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중국, 7위)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 정상에 올랐다.
6월 4일(현지시각) 리나는 프랑스오픈 결승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이탈리아, 5위)를 1시간 40분만에 6-4 7-6(0)으로 물리치고 '클레이 여왕'에 등극했다.
리나는 1세트에서 강력한 백핸드 스크로크와 적극적인 네트플레이로 스키아보네를 압박하며 39분만에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에서도 리나는 스키아보네의 첫 번째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스키아보네도 디펜딩 챔피언답게 깊숙한 스트로크로 리나의 좌우를 흔들며 5-4 역전을 시켰다. 하지만 리나는 이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며 6-6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승부는 타이브레이크에서 결정났다.
타이브레이크에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지만 리나가 적극적인 공격으로 연속 7점을 뽑으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날 경기에서 리나는 스키아보네보다 7개 많은 24개의 실책을 범했지만 3개의 서브에이스(스키아보네 0개)와 무려 31개(스키아보네 17개)의 위닝샷을 터트리며 디펜딩 챔피언을 제압했다. 반면 스키아보네는 리나의 빠른 발과 강력한 투핸드 백핸드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무너지고 말았다.
리나는 "정말 놀랍다. 내가 프랑스오픈에서 우승을 하다니 정말 꿈만 같다"며 "스키아보네는 클레이코트에서 더욱 강한 선수다. 그녀의 톱스핀과 슬라이스는 매우 위협적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많이 뛰게 하는 전략으로 경기에 임한 것이 주효했다"며 기쁨을 나타냈다.
이어서 "경기 중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특히 그랜드슬램과 같은 대회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지난 호주오픈에서는 그랜드슬램 대회 결승 경험이 없었고 너무나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히 알았고 그때보다 더욱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대회 전에 많은 사람들이 나는 클레이에서 잘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제 그들은 생각을 다시 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 테니스에 대해서는 "현재 국가차원에서 테니스를 집중 육성하고 있고 세계적인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고 생각한다. 이 경기를 보고 있는 많은 중국 어린이들이 나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리나는 6월 6일 발표될 랭킹에서도 세계 4위에 오를 전망인데 이는 지난 1995년 다테 기미코 크룸(일본, 60위)이 기록했던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 랭킹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1982년생인 리나는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1997년 중국 국가대표가 된 리나는 1999년 프로로 전향하였지만 2002년 학업과 중국 정부의 테니스 시스템에 반기를 들며 2년 동안 코트를 떠났다.
하지만 2004년 다시 대표팀으로 돌아온 리나는 그해 9월 광저우에서 열린 WTA 투어 단식에서 중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본격적으로 투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2006년 윔블던에서는 중국 선수 최초로 8강에 오르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올해 호주오픈에서는 결승에 올랐지만 킴 클리스터스(벨기에)의 벽에 부딪히며 준우승을 차지하였고 이후 참가한 대회마다 저조한 성적을 내며 호주오픈 결승 진출은 우연이었다며 세간에 떠돌았다.
이를 의식하듯 리나는 지난 4월 코치이자 남편인 장산을 해고하고 덴마크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인 미하엘 모르텐센을 고용했다. 새로운 코치의 지도를 받은 리나는 마드리드오픈과 로마오픈에서 준결승에 올랐고 드디어 프랑스오픈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 대회 정상에 오르며 새로운 테니스 역사를 썼다.
지난 1989년 중국계 미국인 마이클 창이 프랑스오픈에서 우승을 한 적이 있지만 순수하게 아시아 선수가 그랜드슬램 대회 정상에 오른 것은 리나가 처음이다.
마지막으로 언제 중국에 돌아 갈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바로 윔블던이 시작하기 때문에 중국에 갈 시간이 없을 것 같다"며 아직 도전이 끝나지 않았음을 밝혔다.
시즌 두 번째 그랜드슬램 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쓴 리나. 과연 그녀가 윔블던에서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지 주목이 된다.
박준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