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자의 유쾌한 ‘생전 장례식’
경향신문/수정 2025.05.27 14:08
서현희 기자
“슬픈 장면이 아니에요. 더 즐겁게!”..............................
2025년 5월 25일 강릉시 순포해변, 영화 <청명과 곡우사이>의 촬영 현장. 배우 박정자(83)가 확성기를 잡은 채 150여명의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사람들은 박정자의 뒤를 따라 걸으며 놀이패의 북과 꽹과리, 장구 장단에 맞춰 어깨춤을 췄다. “여러분 즐거우시죠? 신나는 마음으로 선생님을 보내드리는 시간입니다!”라는 감독 유준상(56)의 말에 사람들은 “네”하고 호응했다. 배우로 더 잘 알려진 유준상 감독의 다섯번째 장편 영화인 <청명과 곡우 사이>는 대지에 봄기운이 가득한 절기 청명(淸明)과 곡우(穀雨) 사이,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박정자 배우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억을 잃어가는 80대 여배우 ‘그녀’의 죽음의 순간과 장례까지를 다뤘다. 이날 촬영 장면은 ‘그녀’의 장례식 신으로,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마지막 장면이다. 박정자는 보조출연자들을 섭외하는 대신 지인 150여명을 불렀다. 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박정자가 실제 지인들을 조문객으로 초청하면서 일종의 ‘생전 장례식이 된 것이다. 박 정자는 “(장례식) 리허설”이라고 했다.
배우 박정자가 25일 강원도 강릉 순포해변에서 자신을 조문을 온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현희 기자
꽃무늬 원피스에 빨간 구두를 신은 박정자가 춤을 추며 자신의 상여 행렬을 이끌었다. 조문객들은 박정자가 연극 인생 63년 동안 출연했던 <위기의 여자>, <19에서 80>, <세자매>, <페드라> 등 100여개의 작품명이 적힌 만장을 흔들었다. 소프라노 임선혜의 벅차도록 슬픈 노래가 흘렀지만, 사람들은 웃으며 어깨춤을 췄다. 유쾌한 작별의 순간이었다. 유 감독의 ‘컷’이라는 목소리와 함께 촬영이 끝난 현장에서 조문객들로 출연한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크게 웃고 반갑게 대화했다. 지인들은 “언제 또 보러 올 거냐”며 어깨를 흔들거나 기념사진 한 장 찍자며 박정자를 잡아끌기도 했다. 소감을 물어보는 말에 박정자는 북받친 듯 “지금은 (소감을)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박정자는 지난주 지인들에게 ‘박정자의 마지막 커튼콜’이라는 부고장을 보냈다. 내용은 이렇다. "나의 장례식에 당신을 초대합니다......꽃은 필요없습니다. 꽃 대신 기억을 들고 오세요. 오래된 이야기와 가벼운 농담을 ,우리가 함께 웃었던 순간을 안고 오세요." 그리고 역시나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풀어 놓는 이야기들은 빵빵 터지는 실수담부터 주인공이 잊고 있던 추억까지 이런 자리가 없으면 한두명의 기억으로 묻히고 말았을, 발굴된 삶의 기쁨으로 가득했다. 박정자씨는 “이것은 작별이 아니라 쉼이며 끝이 아니라 막간” “당신은 우는 대신 웃어야 한다”라고 했다. 배우 강부자, 배우 양희경, 배우 오지혜, 뮤지컬 배우 김호영,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용호 사진작가 등 지인들은 촬영 전날인 지난 24일 전야제부터 이날 장례식까지 함께 했다. 강부자(84)는 “박정자를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저런 애가 배우를 하나?’라고 생각했다는 농담을 어제 전야제에서 했더니 모두 크게 웃었다”며 “나도 늘 내가 죽으면 관에 작은 틈으로 누가 오는지, 부조를 얼마 하는지 궁금했었는데 이런 자리가 실제로 이뤄졌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 김호영은 “갑자기 맑아진 날씨가 ‘박정자’스럽다. 냉정과 열정 사이 있는 선생님을 닮았다”며 “나도 언젠간 상복이 없는, 파티 같은 장례식을 치르고 싶었는데 선생님께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강원 강릉시 사천면 순포해변에서 배우 박정자가 영화 ‘청명과 곡우 사이’ 중 장례식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경향신문 서현희 기자
아래:한겨레 신문/2025년 6월 5일/ 김은형
유준상 감독이 만든 영화 속 박정자의 생전 장례식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몇 달전 다큐멘터리 '숨'의 유재절 장례지도사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몸져 누워계신 어머니가 가족들을 못 알아보기 전에 이별식(장례식)준비하고 있다. 나도 팔순쯤 가족들과 지인들을 불러 따뜻한 밥을 먹으며 이별식을 할 예정"라는 말이 인상깊었다. 신경외과 방사선 종양 전문의 박광우의 '죽음공부'에서 숱한 죽음을 목도한 저자도 "나는 아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 작별 인사는 하는 생전 장례식을 하고 싶다"라고 썼다. 좋은 죽음을 위해서는 죽음 이전의 장례식 이별식도 필요하다 용기를 내보자
첫댓글 천주교는 죽음을 하느님으로부터 왔다 그분께 돌아가는 귀천이라고 했다. 천상병 시인은 아름다운 즐거운 소풍 길이라고 정의하고...어릴 적 소풍 전날 그 설레임과 기쁨이라니(맛있는 도시락도 간식도 더구나 용돈 한 푼없이 빈털털이였는데도. 가는 곳을 단월 강변 이나 강 건너 풍동의 야산이었는대) 그러나 오래된 유교 문화로 우리는 고통 비극 슬픔 정도로만 왜곡되게 이해했다. 교리를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생전 장례식에 대한 인식은 '투명 인간 최장수' 드라마부터 영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