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에 앞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저는 반도체 물리학 전공을 하다가 학습능력 부진아로 판정되어 학과공부를 포기하고 어중간한
엔지니어링으로 먹고 살고 있는 군미필 24세의 다소 지능지수가 모자란 청년임을 밝힙니다.
하는 문화 활동이라고는 매주 일요일에 방영되는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와 OCN에서 밤 12시 넘으면 해주는 성인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전부이며 연극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관람해본 바, 개념없고 냉택없는 소리들을 후기랍시고 마구 써놓을
공산이 매우 매우 큽니다.
그러니까 읽다가 짜증이 나서 못해먹겠다 하고 마우스를 집어던지시다가 고가의 마우스가 고장나도 저에게는 책임이
없음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아, 마지막으로....아랫쪽의 글들을 보시면 대충 아시겠지만 제목은 낚시입니다-_-.
화장실에서 입에 담배를 물고 스포츠신문을 보며 응아를 하실때의 기분으로 읽어주시라는 차원에서.....
악몽의 굴림체
포스터에서 핑크톤의 하트와 정체불명의 덩쿨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빠졌죠.
듣자하니 코믹이라던데 "로맨틱 코미디인가?" 하고 고개를 까딱 거리면서 공연장 앞 코끼리 공장 카페에서 와플 한접시를
뱃속에 쓸어담고 공연장에 입장했습니다.
포스터에 정신병원이 배경이라고 써있길래 과거에 보았던 드라마의 한장면이 떠올랐는데.....
▲ 10여년전 드라마인 '해바라기'의 정신병동 커플. 차태현 &김정은
사실 본 연극과의 유사성은 그리 없지만 그래도 추억을 반추하는 차원에서 적절히....
그리고 본 문단의 주제인 포스터.....
포스터에서 엥간하면 굴림체는 안쓰셨으면 좋겠습니다-_-
제가 봤던 포스터 원안은 그게 아니었던것 같기도 한데 난데없이 중앙에 굴림체로 떡하니 글씨가....
제가 아무리 미적 감각이 없어서 만드는 프리젠테이션 파일마다 파랑과 검정으로 도배를 하다시피 하고 평소엔 갑자기 비가
와도 우산을 꺼내며 허둥거릴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촌스럽기 그지없는 컬럼비아 고어텍스 잠바만 입고 다니는 놈이라지만
일견 봤을때 모니터 상이건 인쇄물 상이건 글자 세로 높이 2cm를 넘는 굴림체가 얼마나 조형적으로 심각한 결여가 있는
물건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대략 큰 사이즈의 굴림체는 알카에다보다도 나쁜 사도의 존재이자 악마, 사탄 그 자체라고 여기는 저의 진언을 받아들이어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맑은 고딕이나 나눔 고딕 정도만 되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암전
제가 연극을 처음 본 관계로 암전이 왔을때(이걸 온다고 표현해도 되는건가요-_-?) 잠시 당황하였으나 이내 평온을 되찾고
맨 뒷자리의 특권으로 여친에게 기습 키스를 해줬습니다.
폐쇄되었고, 다른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서의 키스란 한겨울에 MT가서 아침에 겨우 일어나 끓여먹는 라면 맛 이상의
쾌감을 안겨주니 공연을 보러가시는 커플들은 가급적 줄의 길이를 잘 가늠해서 맨 뒷자리로 가신뒤 뒷자리에서 츄르릅 쩝쩝
하시길 권장해 드립니다.
비밀
사설이 길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연극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일단 주연 배우들 연기력 이야기부터.....
연극을 본 적이 없어서 배우들의 연기력이 어느정도 요구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였습니다.(시트콤에서
요구되는 연기력이 대하사극에서 요구되는 연기력과 같은 수준일리가 없지요)
근데......
다른 분들도 좋지만 하느님 역의 배우분이 아주 인상적이더군요.
연극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분들은 표정이나 연기가 다소 과장된 느낌이 짙은데 하느님 역의 배우분은 실제
성격이 아닌가 하고 의심케 할 정도였습니다 쿨럭 ㄱ-
▲ 농담이라능. 에이 설마 실제로도 그러시겠어요-_-
연극 말미의 이광남의 절규 부분에서 쓴웃음이 지어졌는데...
미친 사람이 정상인 미친 세상......
딱 지금의 세태를 반영한 듯한 느낌이군요.
정신병 진단을 받아봐야 하지 않나 하는 자가 한 나라의 수장으로 취임한 덕에 미래소년 코난이 아닌 미래사년 고난이
앞으로의 우리를 괴롭혀줄 예정이고, 각종 미디어에서는 "이런게 일어날 수 있을법한 일인가?" 하고 잠시 현실인식에
혼동이 올법한 기사들이 하루에도 트럭단위로 양산됩니다.
정신병원이라는 곳은 결국 저런 미친사람들이 가득 들어차있는 요즘 세상의 축소판격인 모습일테고 돈을 보고 사랑하는
남자를 버린 서인영이란 캐릭터는 배금주의가 팽배한 작금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겠지요.
정신병자들과 함께 같이 뽕맞은 것처럼 정신줄을 놓아버리신 간호사 언니의 캐릭터는 미친놈들에게 휩싸여서 살다보니
결국 정체성도 잃어버리고 본인도 돌아버리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 듯 합니다.
하느님 역할의 그 미친분도 정도는 다르지만 결국엔 미친 사람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낚아버리는 현실의 어떠한 세력을
풍자하는 것이겠지요.
작중에서의 유일한 정상인으로 보였던 서인영은 사랑하는 남자를 버리고 돈 쫓은것까지야 "요즘 기준에서 보면 재수없지만
현실적인" 캐릭터였으나 막판에 갑자기 내다 버린 남자에게 절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상한 행동을 해댔고....
제일 심하게 미쳐보이는 주인공은 미친 세상에선 미친 사람들이 정상이라는 말을 남기며 정확한 현실 인식을 보여줬습니다.
글이 참 재수없고 어렵게 나가는데 뭐랄까요...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계속 변하는 홀로그램 카드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러다 보니 표현상의 어려움이 많네요 쿨럭.....
여튼간에....
미치지 않은 사람들이 미친 사람을 연기하며 미친 주제에 미치지 않은 척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꼬집고 조롱을 날리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아이러니란 참......ㅎㅎ
세상과 나, 미친것은 둘중 어느것인지....그 경계면조차 모호한 뫼비우스의 띠를 이루는 요즘의 현실이 작중에 그대로
풍자와 해학으로 들어찬 코믹극에 용해되어 있다는 것이 연극에서 말하고자 한 비밀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24살 먹은 학생이 하기엔 다소 무겁고 건방진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대의 민주주의'의 특성상 오늘날의 현실과 하루하루가 팍팍하기 그지없고 한숨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을 자초한 당사자는
결국 우리 유권자들이기에 무턱대고 욕하기에 앞서 조중동같은 쓰레기 언론에 호도되지 않고 제발 정신차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요.
신비의 명약 짝꿍
▲ 한상자 사고 싶은데 살까요 말까요 흠..
http://www.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3421743&nv_pchs=DosBeGAtJOh30l/XF4wP27xZ5YyIFZyi
이벤트에서 참이슬 컵을 주는 것도 좋지만, 전혀 관계 없는 참이슬 컵 보다는 초대권과 함께 짝꿍을 한 두세통 주는 쪽이 좀 더
재미있는 연출이 될 듯 합니다.
누군가에게 짝꿍과 함께 표를 내밀며 "연극 보러 갈때 꼭 지참하도록" 이라고 말해줄 수 있는것도 즐거울 것 같거든요.
저희 동네 슈퍼에 가봤는데 짝꿍이 없어서 링크에 있는 20개들이 한상자를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여친이랑 둘이 다 먹기는 좀 많은것 같은데 코끼리 공장(공연장 옆 카페)에서 짝꿍먹기 번개 하면 나오실 분 있을라나요?
공연장의 숙제
공연장이 유독 규모가 작은 것인지, 혹은 대학로의 대다수 공연장이 비슷한 시설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앉은키가 유독 큰
대한민국 국가대표급 숏다리(키는 178입니다)임에도 불구하고 앞자리 사람들에 가려 무대가 잘 안보인다는 것은 숙제로
남을 것 같습니다.
대학로 공연장들의 대다수가 그러하다면 연극계 전체의 숙제로 남겠지요.
총평
일단 좋은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초대장을 하사해주신 글래머러스 와방큐트 까탈리스트 J모 누님께 감사 인사부터
올리고요....
암전중의 기습 키스에도 내숭 떨지 않고 저와 설왕설래를 즐겨주신 제 애인님께도 감사를......
마지막으로 좋은 공연으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셨던 배우 분들과 무대엔 보이지 않았지만 공연을 위해 애쓰셨을 수많은
스텝분들에게도 감사인사 전합니다.
대중 문화는 소비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구혜선이 변비 말기 환자라 강남 성모병원에서 관장을 받았다고 생각해도
별로 깬다는 느낌이 없고 그냥 코풀고 버리는 휴지처럼 즐기고 보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데...
예술 작품이라기 보다는 곱씹을수록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어 주었던 계기가 되었던지라 좀 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작품의 최종 결말은 다소 힘이 모자란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하면 납득이 또 되기는 해서 그건 크게
아쉽지 않았구요.....
여튼간에......
간만에 좋은 공연 정말 잘 봤습니다.
스크롤의 압박을 이겨내고 장문의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모두 마음속의 하트를 담아 사랑의 총알을 날려드릴테니 모두들
러브 앤드 피스가 가득한 한주가 되시길 빕니다.
첫댓글 소극장 공연의 묘미는 앞자리에서 함께 참여하는 재미인데, 기습키스를 위해 맨 뒷자리를 일부러 찾으셨군요. ^^;;;;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 글래머러스 와방큐트 까탈리스트 J모 누님 씀.
아뇨 코끼리 공장에서 와플 먹느라고 밍기적 대다가 뒷줄로 밀렸는데 앉고보니 뒤에 사람이 없더군요.
서인영은 돈을 위해 남자를 저버렸다기보다는... 자신이 버린 남자를 찾아 전공까지 바꿔서 왔다는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극중 모두가 비밀을 갖고 있는데, 어떤어떤 비밀들이 숨겨져 있을까요? ^^
미친 사람 맞네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