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궁전
강 영 은
태양의 연금술이 금빛 백양나무 잎사귀를 펼치고
있네 황금빛 모자는 그대의 이마에 그늘을 드리우고
눈썹이 어둑한 그대의 눈가에선 쓸쓸, 쓰르라미가 울
지만
마르는 법을 터득한 나는 얼룩진 흔적을 훔쳐 그대
의 이름 속에 태양을 들인 유래를 찾네
무성한 숲의 일렬횡대 혹은 종대, 정렬해 있는 그늘
의 배열 방식과 그늘의 권력에 대해 눈이 멎었을 뿐,
물이 결핍된 계절을 탓하 진 않았네
시퍼런 작두를 휘두르는 저, 그늘들이 자라는 동안
무수한 모가지가 베어졌거나 심어졌을 것이네 내 몸
까지 그 그늘이 잠식했을 것이네
키만 자란 그늘은 독립을 열망하고 비만한 그늘은
평화적인 죽음을 염원했지만 누구의 등 뒤로도 피하거
나 머무를 수 없는 폭염, 어느 그늘도 헛된 건 없었네
다람쥐 한 마리, 햇살이 만든 징검다리를 건너가네
그늘을 이끌고 사라진 줄무늬는 그대의 등줄기, 그
대가 세운 亡命政府가 亡命情夫로 들리는 건 그늘을
넘은 몸이 그대의 궁전이자 나의 궁전이기 때문
그대와 나 사이에 놓인 그늘이 북회귀선에 걸릴 때
티벳, 하고 부르면 다가오는 이름, 녹색 피 흐르는 정
원이 거기 있었네
그대가 망명한 나의 슬픔은 일 년 내내 여름 궁전,
사라지지 않는 계절이 거기 머물러 있네