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都心) 아파트 지역으론 국내 처음으로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용두공원 지하에 음식물 쓰레기 등을 처리하는 환경자원센터가 생겨 5월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이 센터는 동대문구청 정문과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 보고 있으며, 센터를 중심으로 반경(半徑) 50m 이내에는 1500여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설은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악취 때문에 어느 곳에서나 주민들이 "우리 동네에 짓는 것은 안 된다"고 반발하고 나서는 대표적인 '님비'시설이다. 동대문구도 그동안 멀리 충청도까지 가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왔다. 그러나 그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갈수록 커져 처리가 어렵게 되자 동대문구는 2004년 구청 앞에 최첨단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구청 앞에서 매주 2~3회씩 수백명이 모이는 시위를 100여 차례나 열었고 일부는 구청장실도 점거했다. 구청 민원실에 음식물 쓰레기를 던지고 출근길의 구청장 차에 분뇨를 뿌리기도 했다. 26개 단체가 120여 차례나 청와대·감사원·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에 탄원서를 냈다.
구청은 "우리 지역 쓰레기는 우리 지역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주민들을 설득했다. 주민대표 25명을 40차례 만나 설명하고 전체 주민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도 8차례나 열었다. 요구 사항이 있으면 다 내놓으라고 했다. 처음엔 무조건 반대로 일관하던 주민들은 2006년 10월 18개의 요구 사항을 제시하는 등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구청은 악취 방지를 위한 주민 감시단 설치 등 요구 사항을 모두 들어줬다. 센터 건설 부지 주변의 재건축 용적률을 높여 달라는 요구 사항도 구청이 서울시에 건의해 현재 절차를 밟고 있다.
구청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안의 공기가 정화 장치를 거치지 않고는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하는 시설 등 냄새 방지 첨단 시설들을 찾아 나라 안팎을 누볐다. 건설 부지를 구청 바로 앞으로 정한 것도 "냄새가 나면 구청 직원들부터 근무를 할 수 없을 것 아니냐"며 주민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2006년 11월 착공했던 시설이 작년 말부터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동대문구는 혐오 시설 건설을 놓고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대립도 구청과 주민이 하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