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1등!! 이런 날이 오는군요!!ㅋㅋ)
<어느 날, 갑자기, 사춘기> 윤다옥 지음, 교양인 출판
어느 날 갑자기 부모
아무런 준비도 없이 부모가 되었다. 아니 준비를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냥 아이는 낳아 놓으면 저절로 크는 줄 알았다. 그렇게 난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서 참 무지했다.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부모가 되었으니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배워야 하는 것이었다. 주변 어른들로부터 듣기도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알아보기도 하고 육아서도 읽어가면서 말이다. 그리고 아이가 영아에서 유아로, 유아에서 어린이로,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넘어가는 고비 고비마다 부모로서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참는 법도 배워야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사춘기>(윤다옥 지음. 교양인 출판)는 20여 년간 상담 심리 전문가와 상담 교사로 일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저자가 실제 자신의 아이들과 학생들을 만나면서 겪은 다양한 사례와 조언이 들어있어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 또한 고1 첫째 아들과 중1 둘째 딸을 키우고 있는 지금, 아이들의 사춘기 한 가운데에 놓여 있다. 나의 아이들과 주변 아이들을 보며 느꼈던 비슷한 경험이 많았고,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경험담을 써보려 한다.
1. 욱할 때 참는 법 가르치기
“많은 아이들이 욱해서 불손한 행동과 공격적인 말을 내뱉고 시간이 좀 지나 진정되고 나면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요.”라고 말한다. 아이 자신도 당황스럽고 불안한 것이다. 자신감이 없고 스스로 약하다고 느껴질 때, 그래서 불안하고 두려울 때, 그런 나를 들키고 싶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공격적인 모습을 드러낸다고 보면 된다.”(p.42)
둘째가 6학년 때의 일이다. 나는 평소처럼 아침에 학교에 가라고 아이를 깨웠다. 그런데 갑자기 딸이 짜증을 냈다. 첫째아이가 그 시기에 짜증을 냈더라면 나는 단박에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네가 나에게 짜증을 내니까 나도 기분이 안 좋다며 같이 짜증을 냈을 거다. 그런데 아무래도 큰 아이를 키운 경력이 있어서 그랬던가? 마음수양중이어서 그랬던가. 암튼 그 때의 나는 화가 났을 때 일단 멈추고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때였다. 아침부터 짜증내는 딸의 말투를 듣고 멈칫했다. 그리고 이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아이의 행동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아이도 엄마가 화가 나면 말을 안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자신이 짜증내는 말을 내뱉었기에 아무 말 못하고 학교 갈 준비를 했다. 그대로 학교에 보내면 아이의 기분도 하루 종일 좋을 수 없기에 현관문을 나서는 딸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학교 잘 다녀와. 그런데 아까는 엄마한테 왜 짜증냈어?”
“나도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어. 엄마, 미안해.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아이는 학교에 갔다.
아! 그렇구나. 아이 자신도 모르게 툭 짜증이 올라왔구나. 자신도 모르게 툭 내뱉고 아차 싶었겠구나. 나도 그럴 때가 많지 않은가. 그런데 내가 거기서 같이 화를 냈다면 아이는 반성보다 오히려 반항심이 커져서 더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때 나 스스로 ‘참기를 잘했구나’하고 생각했고, 이후에도 되도록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 화가 날 때는 일단 나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거리를 둔 후 시간이 지난 뒤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화가 나는 상황에서 일단 화를 내뱉기보다는 참는 법을 배웠으면 한다.
2. 사춘기, 사랑을 더 많이 줘야 할 때
우리 어렸을 때는 사춘기를 안 겪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지금은 사춘기가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찾아오는 듯하다. 요즘은 사춘기 전에도 어렸을 적부터 ‘미운 5살’, ‘죽이고 싶은 7살’이 있을 만큼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1학년, 교과목이 많아지는 3학년, 사춘기 전조 증상이 시작되는 5학년 등 시기별로 아이와 부모가 갈등하는 시기도 많아졌다,
“사춘기 아이들은 조금씩 혼란을 겪으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확인해 가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사춘기가 손상된 자존감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른이며 부모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사춘기에는 아이가 느끼는 혼란을 함께 견뎌주는 게 중요하다. 이 과정을 거치며 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이 인정받고 수용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나답게, 자신이 기준이 되어 생활할 수 있게 된다.”(p.34)
어릴 때부터 안방에서 같이 자던 아들이 4학년이 지나면서부터 자신의 방을 원했다. 그렇게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더니 5학년부터는 자꾸 자신의 영역을 나누려고 했다. 6학년 때는 동생 친구들이 놀러와서 같이 밥을 먹을 때면 아들은 쟁반에 밥을 들고 들어가서 먹었다. 한창 둘째에게 신경 쓸 때였고 아들의 유별나 보이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들과 방도 멀어지고 자연스레 관심도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점점 버릇없게 말하는 아들의 말투와 행동으로 인해 아들이 미워보이는 날이 많아졌고, 아들도 점점 말수가 줄고 잘 때마다 하던 잠자리 인사 “안녕히 주무세요. 사랑해요.”를 안하고 자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다 코로나19가 발생했고, 아들은 중학교에 입학했다. 나는 거의 두 달동안 일이 하지 못했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하루 종일 부대끼며 살다보니 나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작은 일에도 아이들에게 화를 내기 일쑤였다. 코로나는 좀 잠잠해졌다 싶으면 다시 극성을 부렸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나 앞날이 참 막막하던 때였다. 아들이 중2가 되고 반년이 흘렀을 때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 일을 했었는데, 아이들은 매일같이 집에 있다 보니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잠드는 시간은 점점 늦어졌다. 그럼 나는 일하고 자는 시간이 더 늦어져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다. 이참에 아침형 인간으로 삶을 바꿔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거기에 더해 아들과의 관계는 물론 온 가족 관계 개선 프로젝트! 하루 세 번 포옹하기를 함께 실천하기로 한다.
처음엔 포옹하기를 거부하던 아들도 엄마의 요구에 응해 아침, 저녁, 그리고 잠자리에 들 때 매일 같이 포옹을 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잠을 잤다. 처음엔 마음에서 우러나오기보단 의무감에 꼬박꼬박했다. 그렇게 7~8개월이 지났을 어느 날, 아침에 아들을 깨우러 방에 들어갔는데 자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다. 나의 감정에 북받쳐 올라 눈물이 차올랐고,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들을 그동안 내가 미워했단 말인가’하며 아들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하는 마음이 샘솟는 것에 감사했다. 아들과 매일 같이 포옹을 하면서 아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말도 별로 없고 속말은 더더욱 안 하던 아들이 잠자기 전에 포옹을 하러 와서는 미주알고주알 말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엄마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한없이 예쁜 날도 있지만 미운 날도 있다. 부모도 사람인지라 아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운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런데 부모는 왜 아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내가 원하는 대로 따라와 주지 않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사춘기가 되면 아이와 부모의 갈등이 더 깊어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부모가 아이를 끌고 갈 수 있는 기간은 초등학생 때까지라고 생각한다. 이후 중학생이 되고 사춘기가 시작되면 부모는 아이를 끌고 갈 수 없다. 끌고 가려고 해도 끌려오지 않을뿐더러 괜히 관계만 더 어긋나게 된다. 내가 가르쳐 주는 대로 따라오면 편할 텐데 말을 듣지 않는다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 아이 자신이 겪어보지 않고 경험해 보지 않은 건 다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차라리 부모가 너를 믿고 있고 사랑하고 있다, 네가 원하는 것을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사춘기는 언제든 누구에게나 온다. 그 수위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피하기 어렵다. 그 시기를 어떻게 현명하게 보낼지는 부모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모 자신의 불안을 먼저 다스리자. 부모 개인의 성격적 특성이나 불안정한 성장 경험 탓에 불안이 더 증폭되고, 아이의 모든 행동이 걱정거리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아이의 독립 시도를 지지하고 지켜보는 것은 그만한 보상을 준다. 더 넓은 세상과의 만남은 아이들에게 자신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p.273)
첫댓글 잔소리 보다는 "차라리 부모가 너를 믿고 있고 사랑하고 있다, 네가 원하는 것을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아는 말이고 좋은 말인데 지키기는 참 어려운 것 같아요..ㅠㅠ
아… 제가 너무 당연한 말을 썼나 봐요.^^;;
생각보다 초등학생때부터 부모님과 사랑한다는 말이나 스킨쉽 안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특히 남자아이들은 더더욱이요.
게다가 사춘기인 중고등 때는 관계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는 시기라 자꾸 사랑한다, 믿는다는 말 많이 들려주고 몸으로 안아주면 아이들 내면의 힘이 자라는 거 같아요.
아뇨~ 영경샘. 당연하다..뭐 그런 말씀이 아닌 거 아시죠?^^;;;
스킨쉽은 6학년 첫째에게도 벌써 어색하던데요모..ㅠ
전에 말씀하신 하루 세번 포옹 저도 가끔 해 보는데 (매일 하고 싶지만 잊어서..ㅋㅋ)
아이들도 넘 좋아하더라구요..감사해용! 몸으로 전해주는 힘이 분명있으리라...^^
네네~~ 오해하는 건 아니고 제 스스로 너무 원론적인 말만 한 건가 싶어서요 ㅎㅎ
짜증내는 아이에게 바로 반응하지 않기. 저도 일단은 그게 가장 제가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같아요. 사춘기를 통과하는 두 아이와 오늘 하루도 잘 보내려 애쓰시는 영경샘~ 수고 많으싶니다.
전 첫째 때 사춘기를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받아주지도 못했고요. 그래서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했죠.ㅎㅎㅎ
미소 샘은 잘 헤쳐나가실 거 같아요~
영경쌤 자녀들시기에 딱맞는 책이었네요~~ 으아..저는 다가올 1학년, 교과목이 많아질 3학년 사춘기전조증상 5학년이 두렵기도 설레이기도하네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줄게요!
몸으로 사랑하고 눈으로 표현하고 ^_^ ㅎㅎ
해리 샘~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은데요~~^^
저 한 가지 질문 있어요. 지금 유아를 키우고 계신 분이라 여쭤볼게요.
요즘도 ‘죽이고 싶은 7살’이라는 표현을 하나요? 저희 아들 7살 때 옆집 언니가 당시 유행하는 말이라고 했는데… 글에 쓰고 보니 너무 심한 표현 같아서요.
사실 전 아들 7살 때 전혀 힘들지 않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