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나만 아무 잘못이 없는 것 같은 착각은 모두들 하며 삽니다. 회개한다는 것은 그런 착각이 착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2017/4/2/일
요한 복음 11장 1-45절
…30예수님께서는 마을로 들어가지 않으시고, 마르타가 당신을 맞으러 나왔던 곳에 그냥 계셨다. 31마리아와 함께 집에 있으면서 그를 위로하던 유다인들은, 마리아가 급히 일어나 나가는 것을 보고 그를 따라갔다. 무덤에 가서 울려는 줄 알았던 것이다. 32마리아는 예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그분을 뵙고 그 발 앞에 엎드려, “주님, 주님께서 여기에 계셨더라면 제 오빠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33마리아도 울고 또 그와 함께 온 유다인들도 우는 것을 보신 예수님께서는 마음이 북받치고 산란해지셨다. 34예수님께서 “그를 어디에 묻었느냐?” 하고 물으시니, 그들이 “주님, 와서 보십시오.” 하고 대답하였다. 35예수님께서는 눈물을 흘리셨다. 36그러자 유다인들이 “보시오, 저분이 라자로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하고 말하였다. 37그러나 그들 가운데 몇몇은, “눈먼 사람의 눈을 뜨게 해 주신 저분이 이 사람을 죽지 않게 해 주실 수는 없었는가?” 하였다. 38예수님께서는 다시 속이 북받치시어 무덤으로 가셨다. 무덤은 동굴인데 그 입구에 돌이 놓여 있었다. 39예수님께서 “돌을 치워라.” 하시니, 죽은 사람의 누이 마르타가 “주님, 죽은 지 나흘이나 되어 벌써 냄새가 납니다.” 하였다. 40예수님께서 마르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믿으면 하느님의 영광을 보리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41그러자 사람들이 돌을 치웠다. 예수님께서는 하늘을 우러러보시며 말씀하셨다. “아버지, 제 말씀을 들어 주셨으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42아버지께서 언제나 제 말씀을 들어 주신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씀드린 것은, 여기 둘러선 군중이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믿게 하려는 것입니다.” 43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큰 소리로 외치셨다.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 44그러자 죽었던 이가 손과 발은 천으로 감기고 얼굴은 수건으로 감싸인 채 나왔다.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그를 풀어 주어 걸어가게 하여라.” 하고 말씀하셨다. 45마리아에게 갔다가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본 유다인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라쇼몽 효과’의 극복
사람은 누구나 모든 일을 자기한테 유리하게 해석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사실을 재미나게 풀어낸 영화가 있는데, 바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입니다. 이 영화 줄거리를 짧게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헤이안 시대에 교토의 남문인 라쇼몽羅生門에서 폭우가 그치기를 기다리면서 세 남자가 얼마 전 일어난 어느 사무라이의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남자는 이 사건을 목격한 나무꾼이었는데, 관청에서 벌어진 관련 인물들의 심문 장면을 생생하게 전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관련 인물들인 산적 타조마루와 죽은 사무라이의 아내인 마사코와 무당을 통해 나타난 사무라이 타케히로가 차례대로 진술하였는데, 서로 내용이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그래서 사건은 미궁에 빠집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자기는 아무것도 본 게 없다고 관청에서 진술했던 나무꾼이 자기 이야기를 듣는 두 사람에게 실제로 일어난 사건은 이렇다며 들려준 진술 내용 역시 앞의 세 진술 내용들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렇게 같은 사건이나 현상을 두고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면서 인식하는 현상을 두고 ‘라쇼몽 효과’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나의 과실은 줄이고 남의 잘못을 크게 부각시키고자 하는 이기심으로 인하여 인간은 자신의 기억마저 스스로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겪거나 크고 작은 다툼이 있고 나면, 대부분 나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고 상대방만 잘못한 것으로 기억하곤 합니다. 용서와 화해를 향한 길을 나의 이기심이라는 돌로 꽉 틀어막고 있는 것입니다. 혹시 이럴 때 우리 양심을 다시 살려내고 싶다면, “돌을 치워라.” 하시는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신희준 신부(서울교구 공릉동성당) |
생활성서 2017년 4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