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천구백팔십오년 신권 공사장
아침부터 지게차와 레미콘의 소음이 귀를 찌른다.
몇시일까
해는 중천에 있는 듯 눈을 찌른다
목재로 지은 현장숙소를 쿵쿵거리며 눈을 비비고 나오는 사람들
자~알도 생긴 신권조직의 현장역군들이다.
학교훈육처럼 생긴 윤순일 현장소장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아 귀아퍼
한국말을 잘 못해 소리를 못지르는 해밀튼은 잔뜻 인상을 써야
의사표현이 된다.
현장은 아침부터 살벌하다
3층 거푸집이 완성되고 종일 레미콘차의 믹스탈이 쏟아져야 한다.
밤을 새울지도 몰라
밤12시가 넘어도 레미콘차의 긴 코는 3층으로 믹스탈을 내뿜고 있다.
거푸집위에 아슬아슬 곡예를 하는 신권봉사자들
서른번정도 온힘을 다해 몰탈 삽질을 하고 일어서면 피잉 현기증이 온다
안돼 아랠 보면 안돼...
쿵, 비명이 들린다. , 작업정지.... 정지....
아직도 야속한 펌프소리는 사람들의 비명속을 파고든다.
누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피를 깔고 누운 봉사자위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현장은 슬로우비디오처럼 구겨진다.
김동렬,,,,언제나 열정적이다. 피투성이를 끌어안고 병원차를 부른다.
삐 삐 삐 삐---ㄱ....숨이 멎었다. 그는 우리곁을 떠났다.
오 주여, 당신도 한눈을 파셨나이까
이 거룩한 신권공사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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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기억하기 싫은 것은 더 잊기 어렵다.
1985년경 안성공도 지부공사장에서 사고사가 있었다. 현장봉사를 하던 한 젊은 형제가 공사장 바닥으로 떨어졌다.
달려 온 이방인 아버지와 증인어머니가 오열을 했다.
몇개월 후 현장봉사를 가서 사고현장을 목격한 형제들의 증언을 토대로 시를 적었다.
산재보험하나 혜택없이 쓸쓸히 그는 갔다. 협회의 위로금이 얼마였는지 아는 이는 없다.
그의 명복을 빈다.
첫댓글 그 젊은이는 명복(冥福)을 믿지않았겠지만 살아있는자가 죽은자에게 할 수 있는 일이란게 그리 많지 않아서 고인이 원하건 원치 않건 사후에 받을 수 있는 있는 복이 있건 없건, 이젠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만 존재하는 그대의 명복을 빕니다.
1985년이면 저희 아버지도 현장에 참여하셨을때네요.
그게... 저희 아버지가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좀 아찔하네요...
어렸을 적부터 들었던 경험담 레파토리 중 하나가
건축현장에서 여러 난제들이 신기하게도 잘 해결되었다는 것이었는데요.
그런 경험담은 이제 안 들었으면 좋겠네요.
자화자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선민의식인 것 같기도 하고.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오직 조직만을 위한 공사장!
이 이야기를 읽으니...또 생각나네요..K형..그냥 수혈받고 살지..
자진봉사의 폐해 입니다. 노가다 한번 안해본 사람을, 노련한 사람이 해야하는일을 시켰으니 사고가 터진거지요. 그많은 돈을 어디에 쓸려고 무노임으로 일을 시키고 죽도록 내버려 둡니까? 아! 무자비한 집단이여! 이것이 신에게 바쳐진 제물인가요? 누가 책임을 집니까? 죽은자는 말이 없고...안타깝습니다.
그때 언저 세상 떠난 아내와 함께 자원봉사 한 추억이 생각나네요
무슨 연인지 그옆 공도 국제 화훼단지 프로젝트에 일이 있어 가끔가면 그옆을 지납니다
벌써 33년이 흘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