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 대통령으로 당당하게 맞서야 ◈
4·10 총선은 우리에게 새삼 많은 것을 일깨워 줬어요
좌·우의 극명한 대결, 지역의 망국적 갈등, 온갖 범법 혐의자들의 금의환향,
그리고 김준혁과 양문석류(類)의 생환으로 상징되는 괴기한 선거였지요
평자(評者)들은 4·10 총선이 윤석열 정권의 실책과
윤 대통령의 불통에 대한 심판이라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그런데 선거란 원래 상대적 심판이지요
많은 국민이 윤 대통령에게 실망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의 잘못이
범법자들과 그 아류들의 그것보다 더 심각했다는 말인가요?
그건 아니지요
선거라면 으레 집권 세력이나 집권자를 비판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어요
비판이 곧 민주주의의 정석이고 심판이 민주주의의 표현이라는,
교과서적 논리도 있지요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정책의 옳고 그름을 사리(事理)로 판단하기보다
행위, 말, 주변 상황 등에 휩쓸리는 경향을 보여왔어요
이번 윤 정부에 대한 비판도 정책의 분야가 아니라 부인의 문제,
경제정책보다 대파값 같은 것에 휩쓸리는 것을 보여왔지요
이것을 좌파 의식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어요
이번 총선에서 또 하나의 두드러진 현상은 지역 갈등 내지 지역 대립이지요
이번 선거는 유독 호남의 승리 또는 호남의 선택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아요
그러나 호남 출신인 이낙연, 박용진, 임종석 등은 배제되고
경상도 출신인 이재명, 조국 등이 선택된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요?
이런 지역적 쏠림 현상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심각하게 변형될 수밖에 없어요
문제는 ‘지금’이고 ‘앞으로’이지요
윤 대통령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를 지지했던 보수·우파 국민들은 허탈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여기저기서 한탄-개탄의 소리가 들리지요
윤 대통령을 겨냥한 모욕적인 언사와 노골적인 분풀이(조국)가 다반사이지요
보수층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많아요
여당에서조차 대통령의 무게가 가벼워진 분위기이지요
그러나 윤 대통령은 보수 정권의 대통령이지요
사람들은 일단 대통령이 됐으면 국민의 대통령이지
어느 한쪽의 대통령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아마도 윤 대통령 자신도 당선된 뒤 ‘모두의 대통령’으로 행세하려고
협치(協治)을 운운했는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일 뿐이었어요
좌파가 그를 협치의 상대로 받아준 적도 없지요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우선 야당과 좌파의 공세에 대해 이런저런 구실과 핑계를 대며
무엇을 설명하고 해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듯한 언행을 하지 말어야만 하지요
보수 대표로 보수가 부끄럽지 않게 당당해야만 하지요
예를 들어 그는 해병대 사건 특조위 문제에 무슨 설명을 한다는데
부디 구차하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더 이상 ‘해명’에 매달리지 않고
정공법으로 맞서 잘못된 점이 있으면 이를 시인하고
그렇지 않다면 정정당당하게 맞서 나아가야 하지요
윤 대통령이 수동적으로 변명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전체 국민 앞에 보수의 대표로서 당당한 자세를 보여줄 때
오히려 그는 좋은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어요
윤 대통령은 법리(法理)를 잘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어떤 문제에도 법과 절차를 따지고 법률가 출신답게
법리를 내세우는 데 익숙한 것 같아요
그가 오늘날 여러 역경을 겪는 주된 요인 중 하나는
의료 파행 사태에서 보았듯이 늘상 법리에만 치중하기 때문이지요
대통령은 법치에만 매달리기보다 정리(政理)에 따라 정치를 해야 하는 자리이지요
문재인 정권의 좌파 정치와 차별화를 위해 법치를 내세웠지만,
이제는 정치를 잃으면 법치도 가져올 수 없는 세상이지요
여기에는 사법부의 만행이 괘를 같이 하지요
이번 총선은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이 공동 패자(敗者)이지요
엄밀히 따지면 이번 총선에서 심판받은 당사자는 대통령이라기보다
국민의힘 일수 있어요
그런 처지에 내부 총질이나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쩌면 이번 총선에서 진 것이 대통령의 책임인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요
그들은 아직도 ‘친윤’ 어쩌고저쩌고하는데 솔직히 검사 이외에
공직 경험이 없는 윤 대통령은 친윤밖에 믿을 것이 없는 처지였어요
민주당이 사법적 리스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당대표를 위해
기꺼이 아스팔트에 나서며 반대투표를 하고 총알받이를 하는 것을 보고
윤 대통령은 그를 부러워했다는 얘기도 있지요
윤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기간 능동적으로 그 ‘무엇’을 했음에도
국민의 차가운 시선이 거두어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결의로 나가야 하지요
그러면서 무엇에든 정정하고 당당하게 임해야 하지요
대통령이면서 대통령 대우를 받지 못하고 야당의 모멸이 계속된다면
국정은 위험할수 있어요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야당과 좌파의 파괴 공작이 계속되면
앞으로 3년은 암담할수 있지요
이런때 일수록 보수 우파 답게 정정 당당히 맞서야 하지요
그것만이 우파와 윤대통령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이라 할수 있어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개혁과 관련
대국민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