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12월 21일 수요일 흐리다 비
“회장님 대단하셔요. 그 많은 회원들의 애경사를 어떻게 다 챙기셔요 ?”
오후에 12분회 최혜석 형제님 상가에 들렸다.
낮에 가면 운사모 형제님들을 만나지 못 할 테지만, 예정된 저녁 행사가 있어 부득이 그 시간에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미 와 계시던 김용희 형제님이 반갑게 맞아 주시며 하신 말씀이다.
“당연하죠. 우리는 형젠데. 내가 안 오면 누가 와요 ? 슬픔을 같이하면 반으로 줄고, 기쁨을 같이하면 배로 는다고 하잖아요 ?”
“그래도 어려운 일이죠. 회장님 열정을 따라갈 사람이 없어요.”
“별 말씀을, 저도 목적이 있어요. 그동안 경주도 가고, 서울도 가고, 많이 다녔어요. 그런데, 그렇게 찾아 뵌 형제님들, 특히 먼 곳을 다녀온 형제분들일 수록 그 때부터 열성적인 운사모 회원이 되시더라구요.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가실 분들이 되는데 그 것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있어요 ? 나도 꽤 약지요 ?”
빙그레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애경사가 매일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결과가 항상 좋으니까 해볼 만한 일이 아닌가 ?
저녁에는 동구체육후원회 송년 행사에 참여했다.
내가 갈 자리가 아니라 생각되었지만, 30분회장 서칠만 형제가 주도적으로 준비하는 행사이고, 동구의 운동선수들 중 올 해에 전국대회에서 입상한 선수들을 격려하는 자리니 꼭 와달라는 몇 번씩의 간청에 못 이겨 참석했다.
식장에 들어서니 아는 분들이 참 많았다. 특히 요즈음은 어지간한 행사이면 어딜 가도 운사모 형제님을 만날 수 있어 어깨가 으쓱한다. 옛날 운동장에서 같이 소리소리 지르며 운동을 지도하던 동료들과의 만남은 가히 폭발적이다.
어려운 시절 함께 했던 동료들이 오랜 친구로 남는다.
교육감님 등 내빈이 참석하고 체육회 행사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내 자리를 주빈석에 마련하고, 교육감, 체육회장 다음에 세 번째로 소개한다. ‘이 거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나 ?’ 바늘 방석이다.
“다음은 미리 말씀 드리면 참석도 안 하실 것 같아 비밀로 했지만, 운사모 이건표 회장님의 인사말이 있겠습니다. 모두 와하고 웃는다.
동구 후원회장의 식사, 교육감의 축사 후에 나에게 다가오더니 축사를 해 달라는 것이 아닌가 ?
‘어어, 이 게 뭐야. 이런 얘기는 없었는데....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는다는 게 쉬운 일인줄 알아 ? 미리 얘기해주면 어디 덧나나 ?’
한 번 사양을 했는데도 또 끌어 낸다. ‘서칠만이 너 !’
후원회장, 교육감을 비롯한 내빈들과 200여명의 선수들, 지도자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는데, 계속 뻐대기만 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아하, 이 건 정말 큰일이다. 운사모회장이라고 소개를 하는 데, 인사말 한 번 못하고 뒤로 빼기만 한다면, 운사모 전체의 망신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
그리고 이 안에도 많은 운사모 형제들이 있고, 장학생들도 있다.
이들에게 자랑스러움은 주지 못하더라도 회장에게 실망감을 느끼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 어쩔 수 없다. 죽기 살기로 할 수밖에 없다.
마음을 가라안치자. 담대해지자. 건표야. 네 어깨에는 운사모가 걸려있다.’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 생각들이다
그만큼 절박했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는다는 게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나에게는 극약이다. 군중 앞에서는 언제나 떨린다.
‘허어, 이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러나 하기로 한 이상 제대로 하자.
결심을 하니 마음이 가라앉는다. 신기하다
사회자가 내 사정을 봐줘서 인사말을 단 아래에서 하라고 한다.
“이왕 할 거면 단 상에서 하겠습니다” 하고, 단 위로 올랐다. 모두가 또 웃는다.
그때부터는 가급적으로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끊어서 했다.
우선 운사모가 뭐하는 단체인지 설명을 했다. 8년, 400명, 매월 20만원, 고3까지 장학금을 얘기하니 눈빛이 달라지더니, 지금까지의 장학금이 2억원을 육박하고 있다고 하니 ‘어’ 소리까지 들린다,
“지금 이 자리에도 우리 운사모의 장학생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육상 스타로 자라난 우상혁 선수,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데 결정적인 수훈을 세운 대전여고 강단비 선수가 운사모 장학생들입니다. 두 선수 일어나세요. 힘찬 박수 부탁드립니다.” 이 정도면 됐잖아 ?. 그제서야 자신이 생기더라.
동구체육후원회가 훌륭하고, 앞으로 많은 발전을 기대한다.
우리 선수들 열심히 운동해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공하고 나중에 후배들에게 보답하라.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이런 말로 마무리를 했다.
어쨌던, 좌우지간, 바쁘고, 힘들고, 아찔하기까지 했던 하루였다.
첫댓글 ㅎㅎ~자랑스럽습니다~"운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