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향기-의정부교구 의정부1동성당 유정임 올리바
삶의 마지막 길에 주님 영접시켜
글․최태용
최태용 레오 의정부 Re. 명예기자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살고 계신 어르신들이 상처로 마음 아프지 않고, 마지막 가는 길까지 편안하게 가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로지 ‘어르신 세상’을 위해 봉사를 한다는 천사들의 어머니 쁘레시디움 단장 유정님 올리바 자매(62세)를 만나러 의정부시 의정부동에 위치한 루시아 요양원을 방문했다.
올리바 자매는 정갈한 옷차림에 눈웃음 주름이 그대로 잡힌 웃는 얼굴로 기자를 맞이했다. 자매는 자신이 인터뷰를 할 정도로 잘한 것이 없다며 극구 사양했다. 자신보다는 주변에 숨어서 봉사하는 더 훌륭한 사람들이 많은데 지면을 통해 얼굴을 내보이기가 부끄럽다는 이유였다. 로비에 나와 있던 어르신들과 한 가족같이 대화를 나누며 율동하는 모습에 ‘이런 것이 바로 유정임 올리바 자매가 지향하는 고유한 브랜드가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모든 인간은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꽃과 같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지만 주님의 말씀은 영원히 머물러 계시다.”(베드로1,24-25)
중풍의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올리바 자매는 중풍으로 쓰러진 시어머니를 형님 댁에서 모시고 계셨다고 한다. 그러나 큰댁 가족이 감내해야하는 정신적 고통이 너무 커서 시어머니를 자신이 모시고 왔지만 자매를 생각한 시동생이 요양원에 모셨다. 시어머니가 계신 요양원이 너무 멀어 힘들고 고통스러웠는데 주님께서 기도에 응답이라도 하듯 교우였던 김경희 루시아(현 꾸리아 회계) 자매가 성당 옆에 노인 전문요양원을 설립했다. 그는 루시아 원장과의 만남 또한 하느님의 이끄심으로 알고 기뻐하며 루시아 원장을 설득해 행동단원으로 입단시켰다.
“힘들어도, 잘 하지는 못해도 내 남편을 낳고 키워주신 부모이기 때문에 절대로 우리 곁을 떠나보내지 않겠다는 각오로 시어머니를 루시아 요양원으로 입소시켰어요.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지만 시어머니를 볼 때마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정이 점차 느껴졌어요.”
고생하면서 남편을 기르고 집안을 일궜던 시어머니라는 것이 새삼 생각난 것이다. 어린애 같으면서도 보듬어 안아주고 싶은 그런 시어머니였다. 누워있는 것만 봐도 그저 좋기만 했다. 아니 살아 있는 자체가 그에게 큰 힘이 되었던 시어머니께서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세상을 떠났다. 세상 사람들은 며느리의 효심이 귀감이 된다고 효부상도 주었지만 세상에서 주는 상보다 화목한 가정 안에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이 행복의 으뜸이라는 말을 매일 실감하면서 살아왔다. 아직도 집안 어딘가에 항상 남아있는 시어머님의 빈자리는 늘 그리움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올리바 자매는 1963년 초등학교 3학년 때 충청북도 증평성당에서 하느님과의 만남으로 삶에 대한 아름다운 빛깔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후 하느님 안에서의 성가정을 목표로 친정 부모 형제들을 인도했으며, 40년 전 원광일 사무엘 형제와 결혼하여 시댁 식구들까지 인도하게 되어 양가 22명이 성가정을 이루는 천주교 집안으로 기쁨에 젖어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시어머니께서 하느님 곁으로 떠난 그해 남편 사무엘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그 당시 남편은 구역장직을 맡아 활동하며 구역사람들과 궂은일을 마다않고 봉사 활동에 푹 빠져있던 때라 참 행복해 했었다.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나를 아끼고 사랑했던 사무엘이 내가 너무 슬퍼할까 봐 하느님께 말씀드렸는지 슬픔이 변하여 기쁨이 될 요양원 노인 구원사업의 은총을 주셨답니다”하고 말한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요한15,16)
“봉사로 지낸 세월 행복하다”
노인들을 어떻게 교회로 모시고 그 분들의 남은 생을 편안하고 즐겁게 주님의 복음을 받아들이면서 사랑가운데 죽음을 맞이하게 할까, 또 가실 날이 임박한 분들에게는 주님을 영접하고 구원받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 올리바 자매는 천사들의 모후 쁘레시티움 단원들과 함께 실천에 옮겼다.
육신의 병보다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절망감과 외로움을 느낄 때 옆에서 어깨를 다독거리는 것이 더 소중한 것처럼 노인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신부님께 미사 요청하였더니 허락해주신 결과 50명의 노인들이 참석했다. 신부님께서는 미사 강론 중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조그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찾아왔다고 말한 뒤 매주 둘째 주 금요일에 미사 집전, 세례, 대세, 사후 연도를 꼭 해주겠는 약속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또한 신부님께 요양원 활동 방문을 설명했더니 방문 교리를 허락해 주었다. 요양원 원장님께 영세를 못 받은 분들을 파악하여 매주 2회 천사들의 어머니 쁘레시디움 단원들과 방문하여 책임과 사명으로 방문 교리교육을 시킨 결과 13명의 어르신들이 영세 받고 하느님 품에 안기는 쾌거를 올렸다.
“힘들 때도 있지만 어르신들로 인해 즐겁고 기쁠 때가 더 많아요. 가끔씩 엉뚱한 말이나 행동으로 우리들을 재밌게 해주실 때가 많습니다. 어르신들과 함께 웃을 때면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고 봉사한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어르신들의 눈높이에서 어르신들을 마음을 읽고 느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유정임 올리바 자매는 현제 의정부1동성당 천사들의 어머니 쁘레시디움 단장으로 활동하며, 성령기도회 활동도 겸하고 있다. 아들딸 사위와 행복한 성가정 이루며 생활한다.
“봉사활동으로 지내온 세월을 뒤돌아보니 너무나 행복하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요양원 어르신들을 어떻게 행복하게 해줄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먼 훗날 내 기억의 창고에도 아름다운 거울을 걸고 싶다는 유정임 올리바 자매의 삶이 오래도록 행복하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