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지역
산비탈 논이 있던 자리
어둠에 수긍하듯 퀭한 야광찌를 끼워
낚싯대를 드리운다
저기쯤이던가
배를 타고 멀리 가도 닿을 수 없는,
바로 그곳
어린 시절 그 저녁 길로
잉어 한 마리 두 개의 슬픈 구슬을 달고
다 풀어진 집으로 돌아가고 있겠지
다랭이 논에 눕혀둔 쟁기는
아직도 누렁이를 기다리고 있을까
밤나무에 걸린 가오리연은
줄을 끊고 먼 기수지역으로 헤엄쳐 가버렸을까
서둘러 돌아가신 어머니가
황토 아궁이에서 저녁을 짓고 계신가 보다
피어오르는 눅눅한 굴뚝연기
나는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어두운 마을길을 비추던
그 잔별들을 저녁 강에 띄워 두고
<2023 미래시학 겨울호>
첫댓글 가오리연은 분명 기사회생 했을겁니다.
잘 감상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