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란 박사하면 전 가수 이적의 어머니이자 세 아들을 서울대 보냈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한게 없다고 쿨하게 강연하시던 분은 알고 있지만 박윤선 목사의 딸인 박혜란 박사라는 분은 그런 분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사실 박윤선 목사 자체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글이나 책을 어느정도 읽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설처럼 회자되는 그의 공개적인 삶의 화려한 일면들을 볼 때마다 그의 사적인 삶의 그늘은 익히 짐작이 되기에(사람은 결코 모든 면에 완벽할 수 없습니다. 특히 공적인 면과 사적인 면의 조화에 있어서는) 그런 사람들은 본래 제 관심 밖이라 그냥 넘어갔던 분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의 딸인 박혜란 박사가 책을 냈습니다. 그것도 아버지를 엄청나게 디스한 내용을 가지고. 그리고 여기에 대해 사람들은 두 패로 나뉘어 분쟁중인 모양입니다. 대충 보아하니 보수적 입지가 강한 한국교회 현장 분위기에서는 한국교회의 보수의 아이콘 가운데 한 분이라 할 수 있는 박윤선 목사를 지지하는 막강한 팬덤이 강력히 그를 비호하는 분위기인것 같습니다. 충분히 그럴 것이라, 아니 그렇게 해야만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뜩이나 한국 보수신학계에 본이 될 만한 사람 찾기가 쉽지 않은데 박윤선 목사까지 이렇게 디스당한다면 심각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
그런데 여기에는 조금 심각한 문제가 하나 더 깔려 있습니다. 그것은 박윤선 목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박헤란 박사를 일종의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분위기라는 것입니다. 좋게 말하는 사람들도 그녀는 상처를 치료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하는 정도입니다(그게 미쳤다는 소리죠). 전 책의 진위를 떠나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 자체가 한국 보수교단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오냐면 우선 그녀가 여자이기 때문이고, 더 나아가 자신들의 아성을 침범하는 [적]이라 보수교단이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본래 이런 [폭로물](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보도)적 도서들이 나올 때는 당연히 파란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두 가지의 반응이 나오게 됩니다. 하나는 정상적인 반응인데 객관적 대응입니다. 즉, 사실 관계가 정말인지 아닌지를 자료를 통해 반박하는 것입니다. 이게 일반적인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상대방의 흠이나 결점을 들어 그가 주장하는 사실 자체를 무효화 하려는 시도입니다. 즉, 인신공격입니다. 이런 경우는 우리 사회에서 자주 봅니다. 가깝게는 세월호 가족들을 [종북빨갱이]로, 야당을 [종북숙주]로 규정해 버리고 그래서 그들이 말하는 것은 들어주면 안된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짜는 방식이죠.
대표적으로 홍가혜라는 사람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녀가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전해 주었던 말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뉴스로는 대대적으로 정부가 구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현장에서 그녀는 그것이 죄다 거짓이라고 폭로했고 그 여파는 엄청났습니다. 그런데 곧 그녀의 과거들을 줄줄이 캐내며 그녀를 거짓말장이로 만들었고 심지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체포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녀의 말이 사실(적어도 세월호 사건 현장에서의 증언은)이라는 것이 다 드러났고 결국 그녀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 프레임이 박윤선 목사의 딸 박혜란 박사에게도 거의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 경악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이게 현재의 한국 교회의 보수진영의 전반적인 맨낯이기 때문입니다.
------------------------------------------
박혜란 박사의 증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역시 같은 방법으로(책이나 논문 등을 통해) 해결하면 될 일입니다. 그래서 맞는 것은 받아들이고 아닌 것은 수정하고 또 그를 통해 얻게 되는 교훈은 각자 잘 소화해내면 그만입니다. 박윤선 목사의 공은 공이고 과는 과일 뿐입니다. 사실 박혜란 박사가 자신의 가정사만 담담하게 이야기 했다면 파장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를 통해 한국교회의 보수진영을 [공격]했기 때문에(혹은 그들이 자신들이 공격 받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녀의 말에 대한 사실 여부가 판단되기도 전에 이미 그녀는 [정신병자고 치료받아야 할 여자]라는 낙인을 찍어버린 것입니다. 전 이 현상이 애통합니다. 교회의 목사라는 사람들이, 신학자라는 사람들이 사람과 사회를 인식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고작 이 수준 밖에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목사의 딸]은 말 그대로 시대의 아픔이라고 곱씹고 넘어갈 내용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책을 둘러싸고 보이고 있는 한국교계, 특히 보수진영의 모습은 말 그대로 참 [후졌습니다]. 그리고 참 [부끄럽습니다].
권영진 목사(정언향 교회)
첫댓글 박혜란 박사는 개인의 상처로 인해 왜곡되고 어그러진 심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냉정하게 판단하면서 그의 아버지 박윤선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시대의 산물이라고 너그럽게 넘어가는 그 시점이 바로 문제가 되는 지점입니다. 왜 한쪽에는 관대하고 한쪽에는 냉정하고 엄격할까요? 이는 우리 사회에서도 너무나 쉽게 보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제가 사는 이곳의 한국 동포 신문은 뉴스앤조이의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를 많이 퍼 오는 편인데, 그 점에서 전에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은 그 신문을 못 마땅해 하더군요.부정적인 면을 지적하는 것을 지적하는 것을 부정적인 면을 가진 것 보다 더 문제 삼는 태도는 부정적인 행위를 합리화 하고 계속 하겠다는 의미가 아닌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면 잘못된 것과 옳지 않은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존중받아야 하고 이를 통해 자정 내지는 개혁이 일어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비판하는 이를 업박하려는 것은 쉽게 말해 자신들의 카르텔을 지키겠다는 기득권의 모습일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