사람 커버링 위에 펀치 얹어주는데 펀치가 닿기도 전에 날아올라 내 뒤통수 밟고 건너가는 상황은 나오지 않아요. 그런건 드라마 야인시대에나 나오는 것이지 실전에선 나올래야 나올 수 없습니다. 그렇게 날아다녀봤자 별거 없구요.
상대의 선택권은 나의 어깨와 시선, 동작~펀치 궤적을 유심히 보다 카운터를 쳐주는 것/커버링하고 지체없이 리커버리 카운터 쳐주는 것/상체를 숙여 회피하는 것/내 펀치가 날아오는 반대방향=대각선 방향으로 빠져 아예 펀치를 회피하거나 회피하면서 손을 쭉 뻗어 커버링과 패링, 디펜스를 하는 정도입니다.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커버링해서 막거나 커버링하면서 반대편으로 사이드 스텝, 백스텝 밟는 정도겠지요. #복서들은 대다수가 상대의 다음 동작을 예상하면서 시합, 스파링에서 방어와 회피기동을 하고 펀치를 냅니다.
이처럼 상대의 선택권은 제한되어있습니다. 자신의 머리를 향해서 공이 날아올 때보다는 더 많은 선택권이 있으나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공을 회피하거나 쳐내는 것처럼 펀치가 날아와서 커버링 위에 얹힐때(혹은 안면부와 머리에 맞을때나 스쳐갈때) 펀치가 나오는 방향으로 "야 까봐 XXX야. 쳐봐 쳐봐 돈있으면 쳐봐!!!" 하지는 않는다는거죠. 말랑말랑한 탱탱볼이 날아와도 그러지 않는데 스파링/시합 상대가 그러는데 그럴 리가요. 최소한 펀치가 날아오는 것을 눈으로 보면 자신의 손이 올라가게 되어있습니다. 일종의 리액션:반응입니다. 본능이라서 어쩔 수 없이 반응해요. 일부러 맞으려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강한 타격을 받으면 움츠러들거나 머리를 숙이거나 타격 배운 적도 없는 사람이 머리를 감싸면서 커버링을 자동으로 올려줍니다.
내가 상대의 안면 왼편이나 머리 왼편~왼방향 귀에 라이트훅 쳐주었으면 라이트훅이 나오는 방향으로 나오지는 않을테고(나와봤자 라이트훅에 맞습니다.) 정히 라이트훅이 나오는 방향으로 갈려면 팔을 뻗어 라이트훅이 자신의 팔에 걸리도록 하거나 상체를 숙여 라이트훅을 회피해야하는 정도인데요. 웬만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라이트훅이 나오는 방향이 아닌...라이트훅 나오는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회피기동을 합니다. UFC의 존 존스가 큰 키와 사기급 스펙의 리치를 활용해서 자주 써먹는 방식이죠.
대다수 사람들은 존 존스처럼 사기급 스펙도 아니고 그 정도로 강하지 못해요. 따라서 내가 상대를 몰아갈때, 상대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내가 원하는 상대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상대의 커버링 위에 훅이나 훅이 들어간 콤비네이션을 얹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머리와 상체를 숙여 펀치가 나오는 방향으로 미끄러져갈게 아닌 이상 내가 내는 펀치가 '나가는'방향과 동일한 방향으로 이동해서 내 펀치를 회피하고 방어하려들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던지는 펀치는 일종의 '구' 모양을 갖춘 공처럼 작용합니다. 상대가 앞으로 나올때나 펀치 콤비네이션 구사하는 타이밍에 살짝 옆으로 빠져서 앵글링에 의한 타격을 구사하는 것이 그림같은 카운터 펀치를 맞히는 셋팅이 되는거 아시죠? 내가 상대의 커버링 위에 펀치를 얹어주는 것도(당연히 상대의 카운터, 리커버리 카운터에는 준비하고 있어야합니다. 종합격투기면 상대의 타이밍 태클이나 클린치 시도, 킥에도 대비해야되구요.) 일종의 셋팅입니다.
상대의 반응과 선택권을 제한하고 내 펀치에 상대가 가로막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셋팅'이죠. 단, 상대한테 먼저 읽혀선 곤란합니다. 상대 역시 초심자가 아닌 이상 나의 어깨와 시선을 보면서 다음 동작과 콤비네이션, 단타 공격을 예상하고 준비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단번에 KO시킬만한 강력한 타격은 언제나 '셋팅'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서커 펀치(기습 선빵. 기습적으로 선제 공격) 날리는 야비한 사람들도 서커 펀치 준비 자세인 일종의 '셋팅'을 하는데 복싱이나 스탠딩 격투를 연습하는 분들이 이러한 것을 고려 안하면 백년 해봐야 그냥 그 수준 그대로입니다.
여러 사람이 바둑을 두면 누군가는 만년7급이고 누군가는 아마추어2단 되고 누군가는 아마추어3단이 흑으로 5점 깔고 둬야되는 프로 수준이 되는건 그 사람들이 일종의 '셋팅'을 하는데 기술적으로 격차가 커져서 그렇습니다. '축'이나 '촉촉수', '정석'이나 룰만 안다고 해서 저절로 다 되는건 아닙니다.
이러한 셋팅을 하는 법, 상대가 나한테 움츠러들게 하거나 움찔하면서 반응하도록 하는 법, 압박하면서 카운터 준비하는 법, 상대의 카운터나 리커버리 카운터를 사전에 예상하면서 차단하는 법~상대한테 덫을 놓아 함정에 빠뜨리는 법, 압박하는 상대를 내가 원하는 위치로 끌어들이고 유인하는 법, 자신이 원하는 펀치 맞히려는 상대의 어깨와 시선을 유심히 보면서 상대의 다음 수와 공격을 읽고 카운터 날리는 법, 선제타격 맞히는 법과 일종의 프리모션 스파링(타격에선 메도우나 그보다 좀 더 강한 스파링에 해당됩니다.)을 많이 연습해보겠습니다.
"상대 커버링 위로 훅을 쳐주면 그 방향으로 못 간다. 그 방향으로 갈려면 상체를 숙여서 가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상대의 서클링하는 방향을 제한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시켜서 나의 콤비네이션을 맞히기 위한 셋팅을 하는거다." 라는 말을 풀어서 설명해봤는데 어떤가요?
상대를 읽지도 못하면서 승리를 기대하는건 금물입니다. 언제나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면서 원하던 바를 얻는 격 회원님들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