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안산시 전국여성백일장(수상작) 참방-정영자(수필)

[권선애]

<참방-수필>

발효

정영자

  발효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발효한 효모나 세균 따위의 미생물이 유기 화합물을 분해하며 알코올류, 유기산류, 탄산가스 따위를 생기게 하는 작용. 좁은 뜻으로는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 작용을 ……. 술, 된장, 간장…….

우리 일상에 발효된 음식은 여러가지이다. 푹 삭힌 김장김치, 몇 년 묵은 된장. 그리고 여러가지 술이다.

이러한 발효는 이전의 재료에서 제3의 맛이 난다는데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들은 즉석식품을 좋아한다. 빠르게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식사도 빠르게, 행동도 빠르게 해야한다. 젊었을 적엔 나도 이런 발효 음식을 즐기지 않았었다. 그저 입맛에 바로 당기는 맛만을 추구했었다. 몸에 좋은 발효 음식들을 즐기기 시작한 건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부터였다.  이것이 어디 음식 뿐이겠는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발효가 필요하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친구나 이선간에 처음 만나도 진도가 빠르다. 마음의 진도 건 스킨쉽의 진도 건, 하지만 어디 사람이 마음이란 것이 손바닥 뒤집 듯 그리 쉬운가. 내 입맛에 맞으면 많이 찾는 음식, 그렇지 않고 몸에는 좋지만 그닥 끌리지 않는 음식은 잘 찾지 않는다. 이것이 어김없이 사람에게도 적응됨을 알 수 있었다. 겉보기에 키가 훤칠하고, 영화배우처럼 분위기 있는 조각 미남에 누구나 여성들의 시선이 꽂힌다. 바람 불면 날아 갈 듯한 몸메에 하이얀 둰피스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여인은 같은 여자가 봐도 서정적이다. 이렇듯 우리는 내면 보다는 외면에 늘 끌리기 마련이다. 그런 상대와 대화해 보면 마음도 반듯하고, 대화도 잘 통활 것 같고, 배려심도 많을 것 같다고 나 혼자서 착각한다. 즉 상대에 대한 기준을 나에게 맞춘다. 그러다가 한 번 두 번 상대와 얘기를 해보면 놀랍다. 무척 실망스럽다. 왜냐하면 내 기준에 맞추어 놓은 상대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정한 기준에 한치의 어긋남도 있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렇게 자신이 상대에게 세워놓은 기대감이 무너지면 관계는 무너진다. 자신의 허물은 작고 상대의 허물은 거대한 활화산이 터진 것처럼 크게 보인다. 이럴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즉석식품과 같은 관계가 되는 것이다. 이제껏 간단한 이치를 못 깨우치고 사십이 넘어서야 나를 살필 수 있었다. 우리는 시각을 통해 사물이나 사람을 본다. 어떤 분들은 사람을 볼때 마음을 봐야 한다고들 얘기한다. 오랜 친구는 외모가 아닌 마음을 본다. 하지만 첫인상은 외모나 분위기를 보는 쪽으로 기울어진다. 나도 모르게 예쁜 꽃이나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 시선이 가듯,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화를 해보고 그가 또는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얼만큼의 배려심이 있는지 자기 생각만 고집하지 않는지 이것을 살펴야 한다. 그러려면 겉저리 김치가 아닌 푹 삭힌 김장김치가 되어야 한다.

우리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라는 말이 있다. 일 이년을 봐도 모르는게 친구 사이, 가족 사이다 부부 사이는 더더욱 그렇다. 애인 사이도 그렇다. 현대인은 과학의 발달과 비례해서 더더욱 괴롭다. 과거가 달리 많은 통신 기기들이 있지만 인간의 외로움은 극에 달한다. 누군가와 영혼의 울림을 주는 대화를 하고 싶다. 누구나 그런 존재를 기다리고 바라지만 희박하다. 왜일까?

내가 친구에게 원하는 외모, 마음 이런건 친구도 똑같이 원한다. 그 텅빈 마음을 그 무엇으로도 채울길 없어 허우적댄다. 그것을 밖에서 찾을때는 우리는 영원히 방황하는 영혼이다. 하지만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보자. 친구가 얼마나 외로운지, 친구가 나와 커피 한 잔 사이에 두고 내가 내 고민을 쏟아내려하기 전에 분위기 잡아주어 마치 십 년 묶은 고민을 털듯 그렇게 속 시원하게 얘기 할 기회를 주자. 내가 외로우면 친구도 외롭기 때문이다. 내가 스마트폰에 카카오톡을 보며 누군가와 대화 상대를 찾듯 친구도 자신의 삶의 헛헛함을 위호 받고 싶으리라. 무겁게 짊어진 삶의 무게 자신의 꿈, 미래에 대한 전망과 두려움이 늘 머리 속에서 교차하지 않는가.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그들을 보듬어 안아줄 때 우리들은 더이상 외로운 존재가 아니다. 마음이 외로운 사람, 생활이 어려운 어린이 가장, 독거 노인, 그리고 저 북쪽에서 밥 한 그릇이 없어 굶어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발효가 필요하다. '당신이 더 소중합니다' 라고 마음속으로 얘기해 보자 내 속에는 아직도 발효 할 것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